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0. 13:51ㆍ미술/미술 이야기 (책)
2016.8
하루, 한 점 그림을 생각하고 그림을 바라보기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 테라피스트 유경희가 미술 작품 57점을 엮은 그림 에세이『교양 그림』. 저자가 일주일에 한 점씩, 자신 안의 미지의 존재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림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한 이 책은 우리가 아는 그림, 아니 안다고 생각했던 그림을 ‘처음의 눈과 마음’으로 시간을 들여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가 평소에 꽂혀 있던 그림들, 매료되었던 화가들, 도발적인 발상들, 색다른 에피소드가 있는 그림들로 선별된 이 책은 화가의 심리와 그림의 메타포와 메시지에 중점을 두어 구성했다. 따라서 그림에 관한 직접적인 해설을 최소화하고 예술가의 삶과 그것이 그림에 미친 영향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저자 유경희
- 저서(총 8권)
- 허영심은 관능이고 호기심은 매혹이며 감동은 지나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에 미쳐 있는 것만이 열정적이며 역동적인 삶이라고 느끼며 살고 있다. 걸작의 조건을 ‘심플(simple), 스트롱(strong), 뷰티(beauty)’라고 생각한다. 사람 역시 이 세 가지 관점에서 본다. 그림에 중독되고 물건에 중독되고 사람에게도 중독되고 싶다. 중독은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나만의 아주 인간적인 접근 방식이다. 사물 중독자, 그림 중독자, 아름다움 중독자, 스토리 중독자이다. 유경희예술처방연구소를 만들어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사람들과 아주 은밀히 소통하는 강의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자 ‘자기 안의 예술가를 발굴해내는 작업’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그 성취 속에서 살고 있다는 자긍심이 나를 활력 있게 만든다. 감히 타인의 행복을 돕는다는 의식은 없지만, 예술과 예술가에 관해 들려주는 아트 스토리텔러 혹은 예술 테라피스트로 산다는 것 자체가 예술이다. 앞으로도 예술이 꾸는 꿈을 살고 싶다. 한양대학교에서 국문학,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했으며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시각예술과 정신분석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술잡지 기자와 큐레이터로 일하던 중 뉴욕대학교에서 예술행정 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지은 책으로 《그림 같은 여자 그림 보는 여자》《치유의 미술관》《창작의 힘》《예술가의 탄생》《아트 살롱》 등이 있다.
Prologue 그림 한 점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삶
1 알려진 예술가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마네의 그림 흥정법
마티스의 이유 있는 변신
법조계에 몸담고 있던 앙리 마티스가 화가가 된 것은 순전히 질병 때문이었다. 충수염을 앓고 그 합병증으로 1년간 쉬어야 했던 마티스는 병상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기관지염을 치료하러 갔던 프랑스 남부의 니스는 빛과 색채에 대한 그의 풍부한 감수성을 더욱 진화시켰고 그곳에 오래 머물게 했다.
그런데 니스에서 일흔을 넘긴 마티스가 다시 결장암에 걸렸다. 다행히 수술을 받아 목숨은 건졌으나 탈장이 생겼고 남은 생애 13년 동안 침대에 묶여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그때 마티스가 발견한 작업이 '종이 오리기'이다. '푸른 누드' 같은 종이로 붙여 만든 단순하고 강렬한 작품들이 그의 말년에 이루어진 것이다.
렘브란트의 이상한 자화상
빚쟁이 화가의 느린 그림
부엌의 하녀 The Kitchen Maid / 45.5cm x 41cm / c.1658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의 20년 화가 생활에서 완성작은 50점이 조금 넘으며 그 중에 남아 있는 작품이 30점 정도다. 베르메르가 43세까지 살았으니 1년에 2`3작품을 그린 셈이다. 그토록 실력 있는 화가가 그처럼 적은 작품을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
베르메르의 그림이 가진 은밀하고 묘연한 느낌의 실체는 무엇일까? 열에 명의 자녀가 득실거리는 소란스러운 집에서 어떻게 그처럼 고요하고 적막한 그림을 그려냈을까? 혹시 그의 이런 기질과 성향은 그가 범죄자 집안 출신이라는 것에 연유하지 않았을까? 아버지가 젊어서 칼부림 사건을 일으킨 자라는 것, 외조부와 외삼촌이 지폐 위조범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작품이 가진 은밀한 느낌에 관한 미묘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 같다.
베르메르는 결혼하던 해에 정식으로 화가가 되었다. 그는 처거설이를 해야 했는데 장모의 입김이 강했던 처가의 주된 수입은 집세와 사채놀이였다. 그는 대부금의 회수와 이자 징수를 위해 곳곳을 돌아다녀야만 했다. 그 탓에 그림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베르메르가 금전업무에 재능이 있었던 것이라고 보면 그런 수학적 재능은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치밀하게 계산해서 그리는 베르메르식 그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베르메르 회화의 매력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음모가적 기질과 자신의 섬세한 성향이 맞물려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애완동물의 천국
뱃놀이에서의 점심
샤갈의 어머니 사랑
프로이트가 사랑한 그림
조증이 만든 천지창조
‘지옥의 문’보다 ‘코 깨진 사내’
로댕을 떠났지만 병원은 떠나지 못했네
‘키스’를 제대로 감상하는 법
라파엘로의 숨겨진 연인
어떤 인간 혐오주의자의 시선
위험을 무릅쓴 사람만이 체험할 수 있는 그림
베일을 사랑해
르네 마그리트 <연인들> 1928
애도의 달인
활짝 핀 아몬드 나무 꽃처럼
먹고 싶지 않은 세잔의 사과
점으로 이룩한 디스토피아
2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알고 싶은 이야기
모피로 만든 식사
보나르의 투명한 여자
독신 여성이 아이를 그린다면?
조각가 베르니니를 아시나요?
과일로 만들어진 남자
유럽 귀족을 사로잡은 털북숭이 소녀
컬렉터, 화가가 되다
모델, 화가가 되다
루소, 내가 제일 잘나가
진짜 초현실주의자는 누구?
여성 화가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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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여성화가 중에는 모델 출신이 여럿 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비천한 신분 출신의 모델들은 천재화가들 옆에서 진정한 사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마네의 '올랭피아' 모델 빅토린 뫼렝,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모델 엘리자베스 시달 등이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독보적으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던 모델은 수잔 발라동이었다.
발라동은 당대 밑바닥 직업이었던 세탁부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다섯 살 때부터 생업에 뛰어들어 청소부, 직공, 양재사 등 갖가지 궂은일을 경험했다. 비교적(?) 안정된 서커스단의 무희가 되었지만 추락으로 부상을 입어 서커스단에서 쫓겨난다. 그때 16세의 발라동은 늙은 퓌비 드 사반의 모델이 되었고, 이후 르누아르의 모델이 된다. 마침내 로트렉의 모델이 되었을 때, 그녀의 재능을 간파한 로트렉은 소묘의 대가인 드가에게 소개한다. 발라동은 드가의 모델이자 문하생으로 체계적인 미술 교육을 받게 됐던 것이다.
발라동의 연애경력 또한 파란만장하다. 사랑했던 로트렉과 결혼하고 싶었지만 그의 거절로 결별했고, 변태적 성향의 음악가 에릭 사티를 단박에 차버렸다.
세월이 흘러 18세에 사생아로 낳은 아들 모리스 위트릴로(몽마르트르의 풍경을 그린 화가)의 친구인 21세 연하의 앙드레 우터와 사귀고 결혼했다. 한 지붕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는 당대 최대의 스캔들이었다.
산전수전 공중전의 대가 발라동의 배포를 보여주는 그림이 있다. 바로 '푸른방'(1923년)이다. 이 그림은 미술사의 전통적인 주제인 비너스와 올랭피아, 오달리스크의 새로운 버전인 셈이다. 그림 속 주인공 여자는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육감적이지도, 멋진 옷을 입지도 않았다. 게다가 누군가를 전혀 의식하지도 않으며, 담배를 꼬나문 것이 여장부다운 품새다. 그리고 왼편에 놓여있는 책은 그녀가 추구하는 세계에 대한 메타포다. 그녀는 담배와 책이라는 남성들의 전유물을 기꺼이 사용할 줄 알았던 양성체였던 것 같다. 바로 발라동 자신에 관한 그림이다.
너무 일찍 떠난 그녀
‘부활’의 부활!
수도사의 불륜이 낳은 그림
한여름 밤의 악몽
요절한 화가 마사초
이런 결혼식 어때요?
밀레보다 더 유명한
밀레가 활동했던 시절, 그의 ‘이삭줍기’보다 훨씬 더 인기 있었던 그림이 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인 쥘 브르통(Julles Breton)의 그림인데, 당시 살롱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황량한 들판의 저녁 무렵, 남루한 복장의 한 무리 여성들이 짚단을 이거나 든 채 걷고 있고, 몇몇은 아쉬운 듯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이삭을 줍고 있다. 여인들은 추수가 다 끝난 대지주의 밭에서 바닥에 흩어진 지푸라기를 주우러 온 가난한 농민들이다. 사실 이 풍경 속에는 짠한 스토리가 숨겨 있다. 당대 프랑스 소작민들은 추수 후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갈 수 있도록 허락됐지만, 동시에 이삭줍기는 가장 천한 일로 여겨졌던 것. 이 작품을 두고 당대 보수적 비평가들은 사실주의의 정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혹 그들이 칭송한 것은, 비참한 상황에도 무척 당당하게 생존하는 모습이었을까?
브르통의 그림은 밀레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처참한 빈곤과 고단한 노동의 흔적이 덜 보인다. 따스하고 엄격한 시선이 녹아 있으며 시적인 품격마저 보이는 밀레의 작품에 비하면, 그의 작품 속 여인들은 무표정하지만, 기이하게도 포즈와 태도가 축제 분위기마저 풍긴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당대 농민의 실상이 아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당의정 같은 프로파간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치 사회주의 리얼리즘 회화같이 말이다.
브르통은 프랑스 북부 지역에 위치한 쿠리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에콜 데 보자르에서 공부했다. 파리에서 풍경화를 그렸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고향에 돌아와 헐벗은 사람들, 시골풍경 등 농민의 삶을 주제로 작업을 발전시켜 나갔다. 농민화가로 알려진 그는 ‘진실주의(verism)’의 옹호자이자 뚜렷한 사회의식을 가진 사실주의자였다. 반 고흐 역시 브르통의 작품에 매료되었다.
명상을 부르는 그림
프랑스 바로크의 대표적인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는 루이 13세의 궁정화가를 지냈을 정도로 인정받았다. 그는 귀족 여인과 결혼했으며 상당한 재산가이자 고리대금업자였는데 하인에게 도둑질을 시키는 등 악행을 일삼았다고도 한다.
3 명작에 숨겨진 진짜 소중한 이야기
삼만 년 전의 화가
쇼베 동굴 벽화는 3만 7천년 전의 쇼베 동굴벽화는 라스코와 알타미라보다 1만 5천년이나 앞선다. 300여 점에 이르는 쇼베 동굴벽화에는 매머드, 사자, 곰 등이 그려져 있다.
물질이 영혼이 된 사건
책 읽는 여자를 그리는 화가의 마음
실용적 부부의 탄생
해골 그림의 진심
바니타스화는 사람들을 겁주고 위협하려는 그림이 아니다.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를 설파하려는 것이 아니라, '카르페 디엠' 즉 '현재를 살며 이 순간을 즐겨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울의 창조력
게이들의 수호신, 성 세바스찬
카라바조의 의심
광기의 꽃, 튤립포매니아
팜므 파탈의 야수성
부채에 담긴 속 깊은 뜻
미친 얼굴로 돌아보라!
성모자상을 감상하는 은밀한 방법
여자에게도 양심이 있다
문제와 동거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
화가는 뒷모습을 좋아해
추악한 여자의 꽃단장
진지함을 비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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