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미술 이야기 (책)

'시인 헤세에게 그림이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1

 

그에게 그림은 개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가장 쓰라린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돌파구였으며, 동시에 문학으로부터 잠시나마 떨어질 수 있는 탈출구였다. 그는 한 손에 펜을 들고 한 손에 붓을 들고 살았다. 그러다보니 시나 수필을 쓰듯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리듯 글을 썼다. 그의 글에는 회화적 감성이 흐르고, 그의 그림에는 문학적 서정이 출렁인다. 그림과 시는 헤세가 세상과 만나는 두 가지 방식이다.

 

헤세는 스케치도 했지만 완성작으로는 수채화를 많이 남겼다. 자연은 수묵화로 그리든지 수채화로 그리는 것이 제격이다. 자연은 물과 어울리지 기름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헤세의 수채화를 보면 그렇게 사랑스럽고 푸근할 수가 없다. 그림 한 점 한 점에서 작가가 얼마나 따뜻하게 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가 그린 수채화는 2천 점이 넘는데, 그림마다 '테신'의 풍경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이 뭍어남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풍경들은 해맑은 순수함과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헤세의 수채화는 형상보다 색채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여백의 미 없이 온통 색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그는 인상파 화가처럼 색을 중요시했지만, 그들과 달리 눈에 보이는 대로 채색하지 않고 형상의 고유색에 충실하려고 했다. 호수는 푸른 색, 산과 언덕은 초록색과 연두색, 그리고 집들은 대체로 하얀 벽에 붉은 빛 지붕을 그렸다. 그에 의하면 "색채란 사물들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얇고, 가장 감각적인 피부이다. 사물들은 색채 가운데서 가장 찬란하게 빛난다."

 

풍경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화가와 자연 대상의 교감이다. 작가는 자연에 감정을 이입하고 그것에 말을 걸고 그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려야 한다. 헤세의 작품들에서는 작가의 이런 심정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 전광식 지음, 『세상의 모든 풍경』에서 발췌

 

 

 

 

 

 

 

 

2

 
 

아래 글 출처. 화가 진상용 http://cafe.daum.net/jsyart

 

 

헤르만 헤세는 그가 40세가 되어가던 1916년에 처음으로 그림를 그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언론에 수많은 반전(反戰) 주장을 펼치던 헤세는 1916년 아버지의 사망, 부인의 정신분열증 시작, 막내아들의 발병으로 자신도 정신적 타격을 크게 받았다.

 

그는 칼 구스타프 융의 제자인 J. B .랑 박사에게서 심리분석 치료를 받았고 치유과정의 하나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몬타뇰라로 완전히 이주하기 전 베른과 테신(티치노)주 로카르노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정물, 자화상, 풍경 등을 스케치하는데서 시작하여 점차 채색화로 옮겨갔다.

 

1919년 몬타뇰라로 이주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며 자신도 "그림에 심취하면서 문학에 대해 점차 거리감을 느꼈다"고 밝힐 정도로 그림에 열정적이었다. 1920년에 헤세는 바젤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수채화 전시회를 가졌고 1920년에는 자신의 수채화를 곁들인 시집과 여행소설 '방랑'을  발표하기도 했다.

 

 1921년에는 '테신에서 온 11점의 수채화'라는 화첩이 출간되었고 1922년에는 빈터투어에서 당시 독일화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에밀 놀데(1867~1956)의 그림과 함께 전시될 정도로 헤세의 수채화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몬타뇰라의 헤세박물관 입구에는 포스터로 제작된 헤세의 수채화가 ​걸려 있는데 이곳 박물관은 헤세가 테신 시절에 그린 많은 수채화를 소장하고 있다.  그는 테신에서 1919년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야외 스케치를 나갔으며 자연에 대한 헤세 자신의 사랑을 다채로운 색깔의 수채화로 표현했다.  ​

 

 

 

 

 

카사 카무치는 당시 굉장히 큰 저택이었으며 헤세는 저택의 일부분에 세들어 살았다. 이집은 위에 보이는 건축물 외에도 정원과 탑 등 여러 부분들이 헤세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헤세의 산책길에 놓여있는 벤치. 그가 그린 루가노 호수 풍경은 여기 않아 스케치하지 않았을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몬타뇰라에서는 어디를 가도 헤세의 산책길이라 아주 기분좋게 각자의 시간에 맞춰 걸을 수 있다. 박물관에서 빌려주는 이어폰을 갖고 들으면서 전 코스를 다 돌려면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헤세박물관에 전시된 헤세의 물감과 직접 그린 삽화가 들어간 글, 그리고 테신에서 그린 수채화



 

 

 

카사 로사 시절에 그린 드로잉



 

 

 

몬타뇰라 헤세박물관에는 책, 미술도구 외에도 그가 평소에 쓰던 생활용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헤세

 

 

 

 

아내인 니노 돌빈(1895~1966)과 산책하는 헤세. 니노 돌빈은 헤세 사후에도 카사 로사에서 살았으며 1966년에 71세로 사망했다.

 

 

 

 

헤세의 드로잉 작품.

위는 카사 카무치, 아래는 카사 로사. 모두 몬타뇰라에서 그가 살던 집이다.

 

 

 

1920년 바젤미술관에서 처음 열렸던 수채화 전시회 이후 헤세는 화가로서도 평가를 받으며 베를린에서는 50점의 수채화를, 그리고 드레스덴에서는 100점의 수채화를 내놓은 전시회를 열었다. 1955년에는 '테신에서 온 수채화'라는 책이 처음으로 출간되었고 헤르만 헤세의 수채화를 담은 미술엽서 시리즈도 나왔다.

 

작가로서 뿐 아니라 화가로서도 인정을 받게된 헤르만 헤세는 80회 생일 기념으로 1957년에 마르바흐에 있는 쉴러 국립박물관에서 수채화 전시회를 갖는 영예를 누렸다.  1962년 헤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도쿄(1976년과 1996년), 파리(1977년), 뉴욕과 몬트리올(1980년),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1981년), 마드리드(1985년), 룩셈부르크(1987년), 함부르크(1992년), 삿포로(1995년) 등 전 세계에서 그의 수채화 전시회가 열렸다.

 

헤르만 헤세는 그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그의 화가 친구나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종종 드러냈다. 그 글들을 읽어보면 헤세가 어떤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즉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종종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발견했다. ......내게 있어 그것은 문학이 내게 주지 못했던 예술의 위안 속에 새롭게 침잠하는 것이다."

-펠릭스 브라운에게 보내는 편지(1917년)에서-

 

 

"나의 소박한 수채화는 일종의 시 또는 꿈이며, '현실'로부터 단지 아득한 기억만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 그림들은 개인적인 감정과 욕구에 따라 변한다….... 내가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잊지않고 있다."

-헬레네 벨티에게 보내는 편지(1919년)에서-

 

"네가 테신에서 나와 함께 그림을 그릴 때,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같은 소재를 그리게 될 경우, 우리들 각자는 단순히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각자 다른 것, 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을 완성하게 된다.…"

-맏아들인 브루노 헤세에게 보내는 편지(1928년)에서-

 

펜과 붓으로 작품을 창조해내는 것은 내게 포도주와도 같아서, 그것에 취한 상태가 삶을 그래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따스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프란츠 칼 긴츠카이(Franz Karl Ginzkey)에게 보내는 편지(1920년)에서

 

"스케치하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내 나름대로의 휴식 방법입니다. 이 그림이 나타내고 있는 것은 자연의 순수함과 몇 가지 색채의 울림, 그리고 힘들고 골치 아픈 삶의 한 가운데서도 언제든지 믿음과 자유는 우리 마음속에 다시 싹틀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뒤스부르크에 있는 한 여학생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내면서 쓴 편지(1930년)에서-

 

 

 

 

 

 

 

 

 

 

 

 

 

 

 

 

 

 

 

 

 

 

 

 

 

 

 

 

 

 

 

 

 

 

 

 

 

 

 

 

 

 

 

 

 

 

 

 

 

                                                              

 

 

 

 

 

'미술 > 미술 이야기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僞作  (0) 2015.10.22
존 에버렛 밀레이, <눈먼 소녀>  (0) 2015.10.07
『세상의 모든 풍경』- 전광식  (0) 2015.10.03
창암 이삼만 글씨 (펌)  (0) 2015.10.03
에드워드 작품 검색  (0) 201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