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범관 <계산행려도>
범관 <행려도>. ← <계산행려도>의 복제품. 명나라 때 그려진 위작.
비교해 보면 복제품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표제에 '계산'이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北宋代의 산수화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없다.
원작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초자연적인 박력이 있으나 복제품에는 형식적으로 그것이 모방되어 있을 뿐
주산의 양감과 질감도 산만하여 사실성이 부족하다.
운필에 있어서도 범관의 원작은 각이 지고 굽어있는 필획이 사용되어 있지만,
복제품은 둥근 필획만으로 이어져 있다.
또 원작의 봉우리는 그 측면의 표현이 매우 자연스럽지만, 복제품은 얇은 면으로 표현되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범관의 가슴 속에는 진산진수가 깊숙히 담겨있으나,
모방자에게서는 종이 위에 있는 산수만 느껴진다는 점이다.
복제품은 명대 말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명나라 당인 <위저취어도>
당인 <노정계정도>라고 이름 붙여진 <위저취어도>의 복제품.
<위저취어도>는 갈대밭 옆에 한 척의 거룻배가 떠 있고 늙은 어부가 뱃머리에 기대어 잠자고 있는 그림이다.
그 위로 낚싯대가 세워져 있으며 잔자한 물결과 밝은 달이 어른거린다.
화면은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어 웬지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화면 위에 큰 글씨로 제시가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강변에 낚싯대 꽂고 거룻배를 묶어두니 삼경의 달이 그 위에 걸려있네.
늙은 어부는 불러도 대답 없으니 깨었을 때는 도롱이의 그림자에 서리 내려 있겠네"
그러나 모작 <노정계정도>는 묵색이 매우 진하여 조용하고 차가운 물가를 표현하는데 있어
운필이 번잡하고 무기력한 정체감을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림의 모사에만 주의를 기울인 나머지, 제시의 서법에서 기필이나 운필이 유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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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작품의 복제의 필요성이 인정되었다.
누군가 좋은 그림을 가지고 있으면 지인들간에 서로 보이며 자랑을 하곤 하였는데,
옛날에는 오늘날과 다르게 인쇄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화가를 불러서 모방하는 일이 흔했다.
현재 고궁박물관에 있는 '소식'의 서간에,
"어느날 밤 황거채의 龍 그림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보름 전
조광주가 모사를 위해 빌려간 것이었다. 아마도 한두 달은 더 걸릴 것이다."
복제는 송대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남북조시대에도 동진의 고개지는 작품이 모사에 대해서 논하였으며,
남제의 사혁도 육법 중에 전이모사가 그림을 배우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오늘날에도 모사는 필묵의 기술을 체득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그러나 훌륭한 복제품은 진품으로 행세하기도하였다.
"측천무후 시대, 장역지가 청하여 솜씨 좋은 화가들을 모집해 수장고에 있는 그림들을 보수하도록 하였다.
화가들은 솜씨를 발휘하여 이것들을 정교하게 모사하였고, 진품처럼 표장하여 똑같은 모사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장역지의 손에 들어간 진품은 모두 사라지고 모사품만 수장고를 가득 채우게 되었다."
-『중국회화산책』발췌 -
사혁(謝赫)이 육법
중국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회화제작(繪畵制作)의 6가지 요점.
남제(南齊)의 사혁(謝赫)이 《고화품록(古畵品錄)》에서 기술한 것.
6가지 요점이란
① 기운생동(氣韻生動):
사실적으로 그려진 형상.
특히 인물에 살아있는 생명감이 넘치며 그 내면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것.
그려진 형상의 살아 숨쉬는 듯한 생명감.
② 골법용필(骨法用筆):
그림의 골격을 이루는 선묘의 사용법.
안정된 선으로 대상 골격을 분명하게 파악할 것.
운필을 중시하는 것으로 특히 대상의 인격을 표현해야 한다.
③ 응물상형(應物象形):
대상의 형에 따라서 사실적으로 그릴 것. 形似라고도 함.
윤곽선이 정확한가에 대한 것으로, 사물과 비슷해야 함.
④ 수류부채(隨類賦彩):
사물의 종류에 따라 색(고유색)을 베푸는 채색법.
대상에 따라서 채색을 잘하여 사물의 본질을 잘 표현할 것.
⑤ 경영위치(經營位置):
구도를 분명하게 결정할 것
⑥ 전이모사(傳移模寫):
고화(古畵)를 모사하여 기술과 정신을 배우는 것 등을 말한다.
밑그림부터 완성화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며,
어떤식으로 대상을 확대할지 축소할지도 완성의 중요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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