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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나도 이제 슬슬 내 누울 구덩이나 파보까?

 

 

 

아버지가 59세시던가에 두 분의 합장 묘(假墓)를 만드셨는데,

내가 서너 해 앞선다고 해서 별로 빠른 것도 아니지.

나야 땅도 있겠다, 아버지 때보다 돈도 많겠다, 그깟 구덩이 하나 파는 거 별 거 아니거든.

나일 먹으면 그런 건게벼. 흙으로 돌아가는게 두렵기는 커녕 편케 느껴지더라고.

아버지 자릴 보면 밑엣 자리도 흙이 보송보송 할 게야.

아버지 어머니 뉘여드릴 때 보니까 참 좋더라고. 군불 때서 막 온기가 올라오는 아랫목 같어.

이제 애들도 다 컸고, 부모님 두 분도 다 돌아가셨고,

집식구도 내와 상관 없이 저 혼자 별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데,

책임이 끝났다기보다도 이제야 뭐 할 일이 있어야지.....

번거롭게 기운 빠진 몸으로 그날 그날 맥없이 연명하느니

어차피 머지않은 날이면 들어갈 거, 굳이 그때까지 아등바등 버틸 거 있나 싶어.

내가 집 없이 헐벗고 산 사람도 아니고, 먹을 걸 못 먹어서 한이 맺힌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보상을 받아야 할만큼 고된 삶을 산 사람도 아니거든.

이제 이 나이에 '하하'거리며 즐거워 할 일이랄 건 또 뭐 있겠어.

책도 읽을 만큼 읽었겠다, 세상 구경도 할만큼 했겠다,

정말이지 당장에 죽는대도 아무런 미련 없거든.

전에 안데스산맥 어쩌구 할 때, 그거, 그냥 웃자고만 한 말이 아니야.

그렇게 공기가 돼서 새털구름이 돼서, 훨훨, 보풀보풀,,

자유롭게 날고 싶은 생각이 늘 있었던 거지.

 

 

내년 한식 때 이참 저참 해서 '일'을 해치우는 게 좋을 듯한데…….

근데 형이 빈대 붙자면 어쩌지? 아무렇게나 홱 뿌리겠다고 하던 사람이 얼마 전엔 또 그러데?

아버지 옆 자리로 화장해서 항아리로 종종종 함께 묻히자고.

난 싫다 그랬어. 아버지 밑에다 더 근사하게 짓겠다고. ㅋㅋㅋ

"형은 형 좋은대로 해. 난 내 좋을대로 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