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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미술 이야기 (책)

윌리암 호가스《탕아의 일대기》

 

 

 

 

윌리엄 호가스, 탕아의 일대기

 

 

 

+ 먼저 그림과 jeystar님의 해석을 보겠습니다 +

 

 

Plate 1: [재산을 물려받은 젊은 상속자]
The Young Heir Takes Possession Of The Miser's Effects

 

 

 

몹시도 인색했던 아버지가 죽자마자, 그의 아들 톰 레이크웰은 아버지가 남긴 돈을 쓸 궁리부터 합니다.

일단 재단사를 불러들여 멋진 옷부터 한 벌 지어입으려고 치수를 재는 중이죠.

그의 뒤에는 회계사가 동전을 세면서 톰을 마땅찮은 듯 보고 있군요.

문가에 서서 눈물 짓고 있는 젊은 여인은 톰의 아이를 임신한 사라 영입니다.

톰은 그녀에게 결혼을 약속했었으나, 아버지의 많은 재산이 다 제 것이 된 마당에 하찮은 그녀가 눈에 찰리없죠.

그는 이별에 대한 보상금으로 동전 몇 푼을 내밀며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 단호한 표정을 하고 서있는 나이든 여인은 젊은이의 어머니로,

아마도 여인의 임신에 대한 젊은이의 결단을 다그치고 있는듯 합니다.

죽은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슬픔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옹색해 보이는 집안 풍경만이 죽은 이의 채취를 느끼게 할 뿐이죠.

 

 

 

 

 

 

 Plate 2: [예술가들과 선생들에게 둘러싸여]
Surrounded By Artists And Professors

 

 

아버지가 생전에 죽도록 모아놓은 돈을, 아들은 죽도록 쓰고 있습니다.

돈을 물쓰듯 쓰는 톰의 주위에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죠.

연주를 뽐내는 음악가들, 용맹함을 과시하듯 공격적 자세를 취하는 펜싱선생,

점잖게 가발을 쓰고 나타난 권투선수, 우아한 차림으로 사뿐사뿐 다가오는 춤선생,

톰에게 공원 설계도를 보여주는 정원사, 경호원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험상궂은 남자,

커다란 컵을 안고서 긴 채찍을 든채 무릎을 꿇고 앉은 기수

 - 오합지졸같은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 톰의 돈입니다.

 

 

 

 

 

 

 

 

Plate 3: [선술집]

The Tavern Scene

 

 

술과 여흥으로 가득한 파티가 이미 한차례 지나갔나봅니다.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흐트러진 몸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톰 곁에선, 한 여인이 그의 몸을 더듬고 있어요.

그러나 그녀는 뒤 쪽에 서있는 다른 여인과 한패로, 톰의 시계를 훔치려는 중이지요.

벽쪽에선 한쌍의 남녀가 서로를 희롱하는 가운데,

앞쪽에 앉은 여인은 온 몸이 드러나도록 옷을 풀어헤치고 있군요.

왼쪽 문앞에선 톰의 옛연인이 서있어요.

방종한 생활이 비극의 끝으로 치닫기 전에, 톰은 그녀 곁으로 돌아올까요?

 

 

 

 

 

 

 

Plate 4:[빚으로 인한 체포]

Arrested For Debt

 

 

 

돈을 물쓰듯 하던 톰은 가진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그것도 모자라 빚까지 지게 되었답니다.

그림 뒷 배경에 보이는 성은 왕실 주거지인 제임스 궁으로,

톰은 지금 여왕 탄신일을 맞아 관중들이 모인 곳을 향하고 있는 중이었죠.

그러나 두명의 치안 판사가 가마를 타고 가는 톰을 발견하자,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그를 체포하였습니다.

톰의 옛연인 사라가 그를 돕고자 다가오지만, 저지당하고 말아요.

그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요.

 

 

 

 

 

 

 

Plate 5: [늙은 여자와 결혼하기]

Married To An Old Maid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톰은, 부유한 늙은 여자와 결혼하기로 합니다.

사제의 참석 하에, 톰은 늙은 여인에게 결혼의 증표인 반지를 끼워주지만,

그의 눈은 늙은 여인의 뒤쪽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젊은 하녀에게로 향해 있습니다.

뒤쪽 문 앞에선, 톰의 어머니와 사라가 이 결혼식을 막고자 하지만,

경호원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꼼짝도 못하고 있습니다.

돈에 팔려가는 신세로 전락한 톰은, 과연 앞으로 제대로 된 인생을 살 수 있을지 걱정이군요.

 

 

 

 

 

 

 

 

Plate 6: [도박장]

Scene In A Gaming House

 

 

톰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렸군요. 그는 오늘 온갖 타락한 인물들이 모인 도박장으로 향했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톰은 이곳에 있었을테죠.

화면 뒤쪽으로 벽난로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저 연기는 곧 악덕의 장소인 이 곳을 모두  태워버릴 파국의 전조입니다.

 

 

 

 

 

 

Plate 7: [채무자수용소]

The Prison Scene

 

 

빚에 쫓기면서도 도박장을 드나들던 톰은, 결국 채무자 수용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이제 젊고 의기양양하던 톰의 모습은 간데없고, 겁에 질린듯 쪼그라든 탕아의 모습만 남았어요.

톰의 곁에선 늙은 아내로 보이는 여인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그를 책망하고 있는듯 합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옛연인 사라가 톰의 망가진 모습을 보고 실신합니다.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아직도 애정이 남은 것일까요,

톰에게 닥친 비극을 진심으로 아파하는 이는 오직 사라뿐인듯 합니다.

 

 

 

 

 

 

Plate 8:[베들렘:정신병원에서]

In The Madhouse

 

 

  

탕아 톰의 마지막 행선지는 정신병원이었습니다.

거듭되는 불행에 미쳐버린 톰은 거의 벌거벗은 차림으로 바닥을 뒹굴고 있군요.

일생을 소비하며 살아온 그지만, 아직도 모든 불행이 남에게서 비롯되었다고 믿는 것인지

가슴을 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의 곁에는 여전히 옛연인 사라가 머물고 있군요.

사라는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톰을 보며 슬픔의 눈물을 흘립니다.

진작에 이 여인의 사랑을 깨달았더라면, 톰의 결말이 이처럼 비극적이진 않았을텐데.

화면 뒤쪽에 밝은 빛을 내며 서있는 두 여인은, 재미삼아 미치광이들의 모습을 구경하러 온 상류층 사람들이랍니다.

그녀들에게 미치광이들이 비극은 오락거리일 뿐이죠.

그녀들이 입가에 머문 비웃음은 마치 톰을 향해 온통 쏟아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대단한 연극 애호가였던 호가스는, 이 연작을 마치 연극 공연처럼 연출해냈죠.

호가스는 그림 속 중심인물들에게 각각 이름과 성격을 부여했으며, 그림 속 배경을 연극 무대처럼 표현해냈어요.

그리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호가스의 연작을 같은 제목의 오페라 대본으로 옮겨 놓았답니다. 

 

 

 

 

 

 

 

X

 

 

 

 

 

 

 

* 다음은 이주헌님의 해설입니다. *

 

18세기 영국화가 윌리암 호가스(1697~1764)는 특별히 도덕적인 주제를 많이 그려 인기를 얻었다.

그의 《탕아의 일대기》(1733)는 모두 여덟 점의 연작으로,

사람이 어떻게 낭비와 허영 쾌락에 빠져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지를 생생히 묘사한 작품이다.

연작의 마지막 작품에서 방탕한 생활 끝에 마침내 정신병원에 수용되기에 이른다.

'베들렘(정신병원의 이름)' 편이 바로 그 마지막 장면을 표현한 그림이다.

 

그림의 하단에 벌거벗은 채 누워있는 탕아가 보인다.

그림 왼쪽의 세 사람은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각각 바이올린을 켜고 노래를 부르며 멍하니 앉아 있다.

제정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사람들이다.

반면 그림 맨 오른쪽 독방에서 몸을 흔들며 참회의 기도를 하고 있는 광신자나

그 옆방에서 왕관을 쓰고 벌거벗은 채 조각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미치광이는 상태가 꽤 심각해 보인다.

두 방 사이의 공간에 그려진 여러 정신병자들도 제각각 자신의 미망에 깊이 빠져있다.

우리의 주인공은 이들보다 지금 더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 쓰러진 채 탈진해 죽어가고 있다.

정신이 나간 데다 기력마져 쇠한 그는 방탕의 댓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그렇게 사위어가는 그에게서 쇠사슬을 끌러줌으로써 간수는 마지막 자비를 베푼다.

탕아의 옆에는 하녀가 그의 운명을 슬퍼해주고 있다.

잘 차려 입은 화면 뒤쪽의 두 여인은 한때 탕아가 알았던 이들이지만,

재미삼아 병원을 찾은 듯 부채 사이로 훔쳐보는 것 외에 탕아에게는 관심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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