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7. 20:34ㆍ미술/한국화 현대그림
김진관, ‘콩’ (54X44㎝, 한지에 채색)<2009>,
장은선갤러리, 27일까지
전통 한지 위에 작은 씨앗들이 흩어져 있다.
이름 없는 들풀들의 씨앗이거나 강낭콩과 팥들이다.
아카시아꽃잎, 싸리나무잎, 호박꽃, 배꽃도 있다.
조금 큰 것은 방울토마토와 감자 정도다.
화면에 가까이 가서 보아야 한다.
그 작은 존재들, 어찌 보면 흔하고 하찮은 것들이지만 더없이 소중한 생명체다.
자연은 이렇듯 뭇 생명체를 회임한다.
자연은 부단히 변화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넘어가면서 무수한 생명들을 산개한다.
자연은 움직임 속에서 하나의 형태로부터 다른 형태로 쉬지 않고 옮아간다.
쉼 없이 움직이면서 기존의 형태를 만들고 부수며 소멸시키고 다시 생성시킨다.
인간은 자연의 생명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반추한다.
자연의 이 무한영역에 자신의 유한한 생을 비춰본다.
자연과 생명들을 본다는 것은 인간이 절대적 주체의 자리임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성의 타자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새삼 살아있음을 깨닫는 일이다.
텅 빈 화면에 그 적조한 식물들만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더없이 쓸쓸하고 애틋하다.
간결하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필선과 담백한 채색이 구차하고 번잡함을 죄다 거둬내고 뼈처럼 올라갔다.
이 그림은 자연과 생명을 그렇게 보고 깨달은 자의 시선에서만 가능한 그런 그림이다.
거대함과 스펙터클과 현란한 논리로 무장한 현대미술의 그 무서운 욕망 앞에
이 그림은 한없이 누추하고 헐벗고 가엾은 그림이다.
그런데 사뭇 감동이 있다.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마냥 밟힌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
오늘이 제 블로그 만든지 1,000일째가 되는 날이라더군요.
100일이고 1,000일이고, 연애질 하는 것도 아닌데 1,000일이 뭔 의미가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그런줄 알았으면 제 글 하나 써 걸었어야 했다는 부끄런 생각이 조금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