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 이젠 스토리도 가물가물하네.......

2022. 1. 28. 11:02음악/영화. 영화음악

'닥터 지바고'..아름답고 슬픈 위대한 서사극 [김대호의 옛날영화]

김대호 입력 2022. 01. 27. 10:42 수정 2022. 01. 27. 10:45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끝없이 펼쳐진 우랄 산맥의 흰 눈을 가르며 질주하는 증기 기관차, 노란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핀 유리아틴의 들녘 그리고 라라를 뒤쫓다 광장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지바고. . . . . 이 모든 장면을 관통하는 모리스 자르의 ‘라라의 테마.’ 지금도 눈을 감으면 한 편의 수채화 같은 영화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1965년 데이비드 린 감독의 <닥터 지바고>는 원작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의 문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1956년 발표한 동명 장편 소설로 1905년부터 1921년까지의 러시아 혁명,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의사이자 시인인 유리 지바고의 삶과 사랑 그리고 지식인으로서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지만 소련 정부의 압박으로 파스테르나크는 수상을 거부한다.

영화 또한 1994년이 돼서야 러시아에서 첫 상영이 이뤄졌다.

 

 

 

 

지바고와 라라의 슬픈 사랑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간절함과 안타까움을 더한다.
 
8세에 고아가 된 유리 지바고(오마 샤리프)가 그로메코家에 입양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스산한 겨울, 낙엽들이 나뒹구는 황량한 들판에서 지바고 엄마의 장례식이 열린다. 영화는 흙 속에 묻힌 관속의 시신을 보여 준다. 음울하고 비극적인 영화의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듯하다.

정의롭고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지만 나약한 지바고. 그는 러시아 혁명의 현실 앞에서 선택을 보류한 채 고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는 사이 그의 앞에 나타난 두 명의 여자. 한 명은 그로메코家의 고명딸 토냐(제랄딘 채플린-찰리 채플린의 딸)이고 다른 한 명은 운명처럼 다가온 라라(줄리 크리스티). 지바고는 급변하는 시대 상황 처럼 둘 사이를 방황한다. 하지만 지바고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인은 라라였다.

세월이 흘러 초췌하게 병든 지바고가 전차에서 라라를 발견으로 뛰어내리지만 폐병이 도져 쓰러지고 마는데....

지바고 이복동생 예브그라프 장군(알렉 기네스)은 형이 죽은 뒤 지바고와 라라의 사이에 남겨진 딸을 찾는다. 부모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등을 돌려 나가는 조카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쓸쓸히 웃는 예브그라프 장군.......

 

극장을 나선 뒤에도 한동안 영화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 아카데미에서 각색/ 촬영/ 미술/ 의상/ 음악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김대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