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미술 이야기 (책)

『마침내 미술관』

 

 

 

 

마침내 미술관 2012.08.28

 

 

한 달치 월급과 바꾼 그림 한 점이 미술관 개관으로 이어지기까지

『마침내 미술관』은 마음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으기 시작한 영업사원이 30년 만에 마침내 미술관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미술품 수집 노하우와 함께 담아낸 책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한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이 상사의 든든한 신뢰에 힘입어 매출 3,000억 원이 넘는 유니온 약품의 회장이 되기까지, 저자는 영업 실적을 올리면서도 심성이 메마르는 것을 경계하고자 미술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림을 사 모으면서 돈의 가치를 생활 수단만이 아닌 미래 가치의 투자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의 그를 만들어낸 미술 작품들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미술 작품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담담하게 풀어낸다. 뿐만 아니라 300여 점 이상을 거래하면서 축적한 저자의 미술품 수집 노하우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저자 : 안병광
저자 안병광은 국내에서 자신이 미술품 수집가라고 대중들에게 발표한 몇 안 되는 컬렉터이다. 1980년대 중반 주변 지인의 소개로 미술품 수집을 시작해, 이중섭의 <황소>와 특별한 인연을 맺으면 미술품 수집가의 길로 들어섰다. 시인 구상 선생과 여의도 시범아파트 아래위층에 산 인연으로, 이중섭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를 들으며 예술가의 삶과 문화의 가치에 눈뜨게 되었다. 현재까지 한국 근현대작가의 대표작 100여 점을 수집했다. 2012년 서울 부암동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석파정을 복원하며 서울미술관을 함께 개관했다.

 

 

 

 

서문 : 토비아스의 우물, 서울미술관 _4

돌의 시간 | 금추 이남호 <도석화> _14
수집의 本 하나 . 미술품이 아니라 미술가를 사라

함께 오는 기쁨과 슬픔 | 이쾌대 <군상Ⅳ>·피카소<인물화> _30
수집의 本 둘 . 남의 말에 귀를 열고 나의 마음에 눈을 떠라

빛나는 존재 | 이중섭 <자화상> _46
수집의 本 셋 . 미술품의 품질보증서는 자료이다

인생은 점, 예술은 선 | 이중섭 <황소> _62
수집의 本 넷 . 수집의 기준은 내 안에 있다.

위대한 유산, 자기완성 | 신사임당 <초충도> _84

영원한 아름다움 | 이대원 <사과나무> _98
수집의 本 다섯 .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라

바라봄과 떠남 사이의 풍경 | 나혜석 <풍경> _110
수집의 本 여섯 . 바빌론의 부호에게서 배우는 수집의 지혜

사랑의 환희 | 이중섭 <환희> _126
수집의 本 일곱 . 수집의 기준은 밖에 있다

진짜와 가짜 | 이중섭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 _142
수집의 本 여덟 . 진짜, 가짜. 위작을 구별하는 법

내 그리운 어머니여 | 박수근 <젖 먹이는 여인> _158

석파정 가는 길 | 김기창 <예수의 생애> _170
수집의 本 아홉 . 개인의 만족에서 공공의 이익으로

멘토라는 별 | 이인성 <남산병원 수술실> _196
수집의 本 열 . 미술관을 꿈꾸라

몰임의 농도 | 오치균 <감> _222

청춘의 로망 | 임직순 <소녀> _240

부록 | 석파정 & 서울미술관 화보

 

 

 

 

 

 

 

 

 

 

 

 

 

처음 나에게 미술품 수집은 그저 취미였다. 오랫동안 개인적인 취미로 가지고 있다가 본격적인 수집가의 길로 들어서며 나는 작정하고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미술전문가들을 만났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안목을 가진 전문 수집가들. 그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하는 시간이 한 해 두 해 길어지다보니 조금씩 나의 마음을 끄는 미술품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그동안 내 눈을 끌었던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그림이 좋긴한데 왜 좋은 건지, 저 작품의 무엇이 나의 마음을 끈 것인지. 마치 짝사랑하는 소녀 앞에 서서 아무 말도 못하는 소년처럼 작품 앞에서 작아지기만 하던 내가 작품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이해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는 게 많아진 것이다.

물론 미술사적 지식은 책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귀로 알게 된 지식에는 현재의 트렌드를 읽는 눈이 포함된다. 시의성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말하는 이에 따라 저마다 다른 주관적인 견해도 닺붙여진다. 누군가의 말을 맹신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다양한 의견을 듣고 취사선택한다면 나만의 그림을 보는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최고가 될 수 없고, 누군가가 최고라 칭하는 작품이 나에게는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는 법! 하지만 이러한 예술의 자의적 해석과 각기 다른 오묘한 소유욕 욕망이 바로 미술품 수집의 오롯한 즐거움 아니겠는가.

 

 

 

 

옥션시장을 볼 때마다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궁금증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오늘날 세계 미술시장에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거래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고, 또 하나 중국이 급부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이다. 궁금증을 좇아 여러 자료를 보다가 한 가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해답의 열쇠가 바로 풍부한 자료에 있다는 것이다.

인상파가 막 태동했을 당시 프랑스에 뒤랑 뤼엘이라는 화상(畵商)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인상파 작품전을 열면서 도록을 제작하고 런론에도 적극 소개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그런 방식으로 작가나 작품을 홍보 마케팅한 일이 없었는데 뒤랑이 시작해 이것이 화랑업게의 모범이 되었고 이때부터 쌓ㄹ;ㄴ 자료들이 오늘날 인상파 작품의 진위를 판별하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되고 있다.

또 한 예로 중국의 옥션에서도 고전 서화가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이것 또한 청나라 건륭제가 남겨놓은 <석가보급>이란 목록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미술에 관한 관심이 미술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는 사람과 미술품을 직접 사고자 하는 사람과는 어쩌면 예술에 대한 욕망의 그릇이 다를지 모르겠다. 미술품 수집가는 그림을 사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지식에 대한 갈증이 한층 고조된다. 혹여 제값보다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갖가지 잣대를 들이밀어 최대한의 정보력을 동원해 작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 가치를 서열화한다. 스스로 정보를 얻으려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다보면 자연 미술에 대한 상식과 지식이 늘어날 뿐 아니라 자신 만의 고급 정보를 축적해나갈 수 있다.

먼저 작가의 이력이나 활동에 관심을 두고 작품의 경향과 특성을 공부해야 한다. 전시장에 찾아가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와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임하다 보면 어는 순간 수집가로서 주로 원하게 되는 '작품경향'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내 마음과 통하는 화랑이나 옥션을 만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보라, 푸른 하늘이 저 위에 있지만 아무 말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그림에도 네 게절은 운행하고 있고 만물은 성장하고 있다. 푸른 하늘이 무슨 말을 필요로 하겠는가!'

 

 

 

 

'인생에서 살아갈 만한 가치를 부여하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일이다.' - 플라톤

 

미술품을 수집하는 데에는 두 가지 즐거움이 따른다. 하나는 아름다움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끼는 수집품이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지를. 다른 하나는 아름다움을 나눈다는 것이다. 소유와 나눔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도 예술만이 가진 특별하고 아름다운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조선 남성들 보시오. 조선의 남성들이란 인간들은 참으로 이상하오. 잘나건 못나건 간에 그네들은 적실, 후실에 몇 집 살림을 하면서도 여성에게는 정조를 요구하고 있구려. 하지만 여자도 사람이외다. 한순간 분출하는 감정에 흐트러지기도 하고 실수도 하는 그런 사람이외다. 남편의 아내가 되기 전에, 내 자식의 어미이기 전에 첫째로 나는 사람인 것이오. 내가 만일 당신네 같은 남성이었다면 오히려 호탕한 성품으로 여겨졌을 거외다.

조선의 남성들아,그대들은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만 안아 주어도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 말이오.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