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의 십자가

2013. 8. 12. 08:22책 · 펌글 · 자료/ 인물

 

 

 

[어느 군인의 죽음, 꼬르도바, 스페인]1936년 10월초ⓒ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 Magnum PhotosCollection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지난 2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전쟁사진가 로버트 카파(1913~1954)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카파를 모르더라도 후일 위대한 전쟁사진가로 칭송받게 되는 그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쓰러지는 병사’를 기억하는 독자는 적지 않을 듯싶다. 스페인 내전(1936~1939)에서 공화국군 병사가 반란군의 총탄에 맞아 뒤로 고꾸라지는 장면을 찍은 포토 저널리즘사에 남는 최고 걸작이다. 그런데 이 사진의 주인공이 실제로는 죽지 않았으며(즉 사진이 ‘연출’된 것이며), 더구나 이 장면을 찍은 이가 카파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논픽션 작가 사와키 고타로의 <카파의 십자가)>(분게이슌주·2013)는 바로 이 사진의 진실을 찾는 여로다. 사와키는 학생 시절 카파의 자전적 작품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를 읽고 흥미를 갖게 됐으며, 프리랜서 작가가 되고나서도 ‘언제나 사람의 고통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것은 쓰라린 것’이라는 카파의 말에 공감했다. 리처드 위랑이 지은 전기 <카파, 그 청춘>을 번역한 것도 누구보다 빨리 카파의 전기를 읽고자 하는 일념에서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와키는 ‘쓰러지는 병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과연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 이처럼 리얼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가능한가.

 

 

 



영원한 연인’ 게르다 타로


 


사실 사진의 진위 논란은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돼 왔다. 최근에도 스페인 파이스 바스코대학 커뮤니케이션 학부의 수스페레기 교수가 영상 분석과 전투사 고증을 통해 사진이 할영된 장소가 기존에 알려진 세로 무리아노가 아닌 에스페포임을 밝혀내고, 사진이 ‘연출’된 것임을 설득력있게 주장했다. 사와키의 ‘쓰러지는 병사’에 대한 진실 찾기는 수스페레기 교수를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수스페레기 교수가 이 사진이 카파가 애용하는 라이카가 아닌 롤라이플렉스로 촬영됐다고 밝혀낸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인이며 동업자인 게르다 타로와 함께 스페인으로 향한 카파는 주로 라이카를 사용하고, 타로가 롤라이플렉스를 들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스페레기 교수는 이 사진이 당시 아직 실력이 미진했던 타로가 찍은 것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사와키는 공화국군 남녀 병사의 담소 장면을 담은 작품에서 카파를 능가하는 인상적인 장면을 남긴 타로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쓰러지는 병사’를 타로의 것으로 직감한다. 사와키는 에스페포를 수 차례 방문하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찾은 ‘쓰러지는 병사’의 여러 버전과 관련 사진을 면밀히 분석해 퍼즐을 맞추듯이 사진이 촬영된 상황을 재현해 간다. 이윽고 에스페포에서 사진이 촬영된 현장을 특정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 서면 이들 사진의 시간의 흐름과 카메라의 위치가 드러나게 된다. 결코 한 사람이 두 종류의 카메라로 불과 수 초 사이에 일어난 일련의 장면을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원판이 정방형으로 밝혀진 ‘쓰러지는 병사’는 롤라이플렉스로 타로가 찍었던 것이 아닐까.

 

 

 

 



사와키는 책을 통해 ‘쓰러지는 병사’의 연출 논란에 결정타를 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로버트 카파’는 앙드레 프리드먼(카파의 본명)과 게르다 타로가 결합한 가공의 작가로, ‘쓰러지는 병사’로 자신을 전설적인 전쟁사진가로 밀어올린 뒤 먼저 전장에서 사라져 간 타로의 삶과 진정 이 작품의 작가로 거듭나기 위해 전장을 찾아 다녔던 앙드레 프리드먼의 고뇌와 운명에 다가서려는 것이다. 전설이 되기 위해 상황 종료 후 ‘사람의 고통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투 현장을 찾아나서야 했던 카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위대한 작품을 남긴 뒤 자신에게 지워진 십자가를 내려놓게 된다. ‘쓰러지는 병사’를 출세작이 아닌 그를 짓누른 십자가로 감상하게 된다면 또 다른 카파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경향신문)

 

 

 

 

 

 

 

 

 

 

 

 

 

 

 

 

 

 



[출처:EBS 지식-e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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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륙작전 1944























1939









1936






1933
































 

 

   [그가 죽기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