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25. 17:32ㆍ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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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펼쳐질 이야기들은 때로 당신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것이고, 때로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도 할 것이다. 아픈 지적에 당신은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고개를 돌리며 책을 닫아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직면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약자들의 입장이며 예술가의 진짜 생각이기 때문이다. 설혹 그것이 당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들이 틀리고 당신이 옳은 것이 아니다. 그들과 당신은 서로 다른 것이다. 그 다른 것을 당신이 인정해 주기를 진정한 예술과 예술가들은 바란다.
그런 불편한 것들을 직면할 때에 우리는 아프게 되지만, 그 상처를 통해서 우리는 성장한다. 아픔이 있어야 이해가 되고, 이해가 있음으로 연민이 생겨나며, 연민이 사랑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개개인들이 넘쳐 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제대로 발전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진짜 예술의 목표이자 예술의 기능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여러 예술 작품들이 여러분에게 손짓할 것이다. 언젠가는 여러분이 그 작품들 하나하나를 다시 펼쳐 보면서, 위대한 작가들의 말에 직접 귀를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다. 권력이나 돈은 더더구나 아니다. 예술은 개인을, 나아가 우리 사회를 더 멋진 정의의 언덕으로 이끌 수 있는 잔 다르크의 깃발이다. 어쩌면 그것은 부패하고 혼탁한 이 시대에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려 타인을 보라. 가난한 자, 불쌍한 자, 부당하게 무시당하고 불이익을 당하는 자들……. 이제 벙어리를 위하여 입을 열고, 들리지 않는 자를 위하여 대신 들어 보자. 그것이 진짜 예술의 태도다. 망설이지 말고 목청을 높이라. 예술의 의무는 인식이며, 예술의 결과는 정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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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소외된 자들의 예술
1 장애인 - 천형으로 짊으진 고통과 모멸
2 추방자 - 떠도는 자들에 의해 탄생한 예술
3 유대인 - 박해와 방랑으로 이어진 수천 년
4 창녀 -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버린 그녀들
5 유색인 - 인종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하는 세상을
6 자살자 - 그들에게 열려 있던 유일한 비상구
7 유기아와 사생아 - 정말 축복받아야 할 아이들
8 성 소수자 - 이해받지 못하는 사랑의 진실
에필로그 - 진짜 예술 같은 세상을 기다리며
나가며 - 잘못과 반성을 거듭한 예술의 여로
저자 박종호
정신과 의사, 오페라 평론가, 문화 예술 칼럼니스트, 풍월당 대표 등 명함이 모자랄 정도로 직함이 많은 박종호. 그의 책 『불멸의 오페라』는 오페라의 바이블로, 그가 운영하는 클래식 전문 음반 매장 ‘풍월당’은 클래식 마니아들의 성지로 유명하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불멸의 오페라』,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등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그가 새 책 『예술은 언제 슬퍼하는가』를 선보인다. 이 책에는 그가 수백 차례 유럽 여행을 다니며 수천 편의 공연을 보고 들은 경험과, 책 뒤편에 밝힌 180여 편에 이르는 책, 영화, 공연 영상 등의 참고 자료를 섭렵한 그의 전방위적 지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한 사람이 시인이자 음악가, 철학자이며 동시에 과학자이자 정치가, 또는 건축가이거나 의사이기도 했다. 시와 음악, 역사와 정치, 문학과 철학을 함께 논하는 종합 예술가이자 교양인들이었다. 그런 예술이 점차 세분화되고 상업화되어 가면서 예술은 추구하던 원래의 목표를 잊고 길을 잃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박수와 칭찬, 돈과 권력, 명예에 취하기 시작했고, 예술 향유자들도 예술은 그저 즐기는 것이라거나 위로받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게 되었다. 심지어 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자랑이나 과시로 삼기도 한다.
이에 박종호는 “예술은 밝은 곳에서 안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가려운 등이나 긁어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잘난 사람들의 남아도는 시간을 때워 주거나, 고급스러운 취미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남과 다른 고상함을 보여 주기 위해, 그렇게 해서 자신의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해 예술이 존재하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라고 말한다.
● 예술, 우리의 마지막 희망
그렇다면 도대체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예로부터 예술은 주로 약자들, 소수자들, 소외된 자들에 관해 이야기해 왔다. 그리고 예술가 그 자신들 역시 소외된 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사회가 가진 편견과 무지, 인간의 탐욕, 위선적인 체제, 그리고 종교와 권력의 이기주의에 의해서 희생당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대신해서 외치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다. 그것이 예술가의 소명이다. 저자는 “어두운 곳을 비추고 지치고 버려진 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말한다.
예술이 소외되고 버려진 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수많은 문학, 연극, 음악, 오페라, 미술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약자들이었다. 가장 화려해 보이는 장르인 오페라만 봐도, 『나비 부인』의 초초상은 소녀 가장,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는 매춘부, 『카르멘』의 주인공은 집시, 『리골레토』의 주인공은 장애인이다. 이처럼 예술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노예, 포로, 추방자, 창녀, 병자, 장애인, 유색인, 광대, 부랑자 등 사회의 약자들, 즉 소외된 자들이다.
박종호가 이전의 책들에서 주로 개별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왔다면, 이 책에서는 여러 작품들이 품고 있는 주제들을 씨줄로 엮어 이야기한다. 여러 장르의 다양한 명작들 속에서 나타나는 공통되고 중요한 주제들을 선별하고, 그 주제별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대표적인 소수자들인 “장애인, 추방자, 유대인, 창녀, 유색인, 자살자, 유기아와 사생아, 성 소수자” 등 여덟 가지의 주제 아래, 음악, 문학, 영화 등 여러 예술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나의 주제가 여러 종류의 예술 속에서 어떻게 형태와 시각을 달리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나는가를 살펴본다. 또한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보다 더 극적인 예술가들의 삶과 사상도 함께 조명한다. 타고난 스토리텔러인 박종호의 종횡무진하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그가 언급하는 여러 예술 작품들을 직접 찾아서 보고 듣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예술은 “사사로운 욕심에 함몰되었던 우리에게 세계를 열어 주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진리를 드러내는 것”이며, “삶과 실천 사이에서, 개인의 윤리와 세상의 정의 문제를 마주쳐 보고, 자신의 인식과 세계 사이의 간극에 막막해지는 것”이다. 우리를 불편하고 아프게 하는 것, 그것이 진짜 예술이다. 예술이 주는 고통을 견뎌 낼 때, 비로소 내 속에서 진정한 예술이 된다. 카프카의 말처럼, 진정한 예술은 “사람들의 얼어붙은 내면의 얼음을 깨는 도끼 같은 것”이다.
예술이 슬퍼할 때, 예술이 진정으로 눈물 흘릴 때, 비로소 우리는 지고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예술이고, 그런 예술이야말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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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태와 치장이 예술의 전부가 아니다." - 케테 콜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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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나라라지만, 책을 냈다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자치단체와 기관들이 우후죽순으로 건립한 공연장들은 텅텅 비어 있는데, 너나 나나 음악가고 성악가고 작곡가다. 명함에 화가고 시인에 수필가라고 파서 다니는 사람도 참 많다. 온통 예술을 한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예술의 나라가 되었는가? 점점 더 아름답고 예술적인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가?
한 명의 연주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을 익히는 데 하루 10시간 이상의 연습에 10년 이상의 세월을 한 악기에 다 바친다. 그리하여 드디어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베토벤의 소나타를 제법 연주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면, 이제 그는 예술가가 된 것인가?
기교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음성이 아름다운 성악가, 알아준다는 건축가, 잘나간다는 사진가들은 많지만, 그글의 예술이 과연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키는가? 예술이 이렇게 발전하고 예술가가 이렇게 많은 사회라지만, 그 예술이 우리의 내부에서 무엇을 움직이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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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는 한 사람의 인물이 시인이자 음악가였으며 철학자였다. 동시에 과학자이자 정치가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건축가이거나 의사일 수도 있었다. 당시의 문화의 중심은 그리스 비극의 공연이었는데, 그 비극은 무대 위의 연극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 음악, 무용, 미술이 한꺼번에 다 녹아 있었다. 그리고 관객도 온몸으로 그 예술을 접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편의를 위해 각 영역으로 나뉘어 대본은 극작가가, 음악은 작곡가 연주가가, 무대미술은 화가가, 연기는 배우가 맡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각자의 영역이 기술적으로는 보다 세밀히 발달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예술이 추구하던 원래의 목표를 조금씩 잊어 갔다.
목표를 잊어버린 그들은 더 아름답고 기교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좇아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수한 이들이 미로 속에서 한번 길을 잃고는 영영 다시 돌아올 줄 모르는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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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예술들은 다 같은 것이다. 세세한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르와 방식은 다르나 내용과 지향하는 바는 동일하다. 그들은 세상과 인간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빛이 닿지 않는 세상과 양지에서 멀어진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두운 곳을 비추며 지치고 버려진 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예술이다.
예술은 밝은 곳에서 안주하는 사람들만 위로하고 그들의 가려운 등이나 긁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잘난 사람들의 남아도는 시간을 때워주거나, 고급스런 취미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남다른 고상함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해서 자신의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해 예술이 존재하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카프카의 말처럼 진정한 예술은 "사람들의 얼어붙은 내면의 얼음을 깨는 도끼같은 것"이다. 약자들은 약자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표현할 능력이 없다. 그들을 대신해 외쳐야 하는 사람이 예술가다. 그것이 예술의 소명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다. 권력이나 돈이 아니다. 예술은 개인을, 나아가 우리 시회를 더 멋진 정의의 언덕으로 이끌 수 있는 잔 다르크의 깃발이다. 부패하고 혼탁한 이 시대에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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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극장에서 하는 공연은 오직 그곳을 자주 쉽게 드나드는 '그들만의 잔치'이자 '그들만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 명작이라고 알려진 작품들은 대부분은 불쌍하고 외롭고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다》의 주인공 아이다, 《나비부인》의 초초상, 《라 보엠》의 미미,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카르멘》과 《리골레토》의 주인공 카르멘, 리골레토……. 이렇게 유명한 오페라의 주인공들은 거의가 노예, 포로, 망명자, 창녀, 하녀, 병자, 집시, 광대, 부랑자 등 모두 사회의 마이너리티 즉 소수자이며 동시에 약자들이다. 그런데 어느날 그들의 창문에도 따스한 햇볕이 들 듯이 인간다운 사랑이 한번 찾아온다.
예술은 약자에 대한 위로는 될 수 있을지언정 강자에 대한 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예술은 이 땅의 잘못된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강자들의 정신을 깨우는 것이다. 세상이 앓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주어서 그들의 의식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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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다수자가 되고 싶지만 될 수가 없어서 소수자가 되는 사람이 있고, 일부러 소수자를 택하는 사람이 있다. 두번째 부류, 즉 자발적 소수자는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택해서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적잖은 예술가들과 예술 속의 주인공들이 이 자발적 소수자의 부류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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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의 평등을 약속하고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며
영광의 빛에 둘러싸여 우리의 자랑스러운 항구에 서 있는 저 여인아.
말해다오, 네 딸들이 이토록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사는 이유를.
건방지거나 무례하다고는 여기지 말아다오.
눈을 가리고 있는 정의의 여신아.
그대는 오직 인류의 절반만을 위해 봉사하는 바람둥이 여인.
─ 앨리스 듀어 밀러(1874-19420,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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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은 백년과객이요 오고가는 해[年] 또한 나그네.
뱃전에 인생을 띄워 보내고 말고삐를 붙잡은 채 늙음을 맞는 사람은
하루하루가 나그네길이며 나그네길이 바로 내 집이네.
옛사람들도 무수히 나그네 길에서 생을 마쳤던 것을.
언제부터인가 나도 조각구름 쓸어가는 바람에 이끌려
방랑벽을 가눌 수 없네.
*
방랑에 병들어
꿈은 마른 들판을
헤매고 돈다.
─ 마츠오 바쇼(1644-1694) 하이쿠 최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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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고 성공했고 부자이고 깨끗한 사람에게는 서로 우리 교회로 오라고 열심히 권유한다. 하지만 교회 앞에서 구걸하는 거지에게는 동전만 던져줄 뿐 교회에 함께 들어가자고 선뜻 소매를 잡지 않는다.
프랑스의 위대한 예술가인 빅토르 위고는 그의 많은 소설을 통해 평생 소수자들을 웅변했다. 위고는 죽기 직전에 그가 인세로 모은 5만 프랑의 재산을 극빈자들에게 기부하면서 이런 간략한 유언을 남겼다.
"가난한 사람들 앞으로 5만 프랑을 남긴다.
나의 운구는 극빈자들의 장례 마차를 이용해 주기 바란다.
교회에서 하는 어떠한 형태의 추도 예식도 거절한다.
바라는 것은 영혼으로부터 나오는 기도이다.
나는 신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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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유배지에서도 '여덟 가지 친구'를 만날 수 있으니 외롭지만은 않다"고 말하여 '팔우(八友)'라고 이름 붙인 유배지의 친구들은 바람, 달, 구름, 비, 산, 물, 꽃, 버들이다. 그 벗들을 만나서 즐기는 것을 - 음풍, 농월, 간운(看雲), 대우(對雨), 등산, 임수, 방화(訪花), 그리고 수류(隨柳)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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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에 나치가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그들이 노조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조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왔다.
그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독일의 신학자, 목사,, 마르틴 니묄러
유대인 망명자 중에 특히 예술가의 비율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1933년 나치 집권 첫해에만 3만 7천 명의 유대인이 독일을 떠났는데, 그중 음악가만 4,000명에 달했다.
베르디 /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Verdi / Hebrew Slaves' chorus
베르디 / 나부코[ Nabucco , Nebuchadnezzar ]
이 곡은 성서에 나오는 영웅 바빌론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1842년 밀라노의 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아내의 사망과 오페라 《하루만의 왕》의 실패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던 베르디가, 뒤에 결혼하게 되는 조세피나와 스칼라극장의 지배인 밀레리의 격려 속에 작곡한 이 오페라는 때마침 오스트리아의 압정하에 있었던
밀라노 사람들에게 강렬한 자극을 주었다.
특히 3막에 나오는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으로 오늘날 더욱 유명하다. 베르디 자신이 “이 오페라는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났다”고
술회했듯이 이 작품의 성공은 그의 이름을 전 유럽에 떨치게 하였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베르디가 조국 이탈리아의 독립을 열망하면서 작곡한 음악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탈리아인들은 베르디에 대한 경의와 더불어 애국심을 담아 이 곡의 앙코르 연주를 요청한다. 물론 연주가 훌륭한 경우에 한해서다. 베르디의 첫 히트작으로, 이 작품을 만들면서부터 베르디의 찬란한 경력이 시작된다. <나부코>가 대성공을 거둔 것은 주제 선택을 잘했기 때문이며당시 외세의 억압을 받고 있던 이탈리아의 상황에 적합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서곡의 주제 음악은 막이 바뀔 때마다 계속되는데, 억압에 대한 저항을 뚜렷이 나타내는 음악이다.
막이 열리면 레위 제사장들이 「축제의 잔은 떨어지고」라는 합창을 부른다. 이 합창에 처녀들과 다른 무리들이 화답한다. 오페라에서 합창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합창의 중요성은 3막의 마지막 장면인 히브리 포로들이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노역을 하며 부르는 「날아라! 금빛 날개를 타고!」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이 합창곡은 이탈리아의 제2의 국가(國歌)라고 불리는 유명한 곡이다.
◆ 베르디 (Verdi, Giuseppe (Fortunino Frncesco)) [1813.10.10~1901.1.27] 이탈리아의 작곡가.
주요작품 : 《리골레토》(1851) 《라 트라비아타》(1853) 《아이다》(1871)
베르디의 오페라는 19세기 전반까지의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 위에 서서, 극과 음악의 통일적 표현에
유의하고 있으면서도, 독창의 가창성을 존중하고 또 중창의 충실화와 관현악을 연극에 참여시키는
문제 등에서 남보다 한 걸음 앞서 있었다. 베르디의 오페라가 주로 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된 것은
그의 오페라의 힘차고 당당한 극적 성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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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
그는 가장 먼저 도망친 자요,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비겁한 자며,
가장 나중 된 인간이었다.
결국 츠바이크는 스스로 인생을 마감하기로 한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성당을 바라보며 하느님께 용서를 구했다.
유대인을 야만족의 손아귀에 버리신 하느님,
당신의 자녀들이 죽어가도록 방치하시고,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방랑과 절망을 선사하신 하느님.
부인 로테도 동참하기로 결정한다.
주신 이도 하느님이시요,
취할 이도 하느님이시니,
하느님의 이름은 영원무궁토록 거룩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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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창녀들은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아무 남자나 상대하는 하급 매춘부 '포르나이'부터, 고급 저택에 기거하는 최고급 매춘부인 '코르티잔'까지 여러 등급이 있었다. 하급 창녀들은 전업 창녀도 있었지만, 다른 일을 하는 동시에 매춘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경우 작업은 다양하다.
맨 밑바닥은 세탁부였고, 다음으로 여공들, 다음으로 백화점이나 상점의 직원들, 그리고 극장이나 술집에서 일하는 가수와 무희들이었다. 여기에는 오페라극장의 발레리나나 배우, 가수들도 포함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발레리나라는 말은 창녀와 동의어.) 한마디로 당시 직업여성들은 급료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한 저임금이어서 결국 매춘이라는 부업을 갖게 되는 구조였다.
나나, 룰루, 미미, 지지, 주주, 코코, …… 이런 이름들은 창녀들이 가졌던 전형적인 애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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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는 부루주아들이 귀족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부루주아들의 지위는 돈으로 얻은 것이니 그들에게는 돈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자자손손 부를 누리기 위해서는 부의 상속이 중요한 문제였다. 여기저기서 낳은 자식들이 모두 재산을 요구한다면 부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은 부인이라는 한 여자에게서 낳은 아이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부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재산 유지의 목적 때문에 일부일처제는 겉으로나마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리하여 첩이나 애인은 모두 매춘부의 범주에 속했다. 첩이나 애인이 재산을 요구하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경창서에 신고만 하면 그녀들을 체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렇게 사회는 부루주아들의 가정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다른 집의 딸들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또 그녀들이 낳은 아이들은 사생아란 이름으로 한번 더 내다 버렸다.
매춘부가 매춘의 세상에서 은퇴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결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가엾은 소녀의 불행에 눈물을 흘려다오
몸도 이름도 남자에게 바쳤어라
그녀의 사랑과 진실과 신뢰에 대한 보답은
가난과 고뇌 그리고 병과 치욕뿐이라네
- 「죽어가는 창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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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말을 흔하게 쓰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 이 땅의 예술은 힐링의 전도사로 전락해 버렸다. 예술은 그런 것이 아니다. 에술을 대하는 우리는 불편해야 한다. 굳이 예술이 없어도, 세상에는 즐거운 것이 얼마나 많은가. 예술을 대하는 순간만이라도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해보자. 삶과 실천 사이에서, 개인의 윤리와 세상의 정의의 문제를 마주쳐 보고, 자신의 인식과 세계 사이의 간극에 막막해야 한다.
예술이 우리를 깨우치고 아프게 할 때에 그것은 진짜 예술이다.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고통을 견디어보자. 그렇다면 그것은 비로소 내 속에서 진정한 예술이 된다. 예술의 의무는 인식이며, 예술의 결과는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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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은 "나는 파리의 마지막 코르티잔*이었다"라고 고백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코르티잔이 되고 다시 정상의 디자이너가 된 그녀. 그녀의 기구한 인생사는 코르티잔의 과거를 암시하는 비올레타의 한 송이 동백에 집약되어 있다. 샤넬 매장에서 물건을 포장할 때면 쇼핑백에 흰 동백꽃을 달아준다. 물건을 산 여성들은 그 의미도 모른 채 기쁨에 들떠 있을 뿐이다. "저의 주인은 코르티잔이랍니다."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연인이자 후원자인 영국의 부호 아서 카펠의 도움으로 브랜드 샤넬을 일으켰다. 초기에 도움을 받았던 돈을 갚으려 하자 카펠은 거절했지만 그녀는 끝끝내 다 갚았다. "당신에게 의상실을 차려준 것은 나로서는 장난감 하나를 선물했을 뿐인데, 당신은 그것으로 자유를 만들어 냈군요."
코르티잔(courtesan), 얼핏 보기에 이 단어는 매우 음란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머리에 스치는 이러한 다소 외설적인 상상으로는 이 단어의 함축된 의미를 다 헤아릴 수 없다. 어떤 사전에는 코르티잔을 '부유한 남자들이나 귀족들과 관계를 가진 창부(娼婦)'였다고 하고, 또 어떤 사전을 보면 '정부(情婦)'라고 나와있다. 하지만 코르티잔은 양쪽 모두였거나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코르티잔을 단순히 창부였다고 말할 수 없다. 루이 15세의 애첩이었던 마담 뒤바리가 한때 상류층 남자들을 상대로 매춘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후에 백작부인이 된 모가도르는 젊었을 때 사창가에서 일하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코르티잔이 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출세였고 높은 삶으로의 도약이었다. 엄밀히 말해, 코르티잔은 사창가에 살거나 거리로 나가지 않았고, 엄밀히 말하자면 뒤에서 조종하고 착취하는 포주가 없었다. 또 코르티잔들은 정부나 아내에 가까운 좀더 지속적이로 친밀한 역활을 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받은 대가는 응분의 보상 차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루이 15세는 마담 드 퐁파두르를 만난 지 얼마 안되서 현재 프랑스 대통령의 거처인 엘리제 궁을 포함하는 사유지를 하사했고 이후에서 여러차례 부동산을 받았다. 카스틸리오네 백작부인이 리자드 윌리스와 12시간을 보내는 화대로 1백만 프랑을 받기도 하였다. 성공한 코르티잔은 그들이 소유한 시내 아파트와 성과 별장에 값비싼 장식을 하고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들로 치장을 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이런 패물은 성공의 상징이며 은퇴 후의 자금이기도 했다.
코르티잔은 유부남의 숨겨둔 정부와는 달랐다. 코르티잔들은 그들이 치장하고 다니는 보석과 마찬가지로 자랑거리였다. 그들은 버젓이 연인과 함께 공공장소와 사교장소, 카페, 레스토랑, 무도회장을 드나들었고, 집에서 그의 친구들을 접대하기도 했다. 19세기 실엄가들 사이에서는 코르티잔을 두는 것이 일종의 예의였다. 동성애자들까지도 그렇게 해야 체면이 서는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정부와 코르티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코르티잔이 유명인사였다는 사실이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인기 연예인인 셈이었다. 그들은 왕, 섭정, 황제, 관료, 자본가, 작가와 화가의 친구로 염문을 뿌리고 다녔고, 그들의 옷차림과 행동은 계속해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끊임없이 주간지의 기삿거리가 되었다.
코르티잔은 수준 높은 교양을 갖추어야 했다. 그들은 상류층의 말투와 옷입는 법, 유행하는 헤어스타일, 우아하게 걷는 법, 춤과 피아노 연주를 배워야 했다. 식사 예절은 물론 궁중의례를 포함하는 여러가지 예법을 알아야 했다. 전에는 글조차 읽지 못했을지라도, 오페라와 문학과 역사에 조예가 깊어야 했다. 실제로 많은 코르티잔들은 뛰어난 지성을 보인다. 모가도르를 비롯한 일부 쿠르티잔들은 소설을 썼고, 툴리아 다라고나는 수필을 발표했으며, 베로니카 프랑코는 시인으로 인정받았다. 또 많은 코르티잔들이 자서전을 집필했다. 그들은 확실히 특출한 인물이었다. 그들이 활약하는 시기, 여성에게는 많은 제약과 통제가 있었다. 그러나 코르티잔들은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말대로 스스로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면서 남자와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 여성으로서 유례없는 지적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만일 코르티잔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현대 문학이나 현대인의 감성은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보들레르의 시, 발자크, 뒤마 부자, 졸라, 플로베르, 콜레트의 소설에는 코르티잔들이 등장한다. 지금 우리 세대의 미학을 정의하고 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줄거리의 중심에 한 코르티잔이 있다. 또 다수의 오페라 작품들과 연극 대본들은 모두 코르티잔의 이야기와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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