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겸재 정선에 대해서 둬 꼭지 글을 만들면서 검색을 좀 했습니다.
인터넷이 좋긴 좋아요. 정선의 작품을 대충 훝어본 것 같습니다.
정선의 작품 중에선 역시 <인왕재색도>와 <박연폭포>가 압권으로 여겨지더군요.
그러면서 의문이 드는 거예요.
왜 정선의 수많은 그림 중에서 이 두 작품에 버금갈만한 게 하나도 없냐는 겁니다.
그림 검색을 하면서도 늘 이 점을 염두에 뒀었거든요.
오죽했으면 제가 일본그림에서 이미지를 차용했을 수도 있다는 추리를 해봤겠습니까?
<인왕재색도>가 너무도 뛰어나서, (뛰어나다기 보다 기법이 너무도 달라서)
이건 틀림없이 뭔가 징검다리가 될만한 작품이 중간에 있을 것이다,하고 찾던 중에
그나마 근접한 작품으로 보이는 것이 아랫 그림 <청풍계(淸風溪)>와 <내연삼용추>였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비교감상을 해보십시요. <청풍계>도 작품성이 뛰어나 보입니다.
그리고 금강산 <구룡폭포(九龍瀑)>는 <박연폭포>랑 아주 유사합니다.
아니, 거의 똑같은 구도지요. 한눈에 봐도 알아보실 겁니다.
1.
전문가란 사람들이 <구룡폭포(九龍瀑)>가 잘된 그림이라고 다들 칭찬하던데,
<박연폭포>랑 같이 놓고보니까 어떻습니까? 여전히 멋져 보입니까?
제가 보기엔 한마디로 껨이 안됩니다.
솔직히 <구룡폭포(九龍瀑)>는 <박연폭포>를 그리기 위한 습작처럼 보입니다.
제가 지난번에 <박연폭포>에 대해서 쓰면서 이런 의문을 제기했었습니다.
"도대체 겸재는 무슨 생각으로 박연폭포를 저렇게 디따 장대하게 그렸을까?"
겸재가 생전 세상 구경도 못한 촌놈이 아니자니여? 엄청 싸돌아다녔자니여.
백두산 장백폭포나 금강산에 있는 거시기 폭포 정도라면이야 이해를 하지.
근데 이건 뭐 웬간한 동네폭포 수준인데,, 겸재가 박연폭포서 뭔 감동을 그렇게 오질라게 받았디야?
틀림없이 여기엔 사연이 있는겨.
전국 산천을 샅샅이 다 누비며 그림을 그렸다는 정선이 박연폭포를 저렇게 과장되게 그린 데에는
분명히 뭔가 사연이 있는 겨.
(http://blog.daum.net/wongis/7087489 )
바로 이거였어요. 오늘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정선이 그린 <박연폭포>는 박연폭포를 빙자한 구룡폭포였던 겁니다.
이해되지요? 왜 박연폭포를 그렇게 장대하게 그렸었는지가.
그러면 이것은 또 뭣을 뜻하느냐?
정선이 <구룡폭포(九龍爆)>를 그려놓고는 맘에 들지가 않았던거예요.
그래서 그 찜찜한 미련을 늘 갖고 있다가 훗날에 그 이미지를 박연폭포에서 마무리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스케치를 해간 것이라고나 할까요?
자, <구룡폭포>그림을 한번 봅시다.
오른쪽에 휑한 건 뭐지요?
제가 금강산을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원래 폭포 옆에가 저렇게 허공입니까?
아니면 여백으로 그린 겁니까?
한마디로 그림이 아주 이상해요. 어중떠요. 균형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박연폭포>그림을 '아래에서 위를 본 그림 + 위에서 아래를 본 그림'이라고 하면서
발상이 놀랍다고 전문가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더군요.
그림 상단부를 보면 확실히 멀리 위에서 내려다 본 경치는 맞습니다.
그러나 그건 정선이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 무심히 실수로 놓친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시 말해서 박연폭포를 앞에 두고서 구룡폭포를 그리다보니까 뒤죽박죽이 된 겁니다.
2.
<淸風溪 2>
<내연삼용추內延山三龍湫圖>
정선의 진경산수화 가운데 그 완성을 고한 그림, 포항 <내연삼용추>
위로부터 연산폭 관음폭 잠룡폭 등 세 폭포가 보인다.
인왕재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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