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치자의 눈에 文人이란 연회석상에 한자리 내줄 가치도 없는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법.
온갖 미사여구와 듣기 좋은 노래로 분위기를 돋울 필요가 있을 때는 제법 대우하다가도
막상 식사가 시작되면 그들이 앉을 자리를 치워버리는 것이 통치자들의 속성이다.
권좌의 귀하신 몸과 그 옆에서 젓가락을 놀리는 측근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그들의 밥상 아래 웅크리고 있는 하룻강아지조차 서릿발같은 얼굴로 사납게 짖어댈 것이다.」
어떻게, 식사는 하셨는가?
난 이 글을 보는 순간 당신을 퍼뜩 떠올렸네.
딱 들어맞지 않는가? 당신도 이번에 된통 당했지 않은가?
저 글을 쓴 사람도 '리궈원'이라고 文革시절에 우파로 몰려서 20년 넘게 좃뺑이치다 풀려난 사람일세.
지금은 중국 문단에서 자네처럼 원로 대접을 받는 모양이더만.
근데 당신, 20년 뒤면 몇 살 되지?
아무튼 당신 이번에 아주 큰 일을 해냈네.
책을 열권 스무 권 쓴 것보다도 훨씬 가치있는 일을 해낸 것이야.
물론 당신이 썼던 글들을 문열이 때처럼 난도질 하는 사람도 나타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낙담하거나 자학하지는 마시게.
누가 뭐래도 당신은 이번에 후학(後學)들에게 너무도 소중한 귀감을 남겨준 것이네.
그리고 시기는 또 얼마나 적절했는가?
의도했는지 모르겠으나 4반세기씩 건너뛰며 상기시켜줬다는 것이 기가막히게 절묘했단 말일세.
춘원이니 미당이니 누구를 구태여 지칭하진 않겠네.
당신을 그들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겠고.
기독교인들 말마따나, 당신이 이번에 크게 '역사를 했으니' 그걸로 된 것이야.
요즘 어찌 지내시는가?
몸도, 마음도, 주변도 휑하지? 많이 주실이 갔을 것이네. 보지 않아도 훤하네.
그래도 지하양이 친구랍시고 곁에서 얼러주니 다행이긴 하데.
참 지하양이 우리들 모르는 새에 큰 깨달음이라도 얻은 모양이더군.
통 못 알아들을 언어를 구사하는 게, 마치 外界의 생명체 소리로 들려.
아무튼 그만 툴툴 털고 다시 일어나시게.
당신 혹시 이 노래 아시는가?
「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거지. 음 어허허.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베토벤이나 듣지 말구 어디 가까운 포구라도 나가서
목이 쉴 정도로 "옷 한벌은 건졌잖소!" "옷 한벌은 건졌잖소!" 외치고 들어오면 훨씬 위안이 될 것 같은데…,
어떤가?
명예란 것도 다 부질없는 것이라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공룡이 100만년을 살았다던가 200만년을 살았다지 않은가.
우리네 인생이야말로 정말 아무런 존재감도 없는 것이네.
호랑인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랬다고, 해서 설마 그걸 흉내내고 있는 건 아니시겠지?
누가 한 말인지는 몰라도 다 웃기는 소릴세.
오히려 사람도 가죽을 남겨주는 편이 실속 있으이.
끼니 에우지말고 밥 많이씩 먹고 살 좀 찌우시게. 당신은 키가 있으니까 잘 늘쿠면 3평짜린 너끈히 뺄 수 있을 걸세.
술도 곧잘 한다며? 우리 건배 한번 할까?
“넓고 두꺼운 3평짜리 가죽을 위하여!”
* 3평 →1,7평으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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