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7. 18:49ㆍ미술/서양화
1983년 살바도르 달리는 마지막 회화작품으로 '재앙 시리즈'를 그렸다. 그리고 그 중 <제비의 꼬리>라는 작품을 위해 그는 1979년 프랑스의 수학자인 르네 톰을 만나 4년간 공부했다. 대참사나 비극 등이 연속적인 배경에서 불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돌발이론과 인류 재앙의 근본이라는 4차원 현상 등에 대한 것이었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 달리는 이미 76살이었다. - 최연욱 《비밀의 미술관》
υ = χ5 +α χ2 + bχ2 + cχ
살바도르 달리(1904 -1989)
40년 가까이 달리는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예술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 한 명은 피카소) . 달리의 콧수염은 벨라스케스가 그린 펠리페 4세의 초상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었다. 달리의 성공은 정통 예술가로서 쇠퇴와 동일어이기도 했다. 자기 자신의 예술을 모방하는 것은 화가들 사이에서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달리는 그야말로 보기 드문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의 예술을 모방했다.
예술가에 대한 판에 박힌 이미지가 두 가지 있는데 - 고전적 "거장"(라파엘로나 루벤스),별난 "괴짜" (랭보나 반 고흐) - 그의 명성은 이 둘에 모두 기반을 둔 것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달리의 이미지는 양쪽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괴팍함을 생생하게 구현한 캐리커처인 동시에 둘 중 어느 한쪽으로도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은 독특한 것이었다. 여기에 초기의 달리가 있다. 고삐 풀린 상상력의 광기가 제왕과도 같은 사적인 환상에 푹 젖어 있다. 다른 한 쪽에서는 후기의 달리가 사실 베르메르와 벨라스케스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으며, 자신은 이 두 거장의 영적 후계자라고 역설하고 있다. 달리는 예술보다는 그가 퍼뜨린 온갖 자잘한 일화와 자기 재현의 고통에 대한 스토아적인 무관심이라는 측면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해냈다.
정통파 예술가로서 달리의 명성을 쌓아 준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그의 35세 생일 이전, 특히 1929년 부터 1939년 사이에 제작된 것이다. 1926년 전후에 극단적인 디테일까지 묘사하는 리얼리즘을 만난 달리는 스스로의 현실감각을 뒤집어엎었다. 긴장이 내재된, 표면으로서의 그림을 내세우는 달리는 완전히 정반대의 방식을 취했다. "온갖 종류의 일반적인 눈속임과 가장 평판 나쁜 아카데미즘을 활용하여" 완벽하게 투명한 창문으로서의 그림을 창조하여 "생각의 잠재적인 계급주의"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달리가 자신의 모델로 선택한 화가는 19세기 말의 정통주의자 쟝-루이 메소니에로, 극세묘사로 가득한 메소니에의 유화들은 모더니즘이 반대하는 모든 것- 사진보다 더 정확하고 욕실의 도자기처럼 매끈매끈 윤기가 흐르는-을 대표하고 있었다. 이러한 테크닉은 비록 비이성적이고 충격적이기는 하지만,모든 시상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미지의 어떤 체계가 필요하며, 달리는 이것을 스스로 "편집증-비판적"이라고 부른 방법을 통해 접근했다. "편집증-비판적 방법"이란 핵심만 말하자면 한 가지를 보는 동시에 다른 한 가지를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 해석의 속임수는 16세기 이래 다른 화가들도 종종 사용해 왔던 것으로, 아르킴볼도( Giuseppe Arcimboldo,1527~1593.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화가,사물을 조합해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내 그림들로 유명) 의 야채난 생선, 혹은 육류로 만든 카프리치오 두상이나 그 모작들은 달리 이후 루돌프 2세의 프라하 궁정에서만큼이나 근대의 쉬크한 인테리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달리의 그림은 패러디적인 풍자의 경지를 넘어섰는데 이는 필연적인 것으로 추상 표현주의의 영향은 빛나리만치 상념적이고, 독에 취한, 오그라든 세상과, 시선은 잡아끌되 몸은 초대하지 않는 날카로운 환각의 그림자 조각들과 그 깊은 통찰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 풍경 속에서 걷거나 심지어 만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모두 환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31년작 [ 기억의 영속( 흐물흐물한 시계들)] 과 같은 달리의 소품들은 그 사실성을 증명할 수 없기 따문에 여전히 그 마력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관객은 드넓게 펼쳐진 새틴 같은 해변과,녹아내리는 시계들과,자연의 형태를 취한 흐릿한 윤곽들을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달리의 작품 속에서 육체는 빛의 매질을 받아 고통스러워하며 매달아놓은 뇌조처럼 무르익어 보인다. 자신만만한 육체란 애초에 이 세상에 있지도 않지만, 육신으로부터의 영적 초탈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따라서 달리는 이상하리만치 염세적이고 숨막히는 분위기가 탄생한 것이다.다른 초현실주의 예술처럼 또 하나의 특성으로...
-로버트 휴즈의 서문 중에서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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