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1. 19:23ㆍ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전남 강진에 간다면 다산 정약용을 비켜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18년의 유배 기간에 그가 강진 땅에 드리운 그늘이 넓고도 깊은 까닭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강진에 꼭 다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어쩌면 다산의 그늘에 강진의 더 많은 것이 가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수많은 이야기가 딸려 올라왔으니까요. 봄기운이 완연한 강진 땅으로 갑니다. 다산의 발자취를 좇아 정원을 거닐고, 동백꽃 낭자한 숲에 들었으며, 오랜 공력으로 쌓은 돌탑 앞에 섰고, 늙은 나무한 그루를 만나러 시골 마을의 골목을 기웃거려 보았습니다. # 백운동 정원, 그 비밀의 공간 강진을 여행하다 보면 도처에서 다산 정약용을 만난다. 다산이야말로 강진 땅에다 숨을 불어넣고 스토리를 부여하는 압도적인 인물이다. 그의 자취가 새겨진 곳은 어김없이 관광 명소가 된다. 18년의 유배 중 10년을 보낸 다산초당이야 말할 것도 없고, 혜장 선사와의 만남의 자취가 새겨진 백련사도 마찬가지다. 유배 직후 첫 번째 처소였던 주막집의 한 칸 방에 현판을 내걸었던 사의재 역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나간 자리마다 명소가 되니,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 스타를 앞세운 스타 마케팅과 그리 다를 게 없다. 강진에서는 도리 없이 ‘다산’이지만 여기서는 다산초당처럼 일러주지 않아도 다 아는 명소는 건너뛰기로 한다. 한 해 중 지금이 절정인 백련사의 동백숲만큼은 아무래도 아쉬우니 따로 뒤에서 얘기하기로 하자. 다산의 발길이 닿은 곳 중에서 백련사에 앞서 그 빼어남을 이야기할 곳이 있으니 바로 ‘백운동 정원’이다. 백운동 정원은 월출산의 기묘한 암봉을 병풍처럼 두른 기가 막힌 자리에 있다. 정원 주위는 붉은 꽃을 떨구고 있는 아름드리 동백숲으로 어둑하고, 담 밖에는 물길을 끌어들여 만든 계곡이 흘러내린다. 백운동 정원의 주인은 조선 중기의 처사 이담로. 그가 정원을 만든 지 100년쯤 지난 뒤에 유배 중이던 다산이 찾아들었다. 때는 1812년 가을. 다산은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 등반을 마치고 백운동 정원에서 하룻밤 묵었다. 다산의 막내 제자가 정원의 주인 이담로의 6대손이란 인연 덕이었다. 다산은 백운동 정원의 아름다움에 적잖이 감동했던 모양이었다. 다산을 단번에 매료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짐작할 수 있다. 다산은 딱 하룻밤 묵어갔으면서도 정원 주변의 빼어난 풍경 12곳을 정해 ‘백운동 12경(景)’을 정하고 초의선사에게는 백운동을 그림으로 그리게 한 뒤 자신의 친필 시를 한데 묶어 ‘백운첩’으로 남겼다. 다녀간 뒤에도 자주 이곳을 그리워하면서 그림을 꺼내 봤을 만큼 다산은 백운동 정원의 경관을 잊지 못했다.
# 풍류의 정원, 시와 그림으로 지켜지다 백운동 정원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방치되다시피 했다. 허물어진 담과 쓰러져가는 농가는 그곳이 정원이었다는 사실조차 믿을 수 없게 했다. 그러던 것이 정원 발굴과 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다산이 남기고 간 백운첩이 큰 역할을 했다. 다산이 백운동의 아름다움을 그림과 시로 남기지 않았다면, 그만큼의 감동을 받지 않았다면 과연 여기에 이렇게 빼어난 정원이 있었음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백운동 정원 주변은 지금 온통 동백꽃으로 가득하다. 지난겨울의 혹한에 꽃을 피우지 못한 동백들이 한꺼번에 피기 시작했다. 절정의 순간에 툭 떨어진 동백꽃의 핏빛이 정원으로 들어서는 계곡에 낭자하다. 여기 백운동 정원의 동백은 다른 곳의 동백과는 좀 다르다. 꽃잎이 두껍고, 꽃이 크다. 색감도 훨씬 짙다. 감히 말하건대 다산은 백운동 정원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백운동에 매료되기에는 가을날 하룻밤은 너무 짧다. 결정적으로 다산은 봄날의 정원에서 선혈처럼 붉은 동백의 낙화를 보지 못했다. 딱 이맘때 백운동 정원을 가보면 이 말에 수긍하게 되리라. 정원으로 이어지는 계곡 물가에 후드득 떨어진 동백꽃을 마주하게 된다면 말이다. 동백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지금 강진 백련사 동백숲의 동백도 절정이다. 딱 이맘때쯤 강진을 통틀어 첫손에 꼽히는 명소가 백련사다. ‘동백꽃’ 때문이다. 백련사 동백숲에서는 지금 동백의 낙화가 한창이다. 화려하게 꽃 지는 풍경이 예년보다는 좀 못한 듯해 아쉽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비장하면서도 처연한 낙화의 풍경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 아무것도 없어 더 매력적인 곳
번잡스러운 건 하나도 없이 그저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 옴천이 가진 풍경의 전부다. 청정한 자연 속에서 길러낸 민물새우로 담그는 토하젓 말고는 변변한 산물도 없다. 농담을 좀 섞자면 옴천에서 가장 유명한 건 ‘옴천면장’이다. 전라도에는 속담처럼 쓰는 ‘옴천면장 맥주 따르듯이…’란 말이 있다. 누가 맥주잔에 거품만 따를 때 하는 얘기다. 혐의는 두 가지다. 하나는 면장이 맥주 따르는 방법도 모를 정도로 촌 동네라는 것. 다른 하나는 면장이 맥주한 병으로 여덟 잔을 따라야 할 정도로 가난하다는 것. 누군가는 ‘옴천면장 맥주’ 브랜드로 맥주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누구는 맥주 한 병으로 몇 잔을 따르는지 대회를 열어 기네스북에 등재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옴천 주민들은 어느 쪽이든 자신들을 비하하는 듯해 불편하다. 옴천이란 지명은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옴’이란 글자를 지명으로 쓰는 곳은 전국에서 여기밖에 없다. ‘옴’은 여러 종교의 진언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음절이다. 힌두교도들은 기도나 명상을 할 때 이 음절을 외고, 불교도 의례에서도 자주 사용한다. 반야심경도 첫 글자가 옴으로 시작한다. 한자로는 ‘머금을 암(唵)’ 자를 차용해 쓴다. 그렇다면 이곳에 왜 옴천이란 지명이 붙었을까. 그 이유인즉 이렇다. 옴천면을 끼고 흘러내리는 물길인 옴천천의 본래 이름이 연천(燕川)이었는데, 주민들이 질병으로 고생하자 불경에 나오는 옴(唵) 자를 써서 옴천천으로 이름을 바꿨다는 것이다. 옴천이란 지명이 기원과 의탁의 이름이라면, 그곳에 절 하나 들어서는 것도 썩 잘 어울리는 일이겠다. #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절집 두 군데
옴천사 일주문에서부터 돌탑이 도열해 있다. 기중기가 아니면 쌓기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것부터 무릎 높이를 겨우 넘는 작은 것까지 어마어마한 숫자의 돌탑이 경내 곳곳에 불상과 함께 세워져 있다. 손수 쌓은 돌탑이나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 아무렇게나 쌓으면 돌탑은 몇 층 올리지 못하고 무너져버린다. 돌탑을 높이 쌓는 데는 여간 정성이 필요한 게 아니다. 절집이 속한 ‘선각종’이란 종파는 낯설지만, 다 제쳐놓고 탑을 쌓은 이가 바친 노고 앞에서 탄성을 거둘 수 없다. 군동면 풍동마을의 남미륵사는 아예 시골 마을 전체를 사찰로 삼다시피 한 절집이다. 절집의 경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상과 탑들로 가득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마치 무협지의 판타지 공간을 재현한 것 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 사찰 입구에는 거대한 코끼리 상을 놓아 두었고, 일주문에서 경내에 이르는 길의 철쭉나무 사이사이에 나한상 500개를 배치해 놓았다. 만불전에 모신 불상의 수가 자그마치 2만3000개다. 경내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건축물과 거대한 불상, 비석 등이 온통 뒤섞여 있다. 36m 높이의 청동 아미타불 좌상과 용을 딛고 선 석조 관음보살상, 관음전 등은 그 크기만으로도 입이 딱 벌어진다. 이 엄청난 불사를 단 한 명의 스님이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불가사의하다. 종교적인 시선으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관광 사찰’임을 자임하고 있는 만큼 가볍게 볼거리로 들러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남미륵사 경내에는 1000만 그루가 넘는 철쭉이 심겨 있어, 꽃이 필 때면 사찰 전체가 붉은 철쭉으로 뒤덮인다. # 범상찮은 기운의 향나무 한 그루
마을이 자랑해 마지않는 귀기 넘치는 나무는 마을 안쪽의 민가 마당에 있는 700여 년이 넘는 수령의 향나무다. 이름하여 ‘양반 향나무’다. 조선 영조 때 왕명을 받아 마을에 당도한 벼슬아치들이 말을 타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향나무 가지에 갓이 걸리자 할 수 없이 말에서 내렸다고 해서 이후부터 ‘양반’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높이는 5m에 직경은 1.5m 정도. 크기로만 겨룬다면 압도적인 거목이라 할 수 없지만, 죽은 고목을 감고 뒤틀며 자란 모습에서는 범상찮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깟 나무 한 그루가 뭐 볼 게 있겠냐 싶지만, 막상 가보면 나무가 뿜어내는 느낌이 강렬하다. 16년 전쯤 한 조경업자가 나무 값으로 2억3000만 원을 불렀다고 했다. 오래된 향나무가 비싸다지만, 그 정도 가격이면 횡재나 다름없었다. 나무 주인은 처음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랬다가 하루 자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그 돈 없어도 살지만, 나무 뽑힌 자리를 보면서는 못 살 것 같았던 모양이었다. 김홍순 씨는 그렇게 향나무와 함께 살다가 일흔여덟의 나이로 5년 전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아들 김명식 씨가 향나무를 돌보고 있다. 철제 울타리 안에서 귀하게 자라는 앞마당의 향나무 말고 뒷마당에도 제법 굵은 향나무들이 어둑한 그늘을 드리웠다. 마당 장독대의 화단에는 분재가 가득하다. 마을을 둘러보니 이 집뿐만 아니다. 집집이 마당 한쪽을 우거진 숲으로 가꿨으니 시골 골목을 걸으면서 나무를 구경하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 봉황과 용이 함께 깃들인 산 나무 얘기로 이야기를 이어보자. 강진 병영면의 성동리에는 송학리 향나무보다 백 살쯤 더 먹은 은행나무가 있다. 높이 32m에다 둘레 7.2m의 거목이다. 은행나무는 하멜표류기에 등장한다. 대만을 떠나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다 태풍으로 배가 좌초하는 바람에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 그는 350여 년 전 강진 병영에서 7년 동안 억류 생활을 했다. 하멜은 표류기에서 병영성 인근에서 큰 은행나무를 봤다고 썼는데, 그 나무가 바로 이 나무다. 은행나무는 그때도 450세쯤 되는 거목이었다. 병영성에서 고된 노역에 동원됐던 하멜은 함께 억류됐던 32명의 일행과 함께 이 은행나무 아래 바위에 걸터앉아 고향을 그리워했다. 은행나무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방인들의 한숨, 그리고 그들이 겪었던 파란만장한 삶을 봤을 것이다. 성동리 은행나무 인근에는 하멜 기념관이 있다. 하멜이 표류했다가 고국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전시해놓았다. 병영성으로 내려온 하멜 일행의 표류부터 여수를 거쳐 일본 나가사키로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하멜이 노역을 했던 병영성도 빼놓을 수 없다. 병영성은 지금으로 치면 조선의 육군 총사령부 격이다. 성곽만 복원됐을 뿐 성안은 빈터로 남아 있지만, 성벽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느티나무와 팽나무 거목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강진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곳에 대한 얘기다. 덕룡산과 주작산. 능선이 맞붙은 두 개의 산은 거친 기암괴석과 암봉이 절경을 이룬다. 특히 암봉 사이로 진달래가 피는 이즈음이 덕룡산과 주작산이 최고의 경관을 보여주는 때다. 두 산을 이어 종주하려면 7시간이 넘는 노고를 바쳐야 한다. 잠깐 맛만 보겠다면 차로 주작산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전망대는 주작산 자연휴양림의 임도 끝에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주작·덕룡산의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의 일출이 이름났다지만, 저물 무렵의 풍경도 못지않다. 다산초당이 깃들어 있는 만덕산과 봄빛이 완연한 들녘 그리고 푸른 강진만을 내려다보면서 여행을 마무리하기 딱 좋은 곳이다. 저물어가는 강진 땅을 오래 굽어봤다. 강진은 다산이 있어서 좋지만, 다산을 지워도 모자람이 없다. ■ 여행정보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 전남 강진은 내로라하는 관광지는 많지만, 의외로 숙소 사정이 좋지 않다. 가족 단위 여행이라면 강진군에서 운영하는 주작산자연휴양림(061-430-3306)을 추천한다. 강진읍에서는 프린스행복호텔(061-433-7300)이 가장 낫다. 강진에는 농가에서 숙박과 식사를 체험하는 ‘푸소(FUSO)’ 체험이 있다. 푸소란, 필링-업(Feeling-Up),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기도 하고 기분을 ‘풀다’의 사투리로 청유형의 뜻도 있다. 일정과 코스, 체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보통 1박 2일 기준 조식 포함 1인 5만 원 정도. 2박 3일은 9만 원 안팎이다. 월출산 아래 한옥 펜션들이 모여 있는 달빛한옥마을의 ‘초연재’(010-2682-6898) 등에서 푸소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강진에는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강진 한정식.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명성을 누리는 한정식집이 한두 집이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예향(061-433-5777), 청자골종가집(061-433-1100), 해태식당(061-434-2486), 다강한정식(061-433-3737) 등이다. 1인 1만 원 이하로 받는 백반집 밥상도 반찬 가짓수와 맛이 한정식에 버금갈 정도여서 황송하다. 백반집은 보통 2인부터 손님을 받는데 2인 상은 2만 원, 3인부터는 1인당 9000원을 받는 설성식당(061-433-1282)의 백반이 가장 이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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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전국 최대 규모의 진달래축제인 인천 강화 고려산 진달래축제가 오는 14일부터 22일까지 9일간 고려산 일대 및 고인돌광장에서 개최된다. 진달래는 한국의 산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제대로 만끽하려면 군락지를 찾아야 한다. 연분홍색 진달래꽃은 집합될수록 강력한 멋을 자아낸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펴 향연을 이루는 군락지는 봄날을 제대로 맞이하기에 충분해 매년 이맘때면 무르익어 가는 봄 정취를 맛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1일 강화군에 따르면 올해로 11회를 맞는 고려산 진달래축제는 최근 들어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해 찾는 사람들이 연간 40만~50만명에 달한다. 해발 436m의 산에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1년의 기다림 끝에 피어나는 진달래의 화사함은 마치 산에 연분홍 물감으로 수놓은 듯한데 이 광경을 보려는 사람들은 강화도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진달래 군락지를 보려면 고려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가는 길은 모두 5개의 맞춤형 코스가 있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코스를 선택해 산행하면 된다. 산보하기 좋은 1코스 도보길(고인돌광장~백련사~정상)과 적당히 운동할 수 있는 2코스 등산길(국화2리 마을회관~청련사~정상), 가파르지만 짧은 코스를 원할 때에는 3코스(고비고개~정상), 그리고 긴 산행을 즐기려면 4코스(고천4리 마을회관~적석사~정상)와 5코스(미꾸지고개~낙조봉~정상)를 선택하면 된다.
●7부능선 1㎞ 진달래 군락 17일쯤 절정
다른 지역의 진달래가 대개 평지나 얕은 산에서 피는 것과는 달리 고려산 진달래는 산 정상 및 7부 능선 이상에서 군락을 이룬다. 고려산 정상과 앞 비탈에는 잡목이 없이 빽빽하게 들어선 진달래가 군락을 형성한다. 정상에서 능선 북사면을 따라 355봉까지 약 1㎞를 연분홍으로 물들인다. 고도에서 꽃이 피기 때문에 더욱 진한 색의 진달래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축제 기간에는 꽃의 색도나 크기가 절정을 이룬다. 강화군 관계자는 “진달래가 만개되는 시점은 축제 기간인 17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각형·역삼각형… 일부러 구도 맞춘 듯
진달래 군락이 배치된 형상을 보면 장소에 따라 삼각형 또는 역삼각형을 이뤄 마치 일부러 구도를 짜놓은 듯하다. 면적도 30만㎡에 달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에 있는 진달래 군락과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압도한다. 정상 능선에는 인테리어한 듯이 나무로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탐방로가 있어 이 길을 걸으며 편하게 진달래 군락을 감상할 수 있다. 꽃을 좀더 가까이서 보려면 탐방로에서 비탈 방향으로 조성된 샛길을 이용하면 된다. 샛길 옆에 마련된 전망대와 포토존은 추억을 담고 인증 샷을 찍기에 안성맞춤이어서 축제 기간에는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다.
고려산 주변에는 유독 사찰들이 많다. 고구려 장수왕 4년에 천축조사가 가람터를 찾기 위해 고려산을 찾았는데 정상에 피어 있는 5가지 색의 연꽃을 발견하고 이를 날려 꽃이 떨어지는 장소마다 절을 세웠다고 한다. 현재는 백련사, 청련사, 적석사 등 3개 사찰만 남아 있는데 진달래축제 때는 이를 경유하는 등산로를 통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정상으로 가는 길 가운데 거의 알려지지 않은 코스도 있다. 고촌4리 입구에서 100여m 지점에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동네 길을 걷다가 ‘고인돌군(群)’이라는 안내판이 보이면 좌회전해 인가가 드문 지점부터 시작되는 산길을 통해 정상으로 오르면 된다. 공개된 코스들과는 달리 이용하는 사람이 드물어 혼잡함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제격이다. 정상에서 진달래 군락을 감상한 뒤 서쪽 낙조봉으로 이어지는 3㎞가량의 능선을 타면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오솔길로 된 이 등산로는 주변 경관이 아기자기한 데다, 정상 군락지만은 못하지만 길 좌우에 진달래가 풍성하게 피어 있다. 능선을 오르내리는 경사 또한 적어 마치 둘레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능선 중간에는 21기의 고인돌군이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 고인돌은 우리나라 고인돌의 평균 고도보다 100∼200m 높은 곳에 있어 이채롭다.
●능선 중간 ‘고인돌 21기’에 발길 머물러
낙조봉에서 적석사 쪽으로 내려가면 우리나라 3대 낙조 조망대인 낙조대가 나온다. 동해안 정동진의 반대쪽에 있다고 해서 ‘정서진’으로도 불린다. 강화도 중앙에 있는 이곳에 서면 발아래 펼쳐진 너른 벌판과 저 멀리 보이는 강(한강, 임진강, 예성강)과 주변 섬들까지 강화가 지니고 있는 아기자기한 매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북한의 송악산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진달래축제와 관련된 부대행사는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고인돌광장에서 열린다. 진달래를 테마로 한 진달래 화전 만들기, 진달래 마켓, 진달래 엽서전, 진달래 향수 만들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아마추어 밴드를 중심으로 한 버스킹 공연도 준비돼 있다. 진달래 온에어(ON-AIR) 방송국도 지난해에 이어 운영된다. 고인돌광장과 국화2리 다목적광장에 주차할 때에는 주차요금을 받는다. 1대당 5000원을 내면 대신 5000원권 강화사랑상품권으로 교환해 준다. 강화사랑상품권은 진달래축제장 먹거리장터와 풍물시장, 식당, 주유소 등 강화군 내 거의 모든 업소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상복 강화군수는 “올해는 500만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진달래축제는 강화가 수도권 최고의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진달래축제와 같은 기간 강화읍 고려궁지 정문에서 강화산성 북문에 이르는 700여m 구간에서 ‘벚꽃 야행’이 진행된다. 낮에 보는 벚꽃 못지않게 밤에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진 벚꽃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올해는 심한 일교차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진한 색의 벚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화북문 벚꽃길은 1990년대 초 인근 주민들이 심은 나무들이 자라 매년 4월에 울창한 벚꽃터널을 형성하는 것으로 최근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평화전망대는 해안 건너 北까지 2.3㎞
진달래축제를 만끽한 뒤 강화도에 산재한 볼거리를 찾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광장 인근에는 강화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강화역사박물관과 조류, 생물, 태양계 등 자연사를 공부할 수 있는 자연사박물관이 있어 가족 단위로 나서기에 안성맞춤이다. 평화전망대는 북한과의 거리가 불과 2.3㎞로 해안 건너 북한의 분위기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강화 출신 작사가 한상억 선생과 작곡가 최영섭 선생이 만든 ‘그리운 금강산’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노래비가 설치돼 있다.
나들이 가듯 걷는 길이라는 뜻의 강화나들길은 총 310㎞로 테마가 있는 20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고즈넉한 숲길부터 확 트인 바다, 갯벌까지 두루 볼 수 있는 아름답고 낭만이 넘치는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전등사와 보문사도 찾아볼 만하다. 전등사는 381년(고구려 소수림왕 11년)에 건립돼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사찰로 알려져 있다. 보문사는 강화도와 인접한 섬인 석모도에 있는데 우리나라 3대 기도 성지로 꼽힌다. 예전에는 배편을 이용해야 했으나 지난해 6월 석모대교가 개통돼 쉽게 찾을 수 있다. 강화해안도로는 강화도에 산재한 역사문화재를 끼고 형성돼 있어 드라이브 자체가 문화재 관람이다. 조선 말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지은 덕진진, 초지진, 갑곶돈대, 용진진, 광성보, 연미정 등을 선을 잇듯이 연결한다. 해안도로 서쪽 중간지점 가까이에는 강화의 대표적 해변인 동막해변이 자리잡고 있다.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가 되면 손에 작은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강화갯벌에서 게, 새우, 쏙 등 갯벌 생물들을 잡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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