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30
신전라박물지 - 예향의 고장 전북
시 최승범 / 글 조석창
책소개
우리 시대 원로시인 고하 최승범의 신간 ‘신전라박물지’(시간의 물레)가 발간됐다.
고하 최승범 교수가 직접 보고 느낀 전북의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한 편의 시로 엮어냈다.
때론 평범한 것, 가끔은 역사적이고 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 최승범 교수의 시로 소개가 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네 삶과 함께한 것들에 대한 이미지와 생각이 한 편의 시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시의 소재는 신선함도 없고 낯설지도 않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함이 새로 재탄생되는 것에 놀랍기만 하다.
책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곳 뿐 아니라 바쁜 일상생활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곳까지 찾아간다.
100편의 시 중 유일하게 ‘견훤왕릉’만 충청도에 소재해 있을 뿐 99편은 모두 전북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전주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묻어달라는 견훤의 유언을 감안하면 마음만은 이 역시 전북에 있음이 분명하다.
지금은 사라져 흔적조차 없는 전주 선너머 미나리밭이나 모악산 밑 탱자나무 등
신전라박물지는 다루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비록 예전 모습과 달라졌어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을 통해 전북의 변화된 모습을 상기하고,
또 챙겨보는 소중한 기회도 되고 있다.
때문에 비록 소소한 것이라도 한 편의 시를 통해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으며, 특별한 곳은 새로움으로 전달되고 있다.
책은 또 시 100편과 함께 관련 글과 사진을 함께 수록했다.
함축적 언어로 표현된 시가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로 전북중앙신문 조석창 기자가 함께했다.
또 ‘신전라박물지(新全羅博物誌)’ 제호는 전북 유명 서예가 산민 이용이 팔을 걷고 나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100편의 시와 글은 전북중앙신문에 2015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꼬박 2년 동안 연재됐다.
고하 최승범 교수는 “신전라박물지는 프랑스 르느와르 박물지처럼 전북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과거 알고 있던 곳과 현재 찾은 그곳은 너무나 변해있고, 이 변화된 모습을 되챙겨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이런 작업을 또다시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멋진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저자 : 최승범
저자 최승범은 전라북도 남원 출생. 시인. 문학박사.
현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전주 고하문학관 관장.
《현대문학》(1958)에 시조를 발표하여 문단에 오름.
한국문인협회 전북지부장, 한국문화단체총연합회 전북지부장, 한국언어문학회장을 지냈으며, 정운시조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목정문화상, 민족문학상, 제1회 한국시조대상 등을 받음
저서로 《한국수필문학연구》, 《남원의 향기》, 《선악이 모두 나의 스승》, 《시조에세이》, 《풍미기행》, 《한국을 대표하는 빛깔》, 《한국의 먹거리와 풍물》, 《3분 읽고 2분 생각하고》, 《벼슬길의 푸르고 맑은 바람이여》, 《꽃 여인 세월》, 《소리》, 《돌아보며 생각하며》등이 있고, 시집으로 《난 앞에서》, 《자연의 독백》, 《몽골기행》, 《천지에서》, 《가랑잎으로 눈 가리고》, 《향수어린 책》, 그리고 일본어역 시집 《モンゴル紀行》, 《자연의 독백》 등이 있다.
저자 : 조석창
저자 조석창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 졸업
전북대 신문방송 대학원 수료
전북중앙신문 문화부 현재 근무중
2015 전북기자상
목차
■신전라박물지를 시작하면서 / 4
1. (全州鄕校) 소나무와 잣나무 10
송무백열(松茂柏悅) : 소나무가 무성하니 이웃사촌인 잣나무가 기뻐한다
2. (전주한옥마을 동학기념관 앞) 은행알의 맛과 빛 13
3. 물미나리 16
4. 붕어섬 19
5. 탱자이야기 22
6. 귀신사 25
7. 흑석골에서 28
8. 팔학골 31
9. 완산공원 꽃동산 34
10. 가람 고택에서 37
11. 진안 꽃잔디마을 40
12. 금산사 느티나무 43
13. 순창 요강바위 46
14. 한옥마을 제비 49
15. 비비정 52
16. 구룡마을 대나무숲 55
17. 관성묘 58
18. 덕진공원 연꽃 61
19. 되재성당 64
20.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67
21. 동고사 70
22. 위봉폭포 73
23. 아중호수 76
24. 서고사에서 79
25. 삼례책박물관에서 82
26. 완주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85
27. 관음선원에서 88
28. 망경대에서 91
29. 고덕산 덕봉사 94
30. 조해영 가대 우감 97
31. 익산 미륵사지 100
32. 오송제에서 103
33. 성수산 상이암에서 106
34. 오수의견 이야기 109
35. 은행잎 얽힌 추억 112
36. 김제 망해사 115
37. 금강 철새 118
38. 완주 봉서사 121
39. 전주 문학공원 124
40. 전주 진북사 127
41. 진안 메타스퀘이어 길 130
42. 완주 상관 편백나무숲 133
43. 전주 약령시 136
44. 한국도로공사 수목원 139
45. 눈 내린 한옥마을 142
46.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 145
47. 대장촌역 148
48. 임실치즈테마파크 151
49. 장수 논개사당 154
50. 익산 심곡사 157
51. 평화생태공원 160
52. 한글테마광장 163
53. 자만벽화마을 166
54. 정읍 무성서원 169
55. 입점리 고분전시관 172
56. 대승 한지마을 175
57. 지시제 생태공원 178
58. 화산 꽃동산 181
59. 완주 송광사 184
60. 전라감영 터 187
61. 군산 임피역 190
62. 천호가톨릭성물박물관 193
63. 익산 쌍릉 196
64. 초록바위 성지 199
65. 견훤왕릉 202
66. 부안 개암사 205
67. 전주 거북바위 208
68. 전주 조경단 211
69. 익산 나바위성당 214
70. 진안 해바라기마을 217
71. 전주 경기전 220
72. 섬진강 물 문화관 223
73. 류인탁 기념관 226
74. 전주 헌책방거리 229
75. 초남이 성지 232
76. 부안 솔섬 235
77. 정여립 생가... 238
78. 순창 항가터널 241
79. 용담호 사진문화관 244
80. 회안대군 묘 247
81. 권삼득 생가 터 250
82. 전주 다가공원 253
83. 동학농민혁명기념관 256
84. 매창공원 259
85. 마중물 갤러리 262
86. 익산 두동교회 265
87. 장수 향교 268
88. 계화도 간재선생 유지 271
89. 군산 채만식 문학관 274
90. 진안 역사박물관 277
91. 남원 혼불문학관 280
92. 송참봉 민속마을 283
93. 전주 덕진공원 286
94. 부안 청자박물관 289
95. 전주 역사박물관 292
96. 익산 보석박물관 296
97. 순창 장류박물관 299
98.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302
99. 정읍 시립박물관 305
100. 곤지산 숲길 산책로 308
■신전라박물지를 마치며 / 311
책 속으로
귀신사
1.
귀신사 길 챙겨
귀신사 가는 길
얼마만인가
설레는 마음
벚꽃은
일러 피지 않았고
마음 앞서
달리네
2.
주지 스님 연줄의
유엽(柳葉) 야석(也石) 두 선생
귀신사 길 오가며
시 많이 읊었으리
접때 일
우리 문학사
밝혀 두렷
하다네
3.
이쯤 각설하고
입입 전하는
구신석(拘腎石) 음문욕조(陰門浴槽)
들으셨는지 몰라
거시기
귀신사 오늘 얘기는
여기 이만
주리려네
전주에서 금산사 방면으로 가다보면 이정표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서늘할 귀신사다. 귀신과 관련될 것으로 오해할 법하나 사실상 전혀 연관이 없다. 귀신사는 돌아올 귀자와 믿을 신 즉 믿음이 돌아온다는 사찰로 풀이된다.
귀신사는 신라 676년 창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이름은 국신사였는데 임진왜란 때 폐허가 되었다가 1873년 다시 만들어지면서 이름도 현재와 같이 변경됐다. 지금은 조그마한 사찰이지만 중건됐던 고려시대에는 대단히 큰 규모의 대찰로 전해진다.
사찰은 돌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경내가 나온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적광전으로 1985년 보물 제826호로 지정됐다. 17세기 조선시대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적광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목조건물이다. 내부엔 나무로 골격을 만들고 진흙을 붙여가면서 만든 소조불상이 있다. 임진왜란 이후 많은 목조불상들이 훼손된 나머지 불에 강한 흙으로 만들어 사전에 훼손을 방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적광전 뒤 언덕 계단을 오르면 전북유형문화재 제62호인 삼층석탑과 제64호인 석수를 만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석수인데 웅크리고 있는 사자상 위에 남근석이 놓여 있다. 사찰에 남근석이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로, 원래 이곳이 풍수지리적으로 좋지 않은 지역이라 그 기운을 누르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또 내원사찰이 없던 백제시대, 귀신사에 남근석을 두고 왕실 후손을 기원했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내용이야 어떻든 사찰 내 불교와 민간신앙이 결합된 조각상이 존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귀신사가 사람들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소설가 양귀자씨가 소설의 배경을 삼으면서부터다. 양귀자씨는 소설 속에서 귀신사를 자주 언급했다. 그는 귀신사를 ‘신이 돌아오는 자리’라고 표현했다.
“지난 가을 귀신사는 우선 이름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영원을 돌아다니다 지친 신이 쉬러 돌아오는 자리. 이름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없는 절이지만 조용하고 아늑해서 친구는 아들을 데리고 종종 그 절을 찾는다고 했다.”
귀신사는 특이한 것이 또 있다. 남근석이 남성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여성을 상징하는 물건도 만날 수 있다. 대적광전 앞마당 한 구석에 있는 돌로, 당초 용도...는 목욕물을 받는 돌 욕조로 알려져 있지만 쪼개져 있다. 그 형태가 마치 여성을 상징하는 형태로 돼 있어 남성과 여성의 상징물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다.
흑석골에서
1.
남천(南天) 살아 생전
찾지 못한 이 골 찾아
꿈으로 가꾸던
남천의 꿈 헤아려 본다
왜 이리
이리도 허퉁한가
이 꿈의
조각들
2.
어디 선가 금시라도
나올 것만 같아
인기척 하며
기웃거려도
주인은
대구가 없다
적적할 뿐
괴괴할 뿐
3.
남천 생시의 꿈
흑석골 미술관에
우리들 울역의 힘
모을 수는 없을까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고
햇살은 또
어떻고
4.
흑석골 내림길 서서
잠시 뒤를 돌아본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
한 가락
옛노래를 짚어본다
다릿심이
풀린다
전주 서학동 일원에 있는 흑석골은 불리는 이름이 많다. 바위가 절반 흙이 절반이라 반석리(半石里)라 불리고, 이 바위가 모두 검은빛을 띠고 있어 흑석골(黑石)로 알려져 있다. 또 일 년 내내 계곡물이 마르지 않아 전주 특산물인 한지생산공장이 많아 한지골(韓紙)로도 불렸다. 하늘과 땅, 사람과 자연이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서로를 섬기며 살던 고장이었다. 인근에 흐르는 보광재 계곡의 물은 풍부한 수량을 자랑했으며, 흑석골의 상징인 검은색 바위들은 계곡 이곳저곳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곳은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 인적이 뜸한 곳이었다. 전주에서 평화동으로 가는 길목에서 좁게 난 길로 접어야만 접할 수 있는 소외된 곳이었다. 하지만 개발붐이 이곳에도 미치기 시작했고 한지공장이나 옛 풍토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 공간엔 아파트와 상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 찾은 흑석골은 십여 년 전 모습과 영 딴판이다. 도랑이 흐르고 새 소리로 가득했던 옛 모습은 간데없고 사람들이 붐비는 여느 동네와 같다. 한지를 생산했다는 공장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말 없는 물만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
흑석골이 전주문화계 인사들로 관심을 받은 것은 남천 송수남 화백 때문이다. 2003년 홍익대를 퇴임한 그는 5년 전 이곳 흑석골에 보금자리를 폈다. ‘새로운 한국화의 정립’이란 기치 아래 동양의 고유한 정신을 추구했던 그는 흑석골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작품 활동에 정진했다. 그의 말동무들이 이곳을 자주 들렸고, 노 화백의 귀향을 환영하는 주민들의 현수막도 걸릴 정도였다. 하지만 남천은 귀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머물렀던 흑석골엔 멋들어진 살림집과 작업실이 있지만 주인 손을 타지 않은 티가 물씬 풍긴다.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정원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살아 생전 작업해왔던 각종 도구와 캔버스만이 작업실을 지키고 있다.
지금도 흑석골은 공사가 한창이다. 하천 복개작업을 위한 공사장비들이 방문자의 발길을 어지럽게 하고 있으며, 풍경이 으뜸인 산 속엔 음식점들로 가득하다. 인위적인 개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옛 풍경을 기억하는 사람들로선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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