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베르메르,<Allegory of Painting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 1667. 캔버스에 유채. 120 x 100 빈 미술사박물관
베르메르(1632~1675)는 자신의 스튜디오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고 모델이 필요한 작업을 제외하고는 스튜디오에서 혼자 작업하는 것을 고수했다. 베르메르가 지키고 싶었던 특별한 작품의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과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베르메르의 작품들에는 몇 가지 프로토콜이 보인다.
1. 화면 왼쪽에 창문을 두기.
2. 그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게 하여 작품의 조명으로 삼기.
3. 햇빛 조명을 받는 창가 자리는 한 명 혹은 두 명의 모델을 그려넣을 수 있도록 할애하기.
4. 모델 주변에 다양한 소품을 세련되게 배치하기.
5. 배치된 물건과 모델이 심리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접해 있는 상태를 표현하기.
6. 모델 뒤로 보이는 벽면은 되도록 비워두지 말고 장식해두기.
7. 이 모든 것들을 3차원적으로 정교하게 사진처럼 완성시키기.
8. 베르메르가 남긴 작품은 40점을 넘지 않으며, 작품 크기가 대부분 50센티 안팎이다.
현재까지는 베르메르의 작업에 대한 비밀로 카메라옵스큐라가 자주 거롬된다. 그러나 이 장비가 그의 작품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베르메르 작품의 비밀을 풀기 위해 미국 텍사스의 한 발명가가 15년 넘게 연구해온 내용을 2명의 마술사팀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최근에 발표했다. 팀 제니슨이라는 이 발명가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베르메르는 광학장비를 이용하여 베끼는 그림을 그렸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던 바,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처음에 그는 베르메르가 완벽한 색채값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절초풍한다. 이건 분명,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정확한 색채값을 알고 그렸다는 것이다. 정교하게 그리는 것이야 대고 그렸다고 보더라도 색채의 노하우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카메라옵스큐라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던 중 유레카! 바로 거울이 비밀의 열쇠였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는 베르메르의 <음악수업>을 통해서 이를 증명해나간다. 키메라옵스큐라의 렌즈로 사물을 비추면 등거리의 맞은편 벽으로 영상이 맺히기는하나 이것만으로 베르메르 효과가 획득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많은 연구가들이 베르메르의 비밀을 못찾고 있었다. 렌즈에 촛점이 맞춰진 피사체의 영상이 등거리의 맞은편 벽면으로 가기 전에 영상을 거울로 낚아챈다는 것이다. 그것도 각이 꺾인 거울로 말이다. 그리고 이 거울은 작가의 눈과 캔버스 사이에 놓이게 된다. 그런 다음 뒤와 앞쪽을 힐끗대면서 이미지 조각조각을 맞추어가면 거의 코앞에서 모사한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거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렌즈가 보내주는 이미지를 받아서 한 조각 한 조각 그렸다는 말인데, 시간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작업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출처. 김민성 지음『그림 영혼의 부딪힘』 p177~
베르메르는 네덜란드 서쪽에 있는 델프트에서 태어났다. 베르메르의 부친은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특히 그림 매매도 사업 아이템 중의 하나였다. 부친이 직접 그린 그림을 팔기도 해서 베르메르가 부친의 가업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화가의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베르메르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4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후 그의 모든 작품은 물론이고 베르메르라는 존재도 미궁에 빠져버린다.
'미술 > 미술 이야기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 작품일까요? (0) | 2015.07.19 |
---|---|
『아트 인문학 여행』 (0) | 2015.07.16 |
『그림, 영혼의 부딪힘』 (0) | 2015.07.10 |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0) | 2015.07.07 |
<세상의 기원>, 얼굴을 찾았다 (0) | 201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