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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미술 이야기 (책)

호퍼, <밤샘하는 사람들>

 

 

 

                         Nighthawks (1942) by Edward Hopper 1942, Oil on canvas, 84.1 x 152.4cm.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도시인의 군상이 <밤샘하는 사람들>에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그림 속의 주인공 자리를 거리나 건물, 혹은 BAR 안의 조명이 차지하고 있다.

공간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장식품처럼 진열되어 있다. 진열장 안의 마네킹처럼 말이다.

먼저 상점의 큰 유리창이 그들에게 다가서는 것을 막는다.

너무 투명하게 잘 보여서 오히려 안과 밖을 확연히 구별해 버리는 역설을 보여준다.

그 다음에는 불빛이 가로막는다.

환하게 밝혀진 조명 불빛이 만들어내는 생경함과 으스스함이 그들을 멀리 떼어 놓는다.

아직 한 겹이 더 남아 있다. 불빛을 헤치고 다가서면 이제는 창백하고 무표정한 가면이 우리를 가로막는다.

그 가면 안에 사람이 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이렇게 여러 겹의 문을 열고서야 마주할 수 있는, 가장 견고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극히 사실주의적 그림에서 낯선 우리를 발견한다.

호퍼가 그림의 소재로 썼던 시가지나 건물, 밤의 레스토랑, 상점 불빛으로 환한 거리, 극장 등에 우리가 들어 있다.

실제로 도시늬 도로에 나서면 한순간도 단절 없이 만나게 되는 풍경이다.

그런데 너무나 익숙한 도시 공간의 소품들 속에 들어 있는 우리 모습이 낯설다.

정말 이 차가운 금속성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쉽게 다가오질 않는다.

호퍼의 그림은 익숙한 도시를 낯설게 만들고 쇼윈도 속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 박홍순, 『사유와 매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