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1801)은 1808년 스페인의 카를로스 4세가 아란페스 폭동으로 물러나고 대신 나폴레옹의 형인 조세프 보나파르트가 스페인 왕이 될 때까지 궁전에 걸려 있었으나 나폴레옹 실각 후 조세프 보나파르트가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함께 가지고 갔다. 그 후 그림은 1949년까지 미국에 있다가 후손인 유제니 보나파르트의 기증으로 프랑스에 돌아가게 되었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스페인에 있던 이 그림이 원본이지만 나폴레옹이 다비드에게 같은 그림을 세 점 더 제작하게 하였고, 이외에도 다비드가 개인적으로 제작한 한 점이 더 있어 전부 5점이 제작되었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Napoleon Crossing the Alps)’을 그린 사람은 신고전주의 작가로 나폴레옹 당시 최고의 화가로 평가받던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1748∼1825)다. 그는 프랑스혁명의 지지자였을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의 본격적인 대두 이후에는 곧 그의 열렬한 숭배자가 된다. 나폴레옹은 1799년 11월 제1통령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이탈리아로 기습 진격해 당시 그곳을 점령하고 있던 오스트리아군과의 일전을 계획한다. 1800년 5월 마침내 알프스의 생베르나르 협곡(the Saint-Bernard Pass)을 넘은 나폴레옹군은 마렝고 전투에서 결정적인 대승을 거둔다. 이후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이 위업을 기념하는 초상화를 의뢰받는다.
그런데 이 그림은 시작부터 철저히 나폴레옹의 정치적 계획하에 진행됐다. 다비드는 말을 탄 모습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 나폴레옹에게 앉은 자세에서 장시간 모델이 돼 줄 것을 요청했으나, 나폴레옹은 ‘이런 영웅적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의 모습이 아니라 개성의 표현’이라며 요청을 일축한다. 실제 알프스를 넘을 당시 나폴레옹은 그림처럼 악천후를 배경으로 군대를 이끌고 생베르나르 협곡을 넘은 것이 아니라 먼저 군대가 험준한 지역을 돌파한 뒤 맑은 날씨에 안전하게 안내인이 이끄는 노새를 타고 넘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나폴레옹은 노새가 아니라 준마를 타고 있는 모습을 원했기 때문에,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애마 두 마리를 모델로 그림을 완성한 것이다. 그림 전면의 바위 돌에 그의 이름과 함께 새겨놓은 한니발(Hannibal·BC 247~183), 그리고 샤를마뉴 대제(Charlemagne·742~814)의 이름은 과거 알프스를 넘었던 역사적인 영웅들과 그를 동격화하려는 시도였다. 이 그림은 당시 나폴레옹의 요청으로 추가로 만든 세 작품을 포함해 모두 5개의 작품이 존재한다. 그림들은 1801년에서 1805년에 걸쳐 완성됐는데, 1804년에 다비드는 나폴레옹에 의해 공식적인 궁중화가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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