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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미술 이야기 (책)

그림 보는 법

 
훔쳐온 글입니다.
 

 

 


인간 묘사와 극적인 빛의 효과로 유명한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i, 1606-1669)는 바로크 시대의 네덜란드의 화가이다.

그는 벨기에의 루벤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유럽 회화사 최고의 화가 중 하나로 손 꼽히는

작가중 한명이다.

사실적인 묘사로 뛰어난 그를 이번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사실 그는 사실적 묘사와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틀리게 그린다. 상식을 벗어나게 그린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는 건 늘 즐겁다. 

 

 

 


Self-portrait / 1640 Oil on canvas, 102 x 80 cm National Gallery, London
 

예전에 SVA 교수인 데이빗 차우(David Chow)와 함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들러 렘브란트의 그림들이 전시된

방을 둘러볼 때의 일이었다.

총 다섯점의 그림이 걸려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다섯점 중 세점이 진짜이고 두점이 모작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간단한 문제를 냈는데 옆에 걸려있는 설명을 보지 않고 어떤 것이 진짜인지 가려보라는 문제였다.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렘브란트의 그림은 한 화폭안에는 엄청난 변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을 살펴보기 전에, 여기 좋은 초상화를 보는 3가지 법칙이다.

 

1. 개미 한마리를 그림 속 인물에 올려놓고 보이지 않는 뒤쪽으로 그 개미가 돌아갈 수 있을 지를 상상해본다.

좋지 않은 그림은 도무지 납작해서 개미가 넘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인물의 등 뒤에 공간이 존재 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좋은 그림은 몸통의 부피가 느껴질 뿐더러 뒤쪽 배경의 공간이 느껴져 쉽게 개미가 한바퀴를 돌 수가 있다.

 

2. 모든 부분의 표현이 다 다른가.
살펴보기 가장 쉬운 방법으로, 표현이 한 화면안에서 얼마나 큰 스펙트럼을 가지느냐는 것이다.

어떤 그림은 엄청나게 사실적으로 묘사했지만 모든 부분의 묘사가 모두 일정하여 변화가 없다.

반면 어떤 그림은 어떤 부분은 사실적이고 다른 한부분은 거의 묘사되어있지 않다.

이 중 후자가 더 좋은 그림이다.

왜 달라야 좋은 그림인가?

그것은 사람이 무언가를 바라 볼 때 그렇게 보기 때문이다. 아래 좋은 예가 있다. 


<이미지 출처 : 꼭두새벽 DSLR>

흔히 사람들이 모든 사물에 포커스가 들어간 위의 사진보다 아래의 아웃포커싱 된 사진을 좋아하고

잘찍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로 사람이 사물이나 사람을 볼때 그렇게 보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그림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3. 생명이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조금은 주관적일 수 있지만, 그 그림의 저변에 있는 아우라의 문제이다.

실제로 그림 속에, 그 인물 속에 "사람"이 들어있느냐의문제이다.

어떤 그림은 엄청난 묘사력으로 사진처럼 똑같지만 그 안에 어떤 생명도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피카소처럼 변형시켜서 그림을 그려도 그 안에 생명이 느껴지는 그림이 있다.

렘브란트의 그림안에서는 그 생명은 강하고 깊게 느껴진다.

그럼 이제 이 세가지 법칙을 가슴에 새긴 채 렘브란트의 작품 하나를 감상해 보자.
아래의 설명을 보지 않고 2분간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자. 


<이미지 출처 : http://www.metmuseum.org/>

 

이 그림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걸려있는 렘브란트의 진짜이다.

처음에 그냥 보았을 때는 정말 잘 그렸다, 정말 묘사력이 뛰어나군 정도의 느낌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얼굴의 근육, 피부, 주름 하나하나 까지 자세히 묘사된 얼굴에 비교해보면,

아래의 손은 같은 피부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묘사가 안되어있다.

엄지와 집게 사이에는 덜그려진듯 갈퀴같은 것이 보이기도 하고, 그 크기는 사람 얼굴보다도 커보인다.

비율이 안맞다!

그 이상한 지점에서 출발해서 그의 팔과 어때까지의 팔부분을 상상해보면 커다란 손에 비해 얼마나 짧은 팔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만약에 렘브란트가 손을 얼굴과 마찬가지로 아주 자세히 묘사했다면?

그랬다면 이 그림은 걸작이 아닌 졸작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시선은 분산되고, 빛이 주는 극적인 효과도 무너졌을 것이다.

주인공은 사라지고 여기저기가 빛나려고 하는 욕심많은 그림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비율의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적으로 넓고 펑퍼짐한 옷을 입은 인물의 하단에 단단함과 무게감을 실어 주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말도 안되게 큰 손"이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그의 손이 크다는 것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 그림의 가장 아름다운 점은 저 남자의 눈빛 뒷편으로 느껴지는 그의 인품이다.

 

이번엔 반대로 렘브란트 모작을 한번 감상해 보자. 

얼핏보면 엄청나게 뛰어난 손을 가진 화가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흡사 렘브란트. 하면 사람들이 떠올릴만한 그림이기도 하다. 

하지만, 렘브란트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모든 외곽선이 지나치게 선명하고 얼굴과 옷의 레이스, 모자까지 모든 묘사가 너무 똑같다.

모자 위쪽으로 모자 외곽선과 나란하게 가는 벽의 빛도 이상하다. 너무 인위적이다.

 

이번엔 개미를 한마리 풀어놓아보자.

그의 가슴에서 출발한 개미가 과연, 둥글게 오른쪽 어깨를 타고 반대편 어꺠로 돌아올 수 있을까.

내가 느끼기엔 금새 벽에 부딪치고 말 듯 보인다.

이 작품은 아주 묘사력이 뛰어나고 잘 그린 작품이지만, 절대로 걸작은 될 수 없다.

왼쪽과 오른쪽의 눈, 그리고 지나치게 선명한 귀. 이 모든 것이 그림감상을 방해한다.

이 남자 안에는 생명이 없다. 그저 플라스틱으로 만든 마네킹처럼 느껴질 뿐이다.

 



아래 렘브란트 진품과 모조품을 섞어 올려보았다.

자 이제 어느쪽이 진짜이고 어느쪽이 모조인지 한번 맞춰보자.

기억할 것은 세가지개미, 변화, 그리고 생명. 


<이미지 출처 http://www.metmuseum.org/  &  http:/1st-art-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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