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2020. 10. 19. 08:57미술/미술 이야기 (책)

 

 

 

 

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  베를린의 미술과 미술 환경에 관한 에세이 (2010.6.25.)

서적 품절   "괜찮은 책인데 품절이로군."

 

 

 

 

책소개

베를린의 미술과 미술 환경에 관한 에세이『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근래 들어 파리, 뉴욕에 못지않게 전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이 입소문을 타고 베를린에 모여들어 둥지를 틀며 활발하고 다양한 미술 활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예술가의 천국'으로까지 불린다.

도대체 베를린에 어떤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일까? 젊은 예술가들은 베를린의 그 무엇이 그토록 맘에 드는 걸까?

여기에 의문을 가진 저자가 유학 시절의 경험과 2008년 두 달 동안 머무르며 샅샅이 답사한 것을 바탕으로,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딛고 '예술가의 천국'으로 발돋움한 베를린의 미술 현장을 생생하게 보고한다.

 

저자 : 조이한
저자 조이한은 서울에서 태어나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1992년 독일로 유학가기 전까지 노동자 문화운동연합에서 가수로 활동했다.

독일 유학 중에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미술사젠더학을 공부했다.

2005년에 귀국하여 인하대, 경원대 대학원, 서강대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겨레 문화센터, 문예 아카데미, 상상마당 등에서도 일반인들을 위한 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천.천.히 그림읽기』, 『그림에 갇힌 남자』, 『위험한 미술관』, 『혼돈의 시대를 기록한 고야』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이 그림책은 왜 비쌀까』, 『게르하르트 리히터: 독일에서 온 화가』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 과연 예술가 천국이 있을까?

│제1장│베를린 사람들

외딴 대도시
느긋한 시간, 소박한 사람들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베를린 천사의 시

 

 

유년기의 노래
페터 한트케 지음

그가 아이였을 때
그 아이는 두 팔을 흔들며 걸었지.
걸으면서 생각했지.
시냇물이 강물이 되면 좋을 거야.
강물이 폭포가 되면 좋을 거야.
진흙탕물이 바다가 되면 좋을 거야.


그가 아이였을 때
자기가 아이라는 것을 몰랐지.
모든 것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었고
모든 영혼들은 하나였었지.

그가 아이였을 때
그는 어떤 의견도 없었고
습관도 없었지.
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도
느닷없이 뛰쳐나가곤 했지.
머리칼은 멋대로 뻗쳐있었고
사진 찍을 때 억지 표정을 짓지도 않았지.

그가 아이였을 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지.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닌 거지?
왜 나는 저기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지?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지? 우주는 어디가 끝이지?
지금 내가 사는 것은 그냥 꿈을 꾸는 것은 아닐까?
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것들이
진짜 세상이 아니고 착각은 아닐까?
사람들을 왜 악을 저지르지?
악은 진짜 존재하는 걸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는
지금의 내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지금의 내가 사라지는
그런 날이 온다는 게 말이 되나?

그가 아이였을 때
시금치, 콩, 밥이 목을 메이게 하곤 했지.
이제 어른이 되어서 누가 먹으라고 시키진 않지만
그는 지금도 이런 것들을 먹고 있지.

그가 아이였을 때
그는 한밤중에 깨어 잠자리를 낯설어 하곤 했었지.
지금도 그는 계속 이러고 있지.
아이였을 때 아름다운 사람들이 참 많았지.
지금도 운이 좋으면 몇몇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긴 하지만.

천국을 뚜렷이 그려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고
무는 전혀 생각할 수 없고
무를 생각하면 진저리를 치곤하지.

그가 아이였을 때
정말 신나게 놀곤 했지.
지금도 그때처럼 마음이 들뜨기도 하나
생업과 관련해서만 그렇지.

그가 아이였을 때
사과 하나 빵 한 덩이면 충분했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

그가 아이였을 때
열매들을 손에 가득 움켜쥐곤 했지.
그건 지금도 그렇지만.
갓 따낸 호두를 깨물면 혀끝에 떫은맛을 느꼈는데
그건 지금도 그렇지.
산에만 오르면 더 높은 산에 올라봤으면
도시를 보면 더 큰 도시에 가봤으면
했었는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
나무 꼭대기에 있는 열매를 따려고 발돋움을 하곤 했는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
낯선 사람을 보면 수줍음을 탔었는데
그건 지금도 그래.
겨울이면 첫눈을 기다리곤 했는데
그건 지금도 그렇지.

그가 아이였을 때
뾰족한 작대기를 창처럼 던져 나무에 꽂곤 했지.
그 작대기는 지금도 나무에 꽂힌 채 바르르 떨고 있지.

 


운터 덴 린덴 거리에서
슐라흐텐제, 그리고 몸의 자유

 

왜 우리는 항상 몸을 性과 연결지어 생각할까?

 


히치하이커를 만나다
개와 남자의 공통점
기다려도 칭얼대지 않기
대학과 대학생 이야기

 

훔볼트 대학 본관에 적힌 칼 마르크스의 文章

 

"철학자들은 단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살기 좋은 도시, 무뚝뚝한 사람들
자전거 천국
사라진 것과 남은 것

 

에른스트 텔만의 동상

 

1993년 여름, 구 동독의 예술원 입구에서 전시한 돌더미 위에 쓰러진 레닌 동상을 보았다. 영화에 나온 바로 그 동상일 것이다. 레닌 동상과 더불어 동독 이후에 구 동독 지역에 자리한 사회주의를 연상시ㅣ는 모든 동상이 일시에 사라졌다. 칼 립크네히트 동상도 없어지고 로자 룩셈부르그 두상도 사라졌다.

 

 


│제2장│베를린 미술

ㆍ베를린의 미술관


박물관으로 가득 찬 도시
회화 박물관

 

 

 

 


구 국립 미술관

 

이 미술관에는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것은 독일 미술 컬렉션이다.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아놀드 뵈클린,  아돌프 멘젤 등의 수집품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이들 컬렉션은 괴장히 훌륭하다. 독일 19세기 미술을 보고싶다면 주저없이 이곳으로 가면된다.

 


케테 콜비츠 미술관
신 국립 미술관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
베를리니쉐 갈러리

ㆍ거리에서 만난 미술


예술가의 천국이라고?
예술가여, 빈 건물을 점령하라
타켈레스에서 만난 젊은 작가들
68 혁명과 예술 : 예술 + 반항
베를린의 낙서화
성공한 작가의 공식

ㆍ예술가를 위한 정책


예술 같은 예술가 지원
예술대학 작업실 '룬트강'
기억, 기억, 기억의 도시



에필로그 : 조건과 예술 사이의 접점 찾기

 

 

 

출판사서평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딛고 ‘예술가의 천국’으로 발돋움한
베를린의 미술 현장 보고서!


이 책은 한마디로 베를린에 관한 미술 에세이다.

뉴욕도 아니고, 파리도 아니고 하필 베를린이라니 의아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알다시피 현대 예술의 장이 열린 후 파리와 뉴욕이 순차적으로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그 가운데 독일은 한동안 프랑스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에 시달리고,

미국발 예술 자본의 폭격을 맞으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 문화를 가꾸어 왔다.

초기 아방가르드 활동에서 독일 미술의 특색을 잘 보여 준 표현주의가 그렇고, 현대의 신표현주의가 그렇다.

그렇지만 현대미술의 메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런데 근래 들어 파리, 뉴욕에 못지않게

전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이 입소문을 타고 베를린에 모여들어 둥지를 틀며 활발하고 다양한 미술 활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예술가의 천국’으로까지 불린다.

도대체 베를린에 어떤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일까?

젊은 예술가들은 베를린의 그 무엇이 그토록 맘에 드는 걸까?

바로 이 지점에서 글쓴이의 끈질긴 탐색이 시작된다.
예술가가 특별히 선호하는 도시가 되려면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예술에 우호적인 사람들, 예술가를 위한 실속 있는 정책, 싸고 편리한 작업실 여건과 같이 외적인 면뿐만 아니라

자유분방하고 창조적인 영감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예술적인 분위기가 필요한 것이다.
지은이는 2008년 여름 베를린에 머물며 미술관과 길거리를 발바닥이 닳도록 돌아다니며 그 해답을 찾아 헤매었다.

특기할 것은 지은이의 시선이 대단히 현실적이며 실속 있다는 것이다.

작가를 만나면 으레 ‘도대체 어떻게 먹고사는지’를 묻고 다닌다.

그런데 그 대답에 결국 베를린이 예술가들의 천국이 된 까닭이 있다.

이런 직접적인 취재기에다 지은이가 베를린에서 13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하며 경험하고 느낀

베를린의 문화적?예술적 환경과 분위기를 함께 담고 있어,

이 책은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는 ‘베를린 미술 보고서’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역사의 격동을 거친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됨은 물론이고,

굴곡 많은 역사 속에서 지켜 온 미술 유산을 접하고,

지금 현재 미술 방면에서 벌어지는 새롭고 다양한 움직임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주요 내용과 특징
.

베를린 사람들 - 베를린 미술의 자양분


이 책은 베를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도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하며 산뜻하게 출발한다.

정신없이 바쁜 여느 대도시의 모습과 달리 느리고 천천히 여유롭게 살아가는 베를린 사람들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본격적으로 살펴볼 베를린의 미술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기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 지은이는 베를린의 위치가 유럽의 다른 큰 도시와 달리 외따로 떨어져 있어

관광객들로 가득한 도시가 아니라 조용하고 소박한 도시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저마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여행 중에 혹은 유학 중에 베를린에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이 도시 특유의 매력을 실감나게 전해 준다.
베를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통해

조용하고 느린, 그러나 자유분방한 도시 베를린에 실제로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새롭게 단장한 고층빌딩은 있어도 대형 광고판이나 어지러운 상점 간판이 없는 깨끗하고 담백한 거리 모습,

햇빛만 나면 그 점잖고 무뚝뚝한 독일 사람들이 훌러덩 옷을 벗어던지고 햇볕바라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베를린 미술 - 예술가들을 지원해 주는 미술 환경 

-「베를린의 미술관」에서는 미술관으로 가득 찬 베를린의 미술 유산을 살핀다.

180곳의 박물관과 미술관 중에서 다른 매체에서 자주 다루는 미술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꼭 한번은 둘러보아야 할 6곳의 미술관을 중점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들 미술관 순례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양미술의 역사적 흐름까지 정리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거리에서 만난 미술」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빈 건물을 점령하여 작업실로 삼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활기 넘치는 이야기(예술 스?),

도시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익명의 예술가들의 반란인 낙서화(그라피티)는

그 무엇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를 이끌어 가는 베를린의 예술적 분위기를 잘 전해 준다.

또한 이곳에서 성공한 작가, 혹은 작업실이나 길거리에서 만난 예술가들과 나눈 이야기는

예술가들이 특별히 베를린을 사랑하는 까닭을 짐작케 한다.


- 「예술가를 위한 정책」에서는 정부 혹은 각종 기관의 예술가 지원책과 함께

예술품 향유와 소비의 저변이 얼마나 넓고 확고한지를 살펴볼 수 있다.

베를린의 예술가 지원 현황은 가히 환상적인 수준으로, 우리나라 예술가들이 정말 부러워할 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베를린의 미술관

 

 

박물관으로 가득 찬 도시

 

베를린에는 백팔십 군데 정도의 미술관, 박물관이 있다.

그 중에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도 있고 베를린 시 소속도 있으며 개인의 소장품으로 구성된 소규모 박물관도 있다.

여름과 겨울, 일년에 두 번 벌어지는 박물관의 긴 밤 행사 때는

베를린에 있는 모든 미술관, 박물관이 새벽까지 문을 열어 놓고 관람객을 맞는데

그때 돌아보면 베를린 전역이 박물관이나 수집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회화 박물관 GEMALDE GALERIE

 

1998년7월12일 개관

1990년 독일이 통일되고 난 후, 동서독으로 나뉜 작품들이 드디어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한 자리에 모였다.

- 베를린 문화광장에 위치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작품 총 1천5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중세부터 낭만주의에 이르기까지,

유럽 회화의 양식 변화와 발전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각 단계의 특징을 잘 드러내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자와 그림의 간격은 전기 감응 장치가 된 줄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닥에 그어진 가늘고 어두운 색의 선에 의해 유지된다.

육각형의 유리천장이 돋보이는 중앙 입구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작품이,

오른쪽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에스파냐, 영국의 작품이 시대를 달리하며 진열되어 있다.

독일 편에는 뒤러, 크라나흐, 홀바인, 알트도르퍼, 숀가우어, 테어부쉬, 안젤리카 카우프만 등의 작품이 있다.

전체적으로 빠진 것 없이 골고루 있다. 마치 미술 백과사전을 이곳에 갖다 놓은 것 같다.

 

 

구 국립 박물관

 

참으로 단아한 건물이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고전주의풍의 이 건물은

중앙 출입문이 있는 아래쪽을 단처럼 사용하여 그 단 위에 여덟 개의 코린트식 원주로 정면을 장식했다.

삼각지붕 꼭대기에는 비너스의 수행원인 우미의 세 여신이 우아하게 서 있고

양끝에 독수리가 어깻죽지를 살짝 들어 올린 모양으로 앉아 있다.

전반적으로 붉은 기운이 도는 이 건물은 단 위에 떠 있는 모양새여서 어쩐지 속세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독일의 19세기 미술을 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곳으로 가면 된다.

아돌프 멘젤은 독일적인 성실함과 근면함, 그리고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보수적 진지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화가다.

19세기 초반에 태어난 그에게 계급의식을 담은 리얼리즘을 보여 주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건 좀 부당하다.

우리는 그의 초상화에서 비록 키는 작지만 어린아이인 적이 없는 책임감 강하고 근면 성실한 따뜻한 마음의 남자를 본다.

 

 

케테 콜비츠 미술관

 

쾨니히스베르그에서 태어난 케테 콜비츠를 기념하는 미술관이 베를린에 있는 까닭은

그녀가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수학하고 그곳에서 강의했으며 생애의 대부분을 여기서 보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풍경화나 정물화를 그리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인간에게 집중되었다.

그 인간은 역사를 만들고 투쟁하고 괴로워하며 타인의 고통에 손을 내미는 존재다.

그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원한 것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현실에 바로 적용되는 예술이었지

예술계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소통되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었다.

케테 콜비츠는 프롤레타리아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고

또 그에 걸맞게 노동자의 투쟁과 삶을 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만

그녀의 작품에서 내가 더 주목하는 것은 어머니로서의 모습이다.

그녀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큰 아들 페터를 잃는다.

이제 막 열여덟살이 된 어린 아들이 참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을 때

그것을 꺾지 못한 그녀는 몇 달 되지도 않아 전사 통보를 받는다.

그 아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그의 몸을 조각으로 만들면서 그녀가 흘렸던 눈물이 얼마나 될지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의 슬픔을 부모라는 작품으로 표현한다.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된다. 이제 이것은 나의 유언이다.

이 요구는 전쟁은 이제 그만!에서처럼 막연한 소원이 아니라 명령이다. 요구다.

-  1941년 일기

 

1942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큰 손자 페터를 또 잃었다.

 

 

신 국립 박물관 (노이에 나치오날 갈러리)

 

회화박물관이 18세기까지의 미술을, 구 국립미술관이 19세기 미술을 주로 전시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20세기 미술, 그중에서도

우리가 고전적 현대미술이라고 부르는 20세기 초반의 아방가르드 작품부터 1960년대까지의 미술을 보여주는 곳이다.

유리로 된 신전 이라고 부른다.

- 사진 촬영 금지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처럼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베를리니쉐 갈러리

 

 

거리에서 만난 미술

 

예술가의 천국이라고?

 

이 세상에서 예술가들을 위한 도시가 있다면 그게 바로 베를린

- 그 첫 번째 이유가 물가가 싸고 아틀리에를 싼값에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베를린에서는 뭔가가 일년 내내 벌어지기 때문이다.

 

예술가여, 빈 건물을 점령하라

 

스쾃(squat)- 무단점거

- 이 말은 원래 빈 건물을 집이 없는 가난한 노동자나 빈민이 점령하여 사는 집단행동을 한 일에서 유래했다.

예술가가 작업실을 위한 움직임으로 활용한 것이 예술스쾃이다.

예술 스쾃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에 전념 할 수 있도록

그 빈 공간을 이용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68혁명과 예술 : 예술+반항

 

1968년은 냉전의 한가운데서 미국, 프랑스, 독일을 거쳐 터키, 체코슬로바키아, 일본까지

청년 운동이 사회의 오랜 관습과 관계를 뒤흔들고 대부분의 것을 뒤바꿔 놓은,

그래서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역사적인 해이다.

이때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의식화되고

양성 평등, 자유로운 성,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을 부르짖었으며

세대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등을 주장했다.

 

·

베를린의 낙서화

 

그라피티(Graffiti)=낙서화

 

처음에는 십대의 또래모임에서 자기 이름이나 그룹 이름을 독특한 서체로 쓰고 다닌 것으로 시작했다.

뉴욕에서 시작해서 유럽으로 번진 이 낙서문화는 베를린에서 꽃을 피워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수십억 원을 가뿐히 오가는 유명한 작품을 소유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예술가의 꿈을 간직한 익명의 누군가가 아무런 대가 없이 그려준 그림을 소중히 여기며 간직하는 모습이다.

사진이 예술의 민주화를 이루게 한 중요한 기술적 발전이라면

거리의 그라피티는 누구나 공짜로 즐기는 진정한 민주주의적 예술이다.

그들은 저작권도 주장하지 않아서

현대미술 책을 쓰고 싶지만 비싼 저작료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이처럼 훌륭한 이미지를 책에다 사용하게 해 준다.

 

 

성공한 작가의 공식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화가 서수경 : 동양화에서 산맥을 그리는 준법으로 사람의 몸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미 성공한 작가들은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누리게 된 이가 다른 예술가들의 열악한 환경을 고민하는 게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성공한 작가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주저함이 없다.

자신이 지닌 장점과 얼마 안되는 최소한의 지식을 그렇듯한 상품으로 포장할 줄 알며

힘 있는 사람에게 충성과 신뢰를 바친다.

많은 예술가에게서 사업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예술적 재능만 가지고는 이 세상에서 이름을 알리고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예술가를 위한 정책

예술 같은 예술가 지원

 

 

예술대학 작업실 룬트강(둘러보기)

 

기억, 기억, 기억의 도시

생각하는 도시-베를린

 

베를린을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역사적 기억을 상기시키는 조형물과 부딪힌다.

1만9천 제곱미터의 부지 위에 2천711개의 회색 콘크리트 정사격형 기둥으로 된 홀로코스트 기념물

나치에 의해 국회의사당이 불탔을 때 희생된 사회민주당 의원들을 추모하는 기념물

아무 영문도 모른채 우체국 버스에 탔다가 가스실로 실려 간 유대인을 기억하는 회색빛 우체국 버스 기념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벽을 기억하기 위해 남겨 둔 수많은 벽화 흔적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최소한의 합리적 제도나 도덕적 가치들은 계속해서 물을 주고 가꾸고 지켜야만 유지할 수 있다.

 

다디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유대인 박물관은 기억에 관한 예술적 기록물이라 할 만하다.

 

 

에필로그 : 조건과 예술 사이의 접점 찾기

 

예술을 통한 소통

 

 

 

 

지은이 조이한

 

서울에서 태어나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후 1992년 독일로 유학가기 전까지 노동자 문화운동연합에서 가수로 활동했다.

독일 유학 중에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미술사와 젠더학을 공부했다.

2005년에 귀국하여 인하대, 경원대 대학원, 서강대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겨레문화센터, 문예 아카데미, 상상마당 등에서도 일반인들을 위한 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천.천.히 그림읽기, 그림에 갇힌 남자, 위험한 미술관, 혼돈의 시대를 기록한 고야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이 그림책은 왜 비쌀까, 게르하르트 리히터: 독일에서 온 화가 가 있다.

 

 

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초판 발행 2010년6월25일

지은이 조이한

펴낸이 조미현

출력 문형사

인쇄 영프린팅

제책 쌍용제책사

디자인 디자인붐

펴낸곳 (주)현암사

등록일 1951년12월24일 10-126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4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