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0. 21:05ㆍ미술/미술 이야기 (책)
2014. 10
『전원 속 예술가들』은 자연에서 펼치는 예술가 40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한 책이다. 자연을 단순히 화폭이나 문학 등으로 담아내는데 그치지 않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면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특히 대구와 경북지역의 자연 속에 작업실을 두고 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차계남 조형예술가
김성수 조각가
문무학 시인
문상직 화가
#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은 작가들에게 분명 더 없는 편안함을 준다. 자연에는 푸근함과 넉넉함이 있기 때문이리라. 따뜻하게 인간을 끌어안는 자연은 인간을 순수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와 신비로운 생명력을 보여주곤 한다. 표현할 소재들을 무궁무진하게 제공하는 자연은 작가에게 있어 단연 큰 축복이다.
팔공산 부인사 맞은 편 도로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문상직 작가의 집을 찾은 그날도 역시 날씨가 조금 흐렸다. (이 코너를 취재하는 날이면 이상하게도 비가 자주 내린다.) 하지만 이 역시 자연의 이치라 생각하니 취재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적벽돌로 이루어진 집에 뾰족한 지붕이 인상적인 그의 집은 그리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실용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감돌았다. 1층의 남향으로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마시는 한잔의 원두커피는 그에게 여유를 주고, 2층 작업실의 큰 창은 팔공산 자락의 운치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보통 대문을 열면 바로 보이게끔 현관 앞에 배치하는 정원을 작가는 집 뒤로 두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까요.”라는 문상직 작가는 남들한테 잘 보이기 위한 정원보다는 그 집에 사는 사람이 편안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의 정원을 추구했다.
정원에 들어서면 일단 다홍빛으로 물든 감이 풍성하게 달려 있는 감나무가 시선을 끈다. 작가는 냉장고에서 인위적으로 얼려진 홍시가 아니라 겨울의 차가움으로 자연스럽게 맛있는 홍시가 되어 있는 감을 직접 따서 취재진에게 건넸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차고 달달한 맛이 입가에 감도는 홍시는 그야말로 별미였다. 그는 “새들도 같이 먹어야지. 이 맛있는 것을 우리끼리만 먹을 수 있는가.”라며 감을 다 따지 않고 새들의 먹이로 넉넉하게 남겨두었다.
순수한 동심과 푸근한 인심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그는 자연에서 찾아온 고기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정원의 우물 또한 소개해준다. 처음에는 텃밭 위주로 되어 있던 정원에는 매화, 매실, 살구, 자두, 배 등 각종 꽃나무와 과일 나무를 비롯해, 호두, 대추나무도 그대로 남아 있어 그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은 곳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는 자업자득하며 손수 농사도 짓는다며 해맑게 미소 짓는다.
1층의 생활 주거공간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2층 작업실에는 나지막한 천장과 보기 좋게 넓은 창이 눈에 띈다.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며, 그 아래로 아담한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시선을 하늘 쪽으로 가져가면 멀리 병풍처럼 쌓여있는 팔공산의 풍광이 그를 행복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넓은 창은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대작들은 계단으로 올릴 수 없으니까 넓은 창을 이용하는 거지요. 이곳의 설계는 아내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라며 사연을 얘기해준다.
문상직 작가는 5년 전 이천동에서 이곳 전원주택으로 이사 왔다. 와촌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릴 당시 팔공산 곳곳을 둘러보며 좋은 터를 찾다가 지금의 집을 만나게 된 것. 경북 성주가 고향인 그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며 어린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는 듯 회상에 잠긴다.
10년 동안 양을 소재로 끊임없는 작업세계를 펼치고 있는 서양화가 문상직 작가의 그림을 처음 대했을 때 친숙하면서도 조금 낯설었다. 화폭 안에 담긴 몽환적인 느낌의 양떼들이 모두 등을 돌리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그림을 마주하면 부드러운 푸근함과 따뜻한 느낌에 쉽게 취한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문상직 작가의 그림에는 쉽게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과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 숨어 있었다. 양들이 향하는 곳으로 저절로 시선이 따라가며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면 미술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미술과는 전혀 다른 직업에 종사하게 되더라도 결국은 그림을 그리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중도에 포기하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그건 진짜로 좋아하는 게 아니지요.”
그는 중학교 시절 미술부에서 활동하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미술을 시작해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화가의 길을 선택했다. 창작의 순간이 고통스럽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도 순수한 마음으로 즐겁게 작업 합니다. 즐겁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것이지 괴롭고, 스트레스 받으면 누가 그림 그리겠어요.”라며 반문한다. “내 그림을 잘 그린다고도, 못 그린다고도 생각지 않아요. 누가 뭐라 한들 내가 좋아서, 내 그림 내가 그리는데 얼마나 즐거워요.”라며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인다.
그의 작업은 초현실적인 작품인 ‘달집태우기’를 시작으로 85년 서정적인 느낌의 꽃 시리즈, 수녀와 소녀 시리즈를 거친 뒤, 소녀와 양이 함께 있는 그림을 그리다가 ‘양 시리즈’로 전개되었다. 소재는 다르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모두 서정적이고 여성적인 섬세함이 묻어난다. 특히 양 시리즈에서는 환상적인 분위기와 신비로움까지 느껴진다. 이는 어떤 풍경을 보더라도 그때의 기분을 절제된 소재 선택으로 이미지화해서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그가 보고 들은 감각적인 느낌을 몇 가지 소재로 선택해서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작품들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자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의 분위기와도 많이 닮아있다. 2월에 있을 전시회와 개인전 준비로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는 그는 앞으로도 욕심 없이 낙천적으로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말한다.
곽승용 화가
1 곽승용 작가가 자신의 작품 ‘오래된 미래’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림 속 여인이 조앤 폰테인.
이복규 도예가
이기성 · 김영숙 화가
정은기 조각가
리우 조각가
이정호 건축가와 이규리 시인
장하빈 시인
최재우 연출가
김일환 화가
박중식 화가
"그림만 그리면서 사는 작가가 가장 행복한 작가입니다. 하지만 막상 화단이란 세계에 뛰어들면 그림만 그린다고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요. 미술단체, 화랑 등과의 복잡한 관계에서 처신을 잘 해야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작가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늘 고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 것도 좋지만, 이것이 좋은 작품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 뒤에 이것을 머릿속에서 다시 녹여내 그리는 것이 진짜 그림이지요."
그래서 그는 "나무를 본다는 것은 그리움을 쌓는 것이고, 사랑을 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마치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담아내던 그의 작품은 이곳에 온 뒤로는 실제 풍경보다 좀 더 온화하면서 친근감 있는 색채로 변해갔다.
_사랑과 그리움의 레카토 _
_가을이 깊어지는 그리움_
_깊어가는 고향의 가을_
_황홀한 계절의 흔적_
_사랑나무_
_이기막힌 가을에_ _잠들지 못하는 달_
_황홀한 4월의 고백_
_ 겨울이야기_
_
_눈오는날의 우륵골_
_봄을 기다리는 나무_
_ 다시 사랑하는 가을추억_
_盛夏_
_옥잠화피는 우륵골_
_향수에 젖어 포근한 고향의 품속같은 그리운 이야기들,,,
김지희 자연염색가
박현옥 무용가
백미혜 서양화가, 시인
방준호 조각가
고수영·허선희 조각가
남춘모 화가
김동광 화가
이점찬 도예가
최인철 도예가
권상구 화가
장성용 도예가
송광익 화가
유명수 화가
감 있는 정물_Oil on Canvas_53x40.9cm
영덕 복사꽃2_Oil on Canvas_72.7x50cm
의성 산수유1_Oil on Canvas_65.2x53cm
박남연 조각가
박휘봉 조각가
이명원 화가
황승욱 도예가
이학천 도예가
노중기 화가
김희열 화가
노태웅 화가
1990
풍경(Ⅰ)
풍경(Ⅱ)
풍경(Ⅲ)
풍경(Ⅳ)
풍경(Ⅴ)
景-99
景
낙동강에서
남해도
남해에서
남해의 봄
여름해변
해변
해변(I)
등대가 보이는 해변
등대가 보이는 풍경
겨울바다(Ⅱ)
영월의 가을
감포의 가을
가을
늦가을
남산동의 서! 설
시골길
서설
골목(Ⅰ)
소외
한가한 날
이태윤 도예가
연봉상 도예가
이성조 서예가
박희욱 화가
박희욱의 작품 |
박희욱의 작품 |
1952년 청도에서 태어났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1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대구·밀라노교류전, 한국전업작가회 대구지회 창립전, 한국·러시아 현대작가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대구미술대전, 신라미술대전, 미술세계공모전, 경북미술대전 등에서 입상했다. 한유미술대전, 대구미술대전 등의 심사위원을 맡았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 대구전업작가회 회원, 대구시전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 중이다.
박희욱 화가는 한때 대구지역 입시미술시장의 대부로 불렸다. 입시 중심의 미술학원을 운영해 많은 학생들을 대학에 보냈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작가 상당수가 그의 손을 거쳐간 이들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교직에 몸담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입시미술학원을 운영하게 됐다. 성실한 지도 덕분에 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안정된 생활을 했다. 남들이 보면 복에 겨워 그런다고 말하겠지만 그 즈음 그는 계속 결핍의 시간을 보냈다. 무언가가 늘 부족한 듯, 그의 가슴을 공허하게 만든 것이다.
무엇일까. 바로 작업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학원을 운영하다 보니 작업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급한 일들이 물밀 듯 밀려들어 왔으니 말이다. 학원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홀연히 학원을 그만두고, 오랫동안의 도시생활도 버리고 시골로 들어갔다. 그가 찾아들어 간 곳은 고령이었다. 아직 자녀 둘이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쉽지 않은 결심이었다. 하지만 이것조차 시골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모든 생활을 일시에 바꿔버렸지요. 2000년, 이곳에 집을 지어 들어왔으니 13년이 흘렀네요. 지금이야 그래도 집 주변에 전원주택, 식당, 공장 등이 좀 있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고향인 청도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가진 돈을 털어서 먹고살 궁리까지 해 가며 작업할 곳을 찾으려니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 이곳을 택하게 됐지요.”
시골에 들어가서도 한 집의 가장이다 보니 생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자녀가 아직 학생이라 정기적으로 들어가야 할 돈이 있었고 물감, 캔버스 등 그림을 그리는 재료도 구입해야 하는데, 이것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의 1층은 레스토랑으로 만들고, 2층에 작업실과 살림집을 마련했다. 1층의 경우 레스토랑을 6~7년 하다가 닭백숙 등을 파는 식당으로 업종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종업원이 서너 명이나 되었지만 지금은 박 작가와 그의 아내, 두 사람이 식당을 운영한다.
“그림 그리는 것도 쉽지 않지만 돈을 버는 일도 만만찮더군요. 그림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결국 아내만 지금까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온 손님에게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하려고 열심히 주방과 취재하는 곳을 왔다 갔다 하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하는 말이다. 이곳에 들어와 아내를 저렇게 고생시키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박 작가의 말에 아내는 손사래를 친다. “제가 무슨 고생을…. 전 따문따문 오는 손님들 밥상이나 차려주면 되는데, 박 선생님이 너무 고생이 많습니다.”
아내는 박 작가를 남편이라 부르지 않고 꼭 ‘박 선생님’이라 했다. 그만큼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배어있는 듯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닭 모이 주고 집 옆에 기르는 채소에 물 주고, 잡초 뽑고 하는 일이 이만저만 큰일이 아닙니다. 올해 이렇게 무더웠는데, 바깥일 하는 박 선생님을 보면 제 고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전 시원한 식당 안에서 일하잖아요.”
미대 졸업 후 미술학원을 운영하다가 작업을 하기 위해 전원으로 들어왔는데, 막상 전원생활을 하고 보니 먹고살기 위해 텃밭을 가꾸는 등의 바쁜 생활을 해야 했다. 식당에 쓸 요리의 재료인 채소, 닭 등을 박 작가가 모두 기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 일대에서 박 작가가 운영하는 집은 가정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맛의 음식을 주는 식당으로 소문나 단골이 제법 있다.
하지만 아내는 식당일 때문에 늘 시간에 쫓겨 남편이 미술작업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닌지 노심초사했다. 2008년 11번째 개인전을 연 후 5년간 개인전을 열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로 작업을 제대로 못해 그런 것은 아닌지 하는 아내의 걱정이다. 아내는 남편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아내에게 최근 새로운 기쁨이 생겼다.
지난해부터 남편이 그림작업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순을 넘어선 나이에다 농사일에 시달려 몸이 고달플 텐데도 새벽까지 작업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는 것이, 혹시 남편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지만 한없이 좋기도 하다.
“5년 만에 올 연말, 개인전을 할 생각입니다. 아직 화랑을 정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작업한 것을 보여주고 정리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지요.”
오랜만에 여는 전시에서 그는 집 주변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집 주변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어디를 화폭에 담아도 정겹고, 예쁜 풍경화가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집 주변 풍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4대강 사업 등의 개발로 옛날 모습들이 사라지고 있지요. 오랫동안 여기에 산 사람으로 이런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화가이다 보니 이런 사라져 가는 풍경을 그림으로 담고 싶었지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집 주변 풍경은 화려한 절경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적인 소박미, 단순미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잇단 개발공사 때문에 외국풍의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다. 특히 집 앞에 있는 낙동강에서 요트강습이 이뤄지는 등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작업실을 둘러보니 그리다 만 그림부터 완성된 작품까지 대부분이 풍경화다. 상당수가 집 주변 풍경이란다. 그림 속 풍경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친근감이 넘치는데, 이 풍경들이 최근 확 바뀌어버려 안타깝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곳에 들어온 후 자신이 계획한 만큼 충분히 그림을 그리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을 그는 그냥 허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풍경화를 그렸지만 도시에서 그린 그림과 여기 들어와서 그린 그림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자연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의 속살을 제대로 봤다고 한다. 자연풍경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피상적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과 호흡하며 그 속에서 채소를 기르고, 동물 등을 키워 봤을 때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은 늘 인간에게 베풀지만,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이용만 한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은 자연은 끊임없이 인간을 품어주고 용서한다. 고령에 들어와 살면서 인간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자연의 순리를 뒤바꿔 버리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 왔기에 그는 자연에 늘 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화풍에 변화를 주고 싶어도 계속 자연풍경만 그려지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자연의 너그러운 모습을 알기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햇볕에 검게 그을렸지만 세상 그 어느 것보다도 밝고 맑은 웃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인터뷰 중 단 한순간도 웃음을 놓지 않는 모습이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자연이 그에게 남긴 또 하나의 흔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박 작가는 수줍은 듯이 까만 봉지를 들려줬다. “멀리서 왔는데, 이런 것을 줘도 되는지…. 시골이라 줄 것이 이것밖에 없네요. 그래도 농약 안 치고 정성껏 기른 것이니 모양은 못났지만 먹을 만은 할 겁니다.”
그가 준 까만 봉지에는 이제 겨우 형태를 갖춰 가는 어린 고추와 작고 비틀어진 가지가 한가득 담겨있었다. 아직 제대로 여물지도 않은 것들마저 손님에게 주려 한 그의 따뜻한 마음이 취재하고 돌아오는 길을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김선식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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