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적이 있는데...

2009. 12. 1. 21:17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겨울 강 / 정호승

꽝꽝 언 겨울 강이
왜 밤마다 쩡쩡 울음소리를 내는지
너희는 아느냐
별들도 잠들지 못하고
왜 끝내는 겨울 강을 따라 울고야 마는지
너희는 아느냐
산채로 인간의 초고추장에 듬뿍 찍혀 먹힌
어린 빙어들이 너무 불쌍해
겨울 강이 참다 참다 끝내는
터뜨린 울음인 줄을.

 

  

 

 

 

詩가 좋다는 것보다도 '겨울 강이 쩡쩡'울린다는 표현이 눈에 띄어서 가져와봤다.   

강가에 살아본 사람들은 잘 알텐데, 진짜로 이 삼백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쩡쩡" 들린다.

내 어릴때의 앞 강은 얼음 두께가 30센티는 됐다. 30센티면 찝차 정도가 올라가도 끄떡 없다.

그러나 2월의 얼음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3학년쯤일 거다.

저녁무렵에 혼자 탄통 뚜껑 썰매를 타다가 죽을 뻔 한 적이 있다.

얼음이 갑자기 폭하고 꺼지면서 천만다행으로 양 겨드랑이가 얼음판에 걸쳐진 거다.

마치 평행봉에 매달린 자세가 되어버렸는데, 어둑한 때라서 소리를 지른다고 누가 와줄 리도 없는 상황이었다.

물속에서 부력에 의지해 1분쯤 있었을까? 궁리끝에 결단을 내렸다.

팔꿈치로 얼음을 탁 쳐서 그 반동으로 올라온 순간,

가슴이 얼음 위에 닿자마자 배를 착 깔고는 낮은 포목으로 잽싸게 겨오다가

벌떡 일어나 냅다 뛰는데, 발짝을 뗄때마다 뒤에서 폭폭폭 하며 얼음 깨지는 거다.

당시에 내 체중이 얼마 안됐으니 망정이지, 백발백중 죽을 상황이었다.

열살 밖에 안된 어린애가,

팔꿈치로 얼음을 딛는 동시에 단번에 솟아 올라야만 살 수 있다고  판단하던 그 순간에 얼마나 심각했겠냐?

오로지 단 한번의 시도가 실패하는 날에는 주변의 얼음이 왕창 꺼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말 끝장이었다.

그야말로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려서 "탁" 쳤던 것인데, 다행하게도 살아났다.

그답 집으로 달려오는데 연신 콩닥콩닥하는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집에 와보니 식구들끼리 둘러앉아서 밥을 먹고 있더라.

기가 막히더라.

 

점치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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