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라! 그대 교활한 자들이여, 노력을 모르는 자들이여, 남의 두뇌를 날치기하는 자들이여!
감히 내 작품에 그 흉악한 손을 대려는 생각은 하지도 말지어다.
조심하라! 나는 최고의 영광을 누리시는 막시밀리안 황제 페하의 보조금을 받는 몸이니,
페하께서 이 제국 어디에서든 이 판화의 거짓된 사본을 인쇄하거나 파는 행위를
누구에게도 허락지 않으실 거라는 사실을 그대들은 모르는가?
똑바로 들어라! 그리고 명심하라.
만약 원한 때문이든 욕심 때문이든 그리할 경우에는 모조리 압수될 것임은 물론이요,
그대들의 몸까지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 알프레히트 뒤러
나쁜 미술가는 베끼고 좋은 미술가는 훔친다
─ 피카소
『위작의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예술적인 사기꾼들의 위조 음모와 기술, 위조 범죄의 동기와 사기 행각의 아이러니한 결과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성공한 위조 범죄와 실패한 사례를 골라 천재성, 자존심, 복수, 명성, 기회주의, 돈, 권력 등이 뒤얽힌 배경을 파헤친다. 대가의 솜씨에 버금가는 위조꾼들의 교묘한 속임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들이 어떻게 미술계를 속이는지, 무엇 때문에 결국 발각되고 체포되는지, 그리고 미술계는 영리한 범죄자들과 어떻게 얽혀 있기에 이들이 쳐놓은 덫에 덥석 걸려들곤 하는지를 마치 현장에 있는 듯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출판사 학고재 | 2017.02.13
저자 : 노아 차니Noah Charney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코톨드 예술대학에서 미술사 석사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마 아메리칸 대학교와 류블랴나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술 범죄 분야의 전문가로 비영리단체 미술범죄연구협회Association for Research into Crime against Art를 설립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타임 매거진』, 『보그』, 『엘르』, 『태틀러』 등에 글을 기고하고 BBC, ITV, CNBC, MSNBC, BBC 라디오,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등 저술과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소설 『미술품 도둑The Art Thief』을 비롯해 『Stealing the Mystic Lamb』, 『The Thefts of the Mona Lisa』, 『Art Crime』, 『The Fate of the Masterpiece』, 『The Wine Forger’s Handbook』 등을 썼다.
역자 : 오숙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브리태니커회사 편집실에서 일했다. 옮긴 책으로 『먼저 먹이라: 마더 테레사, 무너진 세상을 걸어간 성녀』, 『세상과 나 사이』, 『브루클린』,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아프리칸 러브 스토리』, 『유럽 문화사』(공역), 『추의 역사』, 『궁극의 리스트』, 『전설의 땅 이야기』,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 『노예 12년』 등이 있다.
목차
시작하는 말
_세상이 속기를 원하니…
1. 천재성 GENIUS
르네상스 시대에는 스승의 작품과 분간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도제들의 목표였다. 스승의 작품을 베끼면서 그림을 배운 것이다. 아울러 작품을 일부러 오래된 것처럼 꾸미는 것도 솔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칭찬받을 일로 여겨졌다. 제자는 자기만의 걸작을 내고 스스로 장인이 된 뒤에야 비로소 개성있는 화풍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명쾌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미술품의 위조에는 일종의 사제 관계 같은 측면이 있다.
위조꾼이 혼자 터득한 기술로 과거의 천재들과 구분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그 위조꾼은 마땅히 스스로 역사 속 거장만큼 훌륭하다고 주장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위업은 필연적으로 개인적인 것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위조꾼임이 드러나는 순간 더 이상 '음지의 미술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작품을 흉내내는 것은 그 자체로 예술 행위였다. 위조꾼의 심리적 동기는 복잡하겠지만 분명 유희를 위해, 도전을 위해 작품을 위조하기도 한다. 과거의 천재들과 얼마나 대등한지 자기를 시험하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위조꾼들은 과거 거장들을 흉내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 이들은 자기가 천재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위조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 가운데 상당수가 천재였다.
2. 자존심 PRIDE
수집가, 학계, 심지어 기관이 작품에 대해 기득권을 쥐고 있다면 이들의 자존심은 고의적인 원작자 확인 오류를 일이키는데 막강한 역할을 한다. 반대로 자존심을 앞세운 인증위원회나 미술가 재단은 명성 때문에 진작으로 여겨지는 작품을 불신하는 경우도 있다.
3. 복수 REVENGE
성공하지 못한 미술가들은 흔히 미술계가 배타적인 속물이라고 말한다. 일부 경우, 이렇게 거부당한 미술가들은 자기 작품을 무시했다고, 또느 어떤 식으로든 자기를 부당하게 대한다고 생각되는 기관에 복수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짠다. 그리고 자기 작품을 퇴짜놓은 그 '전문가'를 속일 만한 위작을 만듦으로써 수동적인 공격 방식으로 미술게에 복수한다. 이들은 미술게를 집합적인 '타자', 자신들이 초대받지 못한 클럽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공모의 표적이되어 마땅하다고 여긴다.
이런 복수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긴다. 첫째는 위대한 거장들의 작품으로 오인될 만한 작품을 만들어 위조꾼의 실력이 거장만큼 훌륭하다는 것을 과ㅣ시하는 것이다. 둘째는 퇴짜놓은 이들이 진작과 위작도 구분 못한다는 것을 폭로함으로써 '전문가들'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에게 위조는 더러는 장난이요, 더러는 미술계를 골탕 먹이는 일이다.
4. 명성 FAME
미술품 위조는 위협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없는 범죄처럼 보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대단히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피해를 주는 범죄로, 언론과 위조꾼들은 하나같이 이 엘리트주의 피해자들이 속임수를 당해 싸다고 암시한다. 따라서 위조봄들은 어찌 보면 마술사 같고 어찌 보면 짖궃은 장난꾼처럼 솜씨 좋은 건달, 벌거벗은 임금님인 미술계에게 손가락질한 용기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곤 한다.
위조봄이 받는 형량도 가볍고 처벌받은 뒤에 오히려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 때문에 위조 시도를 방해하는 요인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章은 위조 경력이 드러난 뒤 명성을 좇는, 그리고 그만큼 명성을 누린 위조꾼들 이야기다. 이들이 애초에 유명해질 목적으로 위조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럴 기회가 생겼을 때는 여지없이 붙잡았다.
5. 범죄 CRIME
6. 기회주의 OPPORTUNISM
위조꾼들은 사람들의 부추김 속에 재능을 범죄에 활용했다. 기회주의적인 사기꾼에 넘어가 타락한, 상대적으로 결백한 화가로 보이기도 한다. 진짜 사기를 친 건 사기꾼이고 위조꾼은 그저 다른 화가의 화풍으로 그리기만 했을 뿐이라는 듯이 말이다.
실제로 위작을 속여 파는 건 대부분 사기술이 좌우한다. 그럴듯한 배경 이야기 없이 진공상태에서 위작을 내보일 경우 냉철한 전문가를 속여넘길 만한 작품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교활한 기회주의자들에게 말려 오랫동안 위조에 몸담은, 그리고 결국 그 기회주의자에게 이용당한 위조꾼을 살펴본다.
"…… 마이엇의 僞作을 본 조사원들은 당황했다. 눈앞에 진짜 샤갈이나 자코메티의 작품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지만, 全作目錄에는 문제의 작품이 언급되지 않았다. 다음 단계로 이들은 문서보관소에 가서 혹시라도 과거 조사원이 놓친 무언가가 있는 지를 찾았다. 하지만 이들이 찾아낸 건 조사원으로 가장한 존 드루가 바로 그 보관소에 몰래 반입해 끼워넣은 위조문서였을 것이다. 조사원들에게 새로운 출처 발견은 두 가지 성공을 뜻한다. 작품이 진짜임을 '입증'해줄 새 출처를 역사적인 문서보관서에서 발견해 냈다는 것, 아울러 예전에는 간과됐지만 앞으로 연구에 유용한 기록을 찾아냈다는 의미다. 그런 발견은 곧 경력이 되기도 한다. 마이어의 위작은 그렇게 드루가 꾸민 출처의 함정 덕에 眞作으로 인정되어 팔려나갔다.…… "
7. 돈 MONEY
8. 권력 POWER
이번에는 미술의 영역을 넘어 권력을 추구한 이들이 저지른 위조, 그리고 종종 역사를 바꾸기까지 한 위조를 검토하려고 한다. 이번 장에서는 사기극에 연루된 미술품이 위작으로 밝혀진 뒤에도 어떻게 계속 힘을 갖는지 보여준다. 이런 작품은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 동안 완벽하게 진짜라고 신뢰받고, 그러는 동안 대중의 의식 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가짜라는 과학적 증거가 나와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맺는 말
_…그렇다면 속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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