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빨강은 없다』

2019. 5. 17. 20:29미술/미술 이야기 (책)






똑같은 빨강은 없다(창비청소년문고 32)  2018. 10. 26


똑같은 빨강은 없다(창비청소년문고)
-  교과서에 다 담지 못한 미술 이야기


저자 : 김경서  불광중학교 교사.
홍익대 서양학과 / 미학 전공. 동국대 철학박사과정 수료.
미술평론가로 전시기획 및 비평활동.
미술비평서와 미술교과서 집필.






책소개

그림은 언제부터 액자 속에 있게 됐을까?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은 어떻게 다를까? 마음을 담아 그리면 모두가 알아줄까? 『똑같은 빨강은 없다』는 미술을 둘러싼 여러 질문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다채로운 미술 세계로 안내하는 교양서이다. 미술을 좋아하는 중학생 보라와 미술 선생님이 친근한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쓰여 더욱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저자 김경서는 현직 미술 교사이자 다수의 미술 평론과 기획을 이끌어 온 미술 비평가이다.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를 수차례 집필한 베테랑 교사답게 저자는 깊이 있는 지식을 알기 쉽게 오목조목 설명한다. 고대 쇼베 동굴 벽화부터 서울 석촌호수에 뜬 러버덕까지 다양한 작품을 아우르며 미술을 제대로 느끼고, 표현하고, 감상하는 법을 전한다. 『똑같은 빨강은 없다』는 청소년들이 문화 예술을 향유하고 존중할 줄 아는 시민으로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환하게 길을 터 주는 책이다.





목차


액자 속에 갇힌 아름다움
예쁜 것과 아름다운 건 달라
아름다움에는 이유가 있다


실제인 척 눈을 속이기
마음을 담아 그린다면 알아줄까
때로는 재료가 전부다
언제나 똑같은 빨강은 없다
미술관 밖에서 미술하기
표현하는 과정도 미술이 된다


미술 작품에 담긴 이야기
미술 작품에 비친 세상
생각을 바꾼 미술가들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는 미술가들
제대로 미술을 읽는 법

 





1.  바니타스 정물화


하르멘 스텐비크 - 바니타스의 알레고리(1640년)

'바니타스'는 '덧없음' '허무' 등을 의미하지. 바니타스 정물화는 허영과 사치를 경계하고 절제와 금욕을 권장하는 칼뱅주의와 맞물려 유행했어. 정물에 등장하는,


1) 책 : 지식에 대한 탐닉은 인간에게 오만과 편견을 가져오기도 하고, 지식을 무기로 잘못된 권력을 행사하기도 하여 책은 이런 잘못된 지식을 경계하는 상징으로써,,

2) 리코더와 오보에 등의 악기는 구혼과 사랑의 행위에 흔히 동원되는 것들인데, 감각적이고 충동적인 사랑의 허망함을 상징하여,,

3) 일본도와 조개껍데기는 진귀한 수집품으로 富를 상징하였다.

4) 술병은 일시적인 쾌락을 경계하는 의미로써,,

5) 태엽시계는 우리가 지상에 머무는 시간의 유한함을 상징하고,,

6) 램프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간 존재의 허무를 상징하는 거지.








2. 뒤샹의 <샘>



"우선 변기는 아름답지가 않아요. 변기를 만든 사람이 예쁘게 만들려고는 했겠지만 대단한 미적 감각을 발휘해 만든 작품이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이 변기는 뒤샹이 직접 만들지도 않았잖아요. 작품은 예술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게다가 이런 변기는 우리가 흔하게 볼 수가 있잖아요."


네 말을 요약을 하자면 ─,,

첫째, 아름답지 않다.

둘째 작가가 예술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셋째 똑같은 작품이 많다.


거꾸로 이 말을 뒤집으면 ─,,

첫째, 예술은 아름다워야 한다.

둘째, 작가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셋째, 독창적이어야 한다.


뒤샹은 처음부터 자신의 작품이 예술이라고 불리우는 걸 거부했어. 예술을 새롭게 정의 내리는 것, 뒤샹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에 대한 개념이 자유로운 창작이나 솔직한 감상을 방해한다고 여겼거든. 예술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려야 비로소 작품 보는 눈이 열린다고 생각했지.

클로드 모네가 <인상- 해돋이>를 발표했을 때도 지금의 뒤샹에 대한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 당시의 비평가들은 이건 미술작품이 될 수 없다고 거세게 비판했지. 전달하려는 의미도 없고, 형태도 불분명하고, 그리는 솜씨나 노력도 형편없다고 말이야.


뒤샹은 미술가가 직접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한 거야. "1) 제작자가 아니라 발견하는 자가 예술을 만드는 것이며, 2) 세상의 모든 기성품들도 작품이 될 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 다섯 살 된 어린아이의 눈에는 모든 게 놀랍고 새로운 거야. 하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모든 게 시큰둥하지.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서 그것이 아름다운지, 얼마나 놀라운 창조물인지 느낄 수 없게 되어 버렸어. 뒤샹은 이렇게 익숙해지고 무디어진 우리의 감성에 새로운 자극을 주려고 했던 거야. 눈감은 것이나 다름 없었던 우리의 눈을 미술관이라는 장소 변화를 통해서 눈뜨게 하려 했던 거지.


뒤샹의 작품 경향을 <다다이즘>이라고도 하고 <개념미술>이라고도 해. (* 다다는 '어린아이의 장난감 목마'를 가르키는 프랑스 말로 '아무런 의미 없음'을 뜻함.)  액자에 걸린 회화작품이나 조각품처럼 色과 形으로 완성된 제작의 결과물만을 미술이라고 불렀던 기존의 사고를 부정하고, 진짜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을 예술이라고 여기고 감동을 느끼도록 만는 생각, 즉 조형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 그 자체가 미술이라고 주장한 거야.






3. 게릴라 걸스







1985년 뉴욕에서 ‘미술계의 양심’ 게릴라 걸스가 결성되다

 

“뉴욕 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 맥샤인(Kynaston McShine)은 이런 말을 했죠. ‘이번 전시에 포함되지 않은 작가는 그의(his) 경력을 의심해봐야 될 것이다.’ 그의 경력이라니, 이 전시가 남자들만의 것인가요? 그의 말은 우리를 분노하게 했어요”1985년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MoMA, Museum of Modern Art)에서 전시를 하나 열었다. 그것은 ‘An International Survey of Painting and Sculpture(회화와 조각 국제 총람)’ 이었다. 모마(MoMA)는 전시를 위해 세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the most significant) 현대 작가들을 초청했다. 총 169명의 예술가들이 초대받았다. 그러나 그 중 여성은 단 13명이었다. 그 사건은 게릴라 걸스를 성난 고릴라로 만든 시작점이었다.

 

“우리는 죽은 여성 예술가들의 이름을 사용하며 고릴라 마스크를 쓰고 공공장소에 나타난다”

 

“우린 우리가 정확히 몇 명인지 그리고 누구인지 절대 말하지 않아요.” 게릴라 걸스는 자신의 정체를 꽁꽁 숨기는 ‘비밀 결사대’다. 게릴라 걸스가 누군지, 몇 명인지 궁금하더라도 참아라. 게릴라 걸스의 멤버가 되기 전까진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던가. 세 번의 물음 끝에 게릴라 걸스가 약간의 힌트를 주었다.


“우리의 첫 시작은 7명의 여성 화가들이었어요. 그런데 두 번째 모임에서도 7명이 있었냐면 그건 아니에요. 게릴라 걸스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 수십 년 동안 55명의 여성들이 게릴라 걸스를 거쳐 갔어요. 몇 주 만에 떠난 사람도 있고 여전히 게릴라 걸스 곁에 남아있는 사람도 있죠. 어쨌거나 우리는 늘 ‘소수정예부대‘를 유지 했답니다.” 게릴라 걸스가 정체를 숨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말 그대로 ‘정체를 숨기고 싶어서’다. 그녀들은 자신의 개성보단 ‘이슈’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익명성을 유지한다. 이를 위해 본명 대신 가명을 사용하고 얼굴을 드러내는 대신 고릴라 마스크를 쓴다. 게릴라 걸스가 변장을 위해 쓰고 다니는 고릴라 마스크에는 재미난 일화가 숨어있다.


“우리 모임의 초창기 구성원 중 철자(spelling)를 잘 틀리던 ‘게릴라 걸’이 있었어요. 한번은 그녀가 ‘게릴라(guerrilla)’를 ‘고릴라(gorilla)’로 잘못 썼는데 그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그때부터 우리는 고릴라 마스크를 쓰기 시작 했어요” 그들의 주된 활동은 포스터·스티커 붙이기, 책 출판, 옥외광고 등이다. 게릴라 걸스는 이런 방식을 통해 예술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을 폭로한다.

 

재밌는 페미니스트, 게릴라 걸스 

 

 

 

 
 


△19세기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앵그르의 <오달리스크> 패러디 포스터

“게릴라 걸스의 포스터는 발칙하다. 그들은 통계를 활용한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에게 망신을 준다. 즉 그들의 작업이 먹혔다는 뜻이다” - 미국 <미술 잡지> Arts Magazine 


게릴라 걸스는 ‘유쾌한 전도자’다. 그녀들은 유머를 통해 ‘이슈’를 전달한다. 그들의 작업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앵그르의 <오달리스크>를 패러디한 포스터다.1989년 게릴라 걸스는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발가벗어야만 하는가?”(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라는 질문을 던졌다.


미국 최대 미술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근대미술’ 부문에 여성 미술가의 작품은 5%밖에 걸려 있지 않지만 ‘발가벗은 여성의 누드화’는 85%를 차지한다. 불편한 진실이다.게릴라 걸스는 통계를 활용해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 ‘이것은 나빠!’, ‘성차별은 잘못됐어!’라고 화내지 않는다. 유머는 그녀들의 비밀병기다.

 

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게릴라 걸스


영국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H.J.Gombrich)의 책에는 여성 미술가의 작품이 단 한 점도 없다.1950년 출간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는 미술의 역사에서 ‘성경’과 같은 존재다.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이자 기본서다. 그러나 1000페이지가 넘고 실린 작품도 1000점이 넘는 이 방대한 책에는 여성 미술가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기존 미술의 역사는 남성 중심의 역사이자 편견과 차별의 역사다.


게릴라 걸스는 오늘도 ‘남성들의 미술사’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녀들은 계속 싸울 것이다, 여성예술가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때까지. 게릴라 걸스의 노력으로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제 16차 개정증보판에는 한 명의 여성 화가가 추가됐다. 바로 케테 콜비츠다. 실린 작품의 수는 단 한 점. 굶어죽은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를 그린 <궁핍>이다.


게릴라 걸스는 말한다.“우리가 ‘차별’에 대한 작업을 전시했던 미술관들은 우리의 포스터를 그들의 컬렉션에 추가했어요. 도서관들은 우리의 포스터들을 보관하고 있지요. 역사 속에서 잊혀진 64명의 여성 화가들을 재조명한 우리의 책 <게릴라 걸스의 서양미술사>(The Guerrilla Girls’ Bedside Companion to the History of Western Art, 1998)는 지금까지 약 100,000부가 팔려 나갔고 여전히 잘 나가고 있죠. 우리의 책은 전 세계적으로 대학 교재로 사용되고 여러 언어로 번역됐어요. 한국에도 있죠(2010년, 마음산책, 우효경 역). 아무쪼록 우리가 이끌어 낸 이러한 관심이 여성 아티스트에게 일어날 변화의 한 부분이 되었으면 해요.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소망입니다”

 

게릴라 걸스가 되고 싶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될 수 있고 그 어디에서도 존재한다”

 

2013년 11월 10일,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나도 게릴라 걸스가 될 수 있나?’ 그들이 답했다. “게릴라 걸스가 되고 싶나요? 우리는 포스터를 만들고 옥외광고를 하고 책을 쓰지요. 그런데 이런 일들을 거대하고 뚱뚱한 집단이 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우린 늘 소수를 유지하죠. 초대를 통해 구성원을 뽑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우리의 서포터(supporter)가 될 수 있어요. 전 세계에는 우리를 돕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것은 정말 행운이고 너무 감사해요. 당신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아요. 먼저 당신 주변으로 우리의 작업들을 마구 퍼뜨려주세요. 그리고 우리를 모델로 삼아서 당신만의 창조적인 행동과 예술을 만들어주세요. 그런데 제 생각에 당신은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출처. 이아림 redelic@naver.com







4. 미술 비평



미술 비평은 기본적으로 미술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미적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가의 개성과 추구하는 경향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거든. 물론 모든 작품마다 각각의 개성ㅇ에 따른 고유 가치가 있다고 한다면 더 이상의 비평은 불가능하겠지. 그래서 자기 나름의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작품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데,,


첫 째, 형식주의적 관점이야. 작품의 형식이 의미를 결정짓는다는 입장이지. 색과 형의 조화, 입체감이나 질감의 표현, 구도의 긴장감 등 시각적인 조형 요소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두 번째, 도구주의적 관점이야. 예술이 사회에 어떤 도구로 작용하는 가.도덕적 가치를 보여주는지, 종교적 이상을 실현하고 있는지, 올바른 정치적 이념을 나타내는지 등에 초점을 두는 거야.


세 번째, 심리주의적 관점은 작품에 반영된 작가의 무의식과 심리적 변화에 중점을 두고 비평을 하지. 심리학 생리학 정신분석학 등을 통해서 에술가의 창작과정과 감상자의 이해과정을 설명하려고 하지.


네 번째, 사회맥락적 관점에서 사회환경이나 문화적 배경과 관련지어서 해석하기도 해. 작품이 생겨나게 된 상황, 사회에 미치는 효과, 다른 예술과 맺고 있는 상호작용 등을 고려하는 거지.


다섯 번째, 인상주의적 관점은 체계적인 이론과 규칙보다는 비평가의 경험과 인상이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이야. 이때는 비평가의 심미적 안목이 중요하지.


언스트 곰브리치는 이런 말을 했어.. "미술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 미술은 시대에 따라 늘 변화하기 때문에 고정된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정의 내릴 수 없다는 뜻이야. 다만 미술작품을 창조하는 미술가들만이 존재한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