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드로 제리코 / 메뒤즈호의 뗏목 /루브르 박물관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식인(食人) 사건은 테오드로 제리코가 그린 '메뒤즈號 사건'이다.
1816년 6월, 세네갈로 향하던 프랑스 해군의 프리깃 함 메뒤즈 호가 좌초했다.
배에 타고 이던 총독과 부관 등 중요 인물들은 구명보트로 도망쳤지만
나머지 승선 인원 149명은 커다란 뗏목으로 옮겨 타야 했다.
표류하는 뗏목 위에서 식량은 곧 떨어졌고 싸움과 자살이 이어지는 착란 상태 속에서 사람들은 시체를 먹게 되었다.
표류 12일째에 가까스로 다른 군함에 발견되어 구출되었을때 생존자는 불과 열두 명이었다.
이 사건은 프랑스에서 엄청난 스캔들이 되었고,
제리코는 이 사건을 주제로 공들여 구상한 대작 <메뒤즈 호의 뗏목>을 1819년 살롱에 발표하여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제리코는 생존자를 인터뷰하여 상황을 자세히 들었을 뿐 아니라,
실제 뗏목의 모형을 만들고 병원에서 세치를 스케치하는 등 사건을 정확히 재현하려 애썼다.
그러나 이런 노력끝에 완정한 작품에서 제리코는 인육을 먹은 사실이나 기아의 비참함은 묘사하지 않았고,
저 멀리로 지나가는 군함을 발견한 순간 승객들이 드러낸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데 머물렀다.
(어떤 연구자는 제리코가 이 작품을 위해 그린 습작에 인육을 먹었음이 묘사되었다고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동시대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역사화와 같은 대작으로 엮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획기적이다.
신고전주의 에서 낭만주의로 이행하는 기념비적인 이 작품은,
인간의 극한 상태를 다루면서도 이를 힘찬 군상으로묘사함으로써 영웅적인 주제로 만들었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 그림에 대해 "역겨운 연극 같다"고 했다.
세상의 호기심은 메뒤즈 호의 뗏목에서 벌어진 카니발리즘에 맞춰져 있었지만,
제리코는 이를 부러 피하고 좀 더 극적이고 기념비적인 표현을 모섹했다.
이것이 미시마에게는 공허하게 보였던 듯하다.
- 미야시타 기쿠로. 《맛있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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