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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미술 이야기 (책)

『우리 미학의 거리를 걷다』





우리 미학의 거리를 걷다



산업화와 민주화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근대화 저변에는 그간 방치되다시피 했던 우리네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가 작은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 미학의 거리를 걷다》는 이렇게 우리 것에 대한 의식이 쌓이고 알려지기 시작한 역사의 이면을 ‘문화적 근대화’라 명명하며, 저자가 직접 겪은 우리 문화계의 이모저모를 52개의 토막글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흔히 말하는 ‘예술작품’을 살피고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옛 생활을 이루던 작은 물품 하나하나에 주목한다. ‘목기 같은 민예품의 아름다움에 착안했음이 특출’했기에 동양화가 겸 미술사학자 근원 김용준(近園 金瑢俊)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으며, 선인들이 나무소반과 무쇠등가, 조각보 등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집요하게 탐하는 과정을 다감한 통찰이 담긴 문장으로 살펴나간다. 저자가 직접 추린 100여 개가 넘는 사진을 통해 읽는 이는 우리 민예품의 졸박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저자 : 김형국
저자 김형국(金炯國)은 1942년 경남 마산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1975~2007)로 반생을 보냈고, 그 뒤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대통령자문 녹색성장위원회 초대위원장(2008~2010)을 역임했다. 그 사이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 한국 미래학회 회장도 지냈다. 지금은 서울대 명예교수,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이다.《한국공간구조론》, 《고장의 문화판촉》 같은 전공 책을, 그리고 방외의 관심을 담아 《장욱진: 모더니스트 민화장》, 《김종학 그림읽기》, 《활을 쏘다》, 《인문학을 찾아서》 같은 책도 냈다.






ㆍ글에 앞서

1. 민예품 사랑의 샘물


우리 민예품 사랑의 근원
서울 성북동, 고미술 사랑의 요람
그리움을 그림에 담아
문화춘궁기의 치어리더
우리 문화감각도 '근대화'되고



2. 한국 전승미술의 추임새


전승미술, 알고 좋아하고 즐기고
민화를 찾아 나섰던 '서부'사나이
민예품 사랑의 산파역
전승문화 '한류'를 꿈꾸던 샘돌
'양반 인간문화재'
한창기, 반편의 사연



3. 우리 미학 각론


전승미술과 현대미술 사이
나무 체질이던 서양화가
"꿈은 화폭에, 시름은 담배에"
전업화가의 홀로서기
도필(刀筆)로 믿음을 새긴 전각가
'은총의 소나기' 그림의 사연
멀리 돌아와 우리 돌을 다듬는 조각가
분장회청사기 중흥조



4. 한류 미학 사랑의 방식


한 미술사학자의 인문주의 진경
'최후의 신라인' 행동미학
'무소유' 스님의 물건
도자기로 시조를 빚다
옛 그림 읽기의 고수
소설가 박경리의 손맛, 고향 예찬
우리 현대문학의 미술 사랑
조국 문화재 사랑이 세계적 아동문학으로 날다
열화당 이백 년



5. 우리 미학의 현창방식


인문주의자가 자랑한 우리 문화유산
공간 사랑이 꿈꾸던 것
강운구의 '사진실학(實學)'
피부과 전문의의 조선 초상화 진찰
저승미술 순례의 기점 통인가게
조선백자 한일(韓日) 수집가 열전
"이중섭은 못 만났다"



6. 세계 속에서 우리 찾기


판소리 기사회생 시절
우리 활의 비밀을 풀다
평생에 한 번은 봐야 할 그림, 일기일회(一期日繪)
해외에서 만난 한국 핏줄 그림
맹자에서 오늘을 읽는 부부 서예전



7. 전통 민예의 재발견


목기의 오리지널은 농기구?!
달항아리, 조선백자 리바이벌 기수
보자기, 한민족 아낙네들의 손재주 본때
제주소반
무쇠 등가, 단아한 현대감각
불두(佛頭), 그 고졸함이란
목안값 고공비상, 기러기의 명예회복?



8. 앞날을 기약하려면


고개 숙인 우리 동양화, 어디로?
광화문 현판 유감
문화재 행정이 삼갈 일
우리 공공미술의 가벼움
이을 만한 과거, 어디 없소?



ㆍ참고문헌
ㆍ주요 등장인물
ㆍ찾아보기













김용준, 《근원수필》, 《무서록》

이태준, 《문장강화》



수화 김환기의 점화의 유래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뉴욕 맨하튼 마천루의 야간 불빛, 우리 분청사기 인화문(仁花 紋) 또는 고향 바다의 잔잔한 물결 위로 반짝이는 햇빛 또는 달빛을 닮았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림에 일관하는 정조는 한마디로 그리움 아니었을까? "아무 생각 없이 그린다. 생각한다면 친구들, 그것도 죽어버린 친구들, 또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친구들 뿐이다."라고 작가 노트에 적었다.




소호(小好) 김철순은 민화의 매력을 "쉽고 간단하다. 솔직하다. 익살스럽다. 꿈이 있다. 믿음이 있다. 따뜻하다. 조용하다. 자랑하지 읺았다. 멋이 있다. 깨달음이 있다. 신바람이 있다"로 압축했다.







p 263~


오주석은 "만약 하늘이 꿈속에서나마 소원하는 엣 그림 한 접을 가질 수 있는 복을 준다고 한다면 나는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를 고르고 싶다"며 단원 한 점을 꼽았다.

그림은 봄날에 늙은이가 동자를 데리고 쪽배에서 강 언덕에 피어난 매화를 올려다보는 구성이다. "늙은 나이에 보는 꽃은 안개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老年花似霧中看)"는 화제는 환감에 가까운 자신을 말함이었다. 그가 지은 시조 두 수 가운데 한 수와 같은 뜻이라 했다.

짧은 안목일지라도 나도 감히 고른다면 추사의 <부작란(不作蘭)>을 꼽고 싶다. 예술정신의 정수를 보여주고 또 말해주기 때문이다. 文書의 향기에 푹 젖은 연후라야 "문득 그리워지는 것(偶然寫出)"이 문인화, 특히 난초의 그림이라 했던 작가정신의 극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추사는 이 시대 조형가에게도 찬탄의 대상이었다. 장욱진은 그림속의 글귀 '부작란'이 '붓장난'으로 읽힌다면서 오로지 자신의 신명에 따라 그리는 거기에 스스로의 즐거움이 있다는 유희의 정화로 보았다.

추사의 난초 그림이라면 나는 <부작란>을 으뜸으로, 흐늘거리는 잎새 하나에 꽃 하나 달랑 그린 <화론란(畵論蘭)>을 버금으로 곁들이고 싶다. 버금에는 난초는 삽화인 채 오히려 화론 글이 압도한다. "난초를 침에, 법은 있어서도 안되고 없어서도 안된다" 했음은 창작정신의 만고진리 아니런가.






                                                    김홍도. 주상관매도. 지본담채, 164 x 76cm, 개인 소장.

 


 

추사 김정희 <부작란도 不作蘭圖> 종이 바탕에 수묵. 55 x 31cm. 개인 소장

 



법정의 ‘일기일회(一機一會)’  -  이 사람과 이 한때를 갖는 이것이 생애에서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순간순간을 알차게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