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7. 06:20ㆍ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여기서부터는 주암댐을 왼쪽으로 끼고 걷는다.
이건 뭐,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경이다.
산과 호수와 논밭, 작은 마을이 어우러진.....
지금까지 걸은 중에 가장 예쁜 길.
압록까지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보성강을 끼고 걷는 예쁜 길,
언젠가 다시 걷고 싶은 길이다.
37번 국도를 택한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주구천동 12경을 차례차례 구경하며 걷는다.
오로지 산과 그 산이 뿜어내는 푸르고 청량한 기운만이 있을뿐
"참 좋다"
점심 먹고 구룡령 내려오는데 왼편을 보니 아, 이건 정말로 그림이다.
이 기막힌 풍경을 어떻게 내 천박한 글이나 사진 따위로 표현할 수 있을까.
《 ‘길’로서는 전국 최초로 양양과 홍천을 잇는 구룡령 옛길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18일 양양 구룡령 옛길을 비롯 문경의 문경새재와 토끼비리, 영주의 토끼비리 등 옛길 4곳을 국가지정문화재(명승)로 지정했다.
지난 10월 명승 지정 예고를 거쳐 국가지정 명승 제29호가 된 구룡령 옛길은 양양과 홍천을 연결하는 옛길로, 양양과 고성지방 사람들이 한양을 가기 위해 넘나들던 주요 통로였다. 특히 산세가 험한 진부령과 미시령, 한계령보다 산세가 평탄해 이 길을 선호했다고 한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상품 교역로이기도 한 이 길은 옛날 ‘아홉마리 용이 고개를 넘어가다 지쳐서 갈천리 마을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고갯길을 넘었다’고 해 구룡령이라 불리고 있다.》
작년 여름에 스물두 살 난 대학생이
배낭여행을 왔다가 하룻밤 재워달라고해서
들어오라고 했더니,
농약 치는 일도 같이 하고, 설거지도 하고, 밥도 하고 하면서
대엿새를 머물다 갔다고 한다.
갈 때 차비 하라고 2만 원을 줬더니
부엌에 도로 올려놓고 갔던 그 총각이 고맙고 그리워
작년 가을엔 감을 한 상자 보내줬다고 한다.
그 총각은 올 2월에 군대 간다며 인사하러 또 와서
하룻밤 자고 갔고, 올 가을에 휴가 나오면
다시 온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누군지 모르지만 얘기만 들어도 어여쁜 총각이다.
환장할 것 같은 밥 뜸드는 냄새.
지친 몸과 마음으로 걷는 길,
아스팔트 위로 기어나온 여치를 피하려다 밟아 죽였다.
풀섶에 가만히 있지,
그 안에서 그냥 다른 여치처럼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갈 것이지.
기어이 밖으로 나가다 밟혀 죽은 여치가 꼭 나 같아서
도로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길위에서 울며 보낸 오후가 저문다.
누구한테 왜 당했을까
짓뭉개진 하반신을 끌고
뜨건 아스팔트길을 건너는 지렁이 한 마리
죽기보다 힘든 살아내는 고통이여
너로 하여
모든 삶은 얼마나 위대한가 엄숙한가
유안진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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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확인하는 건, 사람은 누구나 갈등 속에 살고 있다는 평벙한 진리이다.
내 삶의 방향은 결국 내가 보고 믿는 쪽으로 풀려간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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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위해 쓰기 시작했던 것인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위안을 얻었던 그 눈이.
결국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몇년 전에 한 가족이 이 길을 가고 있길래 아주머니가 불렀단다.
사연을 들어보니,
IMF로 실직한 아버지가
"우리가 지금 할 일은 걷는 거다." 결심하고
아내와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국토종단을 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세 식구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 가야 할 날들을 생각하며 걸어갔을 뜨거운 아스팔트길.
나는 곧 세상 밖으로 나갈 것이며, 그곳에서 내가 볼 최초의 것이
사람의 얼굴이기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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