(大) 피테르 브뤼헬

2015. 6. 4. 11:11미술/서양화

 

 

출처

http://blog.naver.com/dkseon00/14005107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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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 이야기를 쓰고 난 후 자주 밀레와 비견되는 브뢰겔이 어느 구석에선가 나를 노려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기로 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밀레가 농부들의 삶에 녹아 들어 갔다면, 브뢰겔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바라 보았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브뢰겔에 대한 자료는 아주 빈약해서 많은 사람들의 그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애를 먹게 됩니다. 그나마 작품에 서명과 날짜를 기입했던 그의 습관 때문에 그의 연표는 그럭저럭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연표는 저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서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

 

 

 

(자화상)

 

원 제목은 화가와 구매자라고 되어 있는데 화가를 브뢰겔 자신의 모습으로 그렸다고

하는 견해가 많고 현재까지는 그것이 정설로 되어 있습니다.

 

 

 

 

(눈 속의 사냥꾼)

 

 

 

브뢰겔은 계절이라는 연작을 그렸는데 총 6점을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은 5점뿐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눈 속의 사냥꾼이라는 작품입니다.

 

푸른빛 흰색이 너무 차갑게 보여서 그림 속에서 칼날 같은 겨울 바람이 불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차갑게 겨울을 그린 화가는 아마 브뢰겔이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이 그림이 그려진 1565년은 지구의 역사 중에서 小빙하기였고,

이 그림이 확실한 그 증거라는 과학자들의 주장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대단한 과학자들입니다.

나중에 풍경화에 그려진 구름을 보고 날씨를 예측했던 기상학자들의 이야기도 한 번 써 볼 생각입니다.

 

브뢰겔의 많은 그림이 그렇듯이 이 작품에도 여러 개의 장면이 동시에 펼쳐져 있습니다.

개와 함께 돌아 오고 있는 사냥꾼들,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그리고 이 그림에서 유일하게 온기를 느끼게 하는 화톳불과 그 주변 사람들인데

븨뢰겔은 한 작품 안에 여러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 놓는 비범한 재주가 있었습니다.

 

 

 

 

(수확하는 사람들)

 

 

 

이 작품도 앞서 말한 연작 중의 하나입니다.

새참을 먹는 사람들이 있고 그 중에 한 명은 너무 피곤 한 것이지 아니면 낮 술에 취한 것인지

나무 그늘에 누워 버렸습니다.

또 몇 명은 아직도 못 끝 낸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동안 놀다가 밥 때가 되니까 밥 값이라도 할 요량으로 열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농부들의 모습은 피곤해 보이고

그 피곤은 주위를 둘러 싸고 있는 황금색 벌판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브뢰겔은 고향의 농부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서 농부로 변장하고 그들 가까이 가곤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가 얻은 별명은 농부 브뢰겔또는 괴짜 브뢰겔이었습니다.

 

 

 

 

(수확)

 

 

 

브뢰겔이 미술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이름표 중의 하나는 풍경화를 그린 최초의 서양 화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풍경을 그린 화가는 그 전에도 많았지만 그것은 주인공의 배경이었고,

풍경 자체를 목적으로 화가는 브뢰겔이 처음이었습니다.

 

 

 

 

(어린이 놀이)

 

 

 

이 그림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그리고 이 그림은 당시 아이들이 하던 놀이를 그린 것인데 대체 몇 가지 놀이나 그려져 있을까요?

정답은 230명이 등장해서 91가지의 놀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몇 번이고 세어 보고자 했는데 항상 중간에서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플랑드르 속담)

 

 

 

비슷한 작품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당시 플랑드르 지방에서 사용되고 있던 속담을 하나의 화폭에 몰아 넣은 것입니다.

몇 개의 속담이 들어 있을까요?

저는 그 쪽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지만 100개가 넘는 속담이 표현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표현 되어 있는 속담 중에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것이 상당수라고 하니까,

이 작품은 속담 모듬 세트가 되는 셈입니다.

 

 

 

 

(농부 결혼식)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저는 우리나라의 윤복 이나 김홍도가 떠 오릅니다.

당대의 풍경을 이렇게 세세하게, 그러나 유머를 가지고 그려낸 공통점 때문입니다.

아이는 이미 접시 하나를 차지하고 남은 음식을 혀로 핥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악기를 불던 악사는 배가 고팠는지 불던 악기를 멈추고 지나가는 음식 상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술도 한 잔 했는지 얼굴은 불게 달아 올랐는데 얼굴 표정은 여기 한 그릇 더!’ 하는 것 같습니다.

화관을 쓰고 있는 신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는데,

솔직히 가장 예뻐야 할 신부가 가장 예뻐 보이지는 않습니다.

문으로는 계속 사람들이 밀려들어 오고 있고 장내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가득합니다.

가난한 농촌의 결혼식 장면입니다. 그러나 가슴 한 곳이 아려오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음식 상 위에 음식 종류는 죽과 우유, 그리고 맥주 뿐입니다.

그건 그렇고 신랑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결혼 댄스) 

 

 

 

 

(농부들의 춤)

 

 

 

결혼식이 끝나고 음식과 술도 몇 잔씩 걸치고 난 후 입니다.

모두들 나와서 축하 댄스 파티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악사들이 신나게 연주하고 있고 모두들 흥겹게 돌고 있습니다.

농부들의 춤에서도 악사 옆에는 벌써 취한 사람이 있고 한 구석에는 뽀뽀를 하는 부부도 있습니다.

그림을 드려다 보고 있으면 저도 그 자리에 있는 듯 합니다.

아니 그 중에 한 명은 저의 모습입니다.

 

 

 

 

(이카루스의 추락)

 

 

 

이카루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크레타섬에 갇혀 있다가

아버지가 새의 깃털을 모아서 날개를 달아 주어 섬을 탈출하게 됩니다.

너무 태양 가까이 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이카루스는 하늘 높이 날다가

날개를 붙였던 밀납이 녹는 바람에 그만 바다로 추락하게 됩니다.

어른들 말은 안 듣는 아이들이 새겨 들어야 할 신화입니다.

혹시 그림에서 이카르스를 찾으셨는지요?

이카루스를 주제로 한 많은 그림들이 이카루스를 전면에 내 세웠지만

여기서는 물에 빠진 다리로 간신히 이카루스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도 몇 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섞여 있습니다.

세상사에 관심 없이 오직 밭을 가는 농부, 고개를 쳐 박고 온 정신을 낚시에 쏟고 있는 낚시꾼, 그리고 정체 불명의 풍경들 ----

풍경은 브뢰겔이 이탈여행을 하면서 머리 속에 넣어 두었던 나폴리 항의 모습과 알프스를 뒤 섞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 그림에고 몇 개의 심오한 상징이 있지만 이 상징을 알고 나면 그림이 너무 맥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목은 이카루스의 추락이지만 브뢰겔은 그냥 일상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겨울 풍경)

 

 

 

브뢰겔을 검색하면 두 개의 이름이 나타납니다.

Bruegel Brueghel인데, 같은 사람입니다.

40대 중반에 브뢰겔은 자기 이름에서 h를 지워 버립니다. 이유는--- , 저도 모릅니다.

브뢰겔은 아내와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났는데 아내는 그의 미술 선생님 딸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차이였느냐 하면 브뢰겔이 미술 선생님 집에 갔을 때 그 딸이 어려서 늘 업어주고 얼러주고 했었습니다.

물론 같이 놀아 주곤 했는데 그 딸이 크자 그녀와 결혼 한 것입니다. 의지가 굳건하다고 해야 할지 ------.

그의 작품이 지나치게 농촌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사회에 대해 저항한다고 보는 못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농촌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교회의 권위에 반항하는 것처럼 보였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브뢰겔은 죽기 전에 이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했습니다.

정치적인 문제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의 그림 중에서 가장 의심이 갈 만한 작품들을 불태워 버리라고 아내에게 말한 것이었습니다.

 

 

 

 

(왕의 경배)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둘러 싸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 작품처럼 성스럽지 않고 진지하지 않은 작품은 없을 것입니다.

예전 이문구 선생의 작품 중에 우리 동네 김씨 박씨,---‘ 하는 시리즈가 있었는데

얼굴들을 보고 있으면 브뢰겔의 우리 동네 김씨시리즈를 보는 것 같아 유쾌합니다.

물론 브뢰겔이 아주 성화를 안 그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벨탑)

 

 

브뢰겔이 우리에게 남겨준 모듬 세트들 400년 전 그가 찍은 그 시대의 칼라 스냅 사진입니다.

안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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