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5. 20:19ㆍ미술/서양화
독일 출신의 미국 화가 헤르만 헤르조그 (Hermann Ottomar Herzog / 1832~1932)는
100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마지막까지도 화가로서 활동을 했습니다.
펌글 (신동기라는 분의 글 같습니다. 제가 좀 줄였습니다.)
플로리다 서부 해안 West Coast, Florida / 1880~1889 / 46.36cm x 64.77cm
헤르조그는 독일 브레멘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찍이 미술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어린 나이 때부터 미술교육을 받으면서 재능을 키웠다고 합니다. 기록에는 그와 비슷한 나이 또래에는 경쟁 상대가 없었다고 하니까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열 일곱에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그는 그의 일생을 흔드는 스승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획량 The Catch / 55.88cm x 68.58cm
헤르조그를 지도한 선생님 중에서 안드레스 아헨바흐의 영향력이 가장 컸는데 아헨바흐의 작품을 보면 헤르조그의 작품과 느낌이 아주 흡사합니다. 스승의 느낌이 제자에게서 묻어 나는 것은 그만큼 제자가 스승에게 심취했다는 뜻이겠지요.
또 다른 스승은 노르웨이 출신의 풍경화가 한스 구드입니다. 구드는 헤르조그에게 노르웨이 여행을 적극 추천합니다.
노르웨이의 풍경 Norwegian Landscape / 1857 / 84.5cm x 126.4cm
1855년, 스물 셋의 헤르조그는 스승의 권유에 따라 노르웨이를 처음 여행합니다. 여행하는 동안 그는 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마침내는 풍경화에 대해 눈을 뜹니다. 이후 그의 작품은 유럽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화가로서의 명성도 아울러 높아졌습니다. 유럽의 수많은 왕족과 귀족들이 그의 후원자가 되었는데, 그 중에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러시아의 알렉산더 2세가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그의 명성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버크 힐 폭포 Buck Hills Falls /c.1877 /101.6cm x 84.46cm
버크 힐 폭포는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여러 개의 폭포 중 하나입니다. 요즘의 사진을 보니 그림 속 폭포 보다는 조금 더 수량이 커졌더군요. 제가 이 그림에 탄복한 것은 대상을 정밀하게 묘사한 화가의 능력입니다. 물론 지금도 하이퍼 포토 리얼리즘 화가들 같은 경우는 사진보다 더 사진처럼 묘사하지만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의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헤르조그가 가진 화가로서의 재능에 탄복했습니다.
헤르조그는 작품을 판매한 수익금을 투자해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화가로도 뛰어났지만 소위 ‘돈을 불리는’ 분야에서도 성공을 거둔 것이죠. 이 성공으로 인해 헤르조그는 생계를 위해서 그림을 팔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부모가 남겨 준 유산 때문에 금전적인 어려움을 모르고 활동한 화가는 여럿 있지만 자신이 투자한 수익금 때문에 그림 파는 것을 멈춘 사람은 아마 그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복 많은 화가입니다. 가난한 삶을 살았던 고흐가 떠오릅니다.
달빛 속의 모닥불 Campfire in Moonlight / 56.2cm x 73.98cm
유럽에 있는 동안 헤르조그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립니다. 독일과 노르웨이, 이탈리아, 스위스 그리고 네덜란드에 이르기까지 아주 열정적이었는데, 이후 그의 인생에서도 여행은 계속됩니다. 그림 여행이었다고는 하지만 화가가 되지 않았다면 혹시 여행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863년과 그 다음 해, 헤르조그는 파리 살롱전에 출품,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그것으로 출품은 끝이었습니다. 이미 확실한 명성을 얻었다는 자부심 같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요?
눈 덮인 새벽 아침 Daybreak on a Snowy Morning / 40.6cm x 50.8cm
파리에 머무는 동안 헤르조그는 바르비종파 화가들을 만났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연을 주제로 한 그들이었으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또한 헤르조그의 작품에 바르비종파가 즐겨 이용했던 색상이나 분위기가 나타나서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같은 화가들인데 누군들 못 만났겠습니까?
서스퀘헤나의 저녁 Evening on the Susquehanna / c.1890 / 30.48cm x 43.18cm
헤르조그는 조국 브레멘을 떠나 미국 이민을 결심합니다. 언제 그렇게 마음 먹었는지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독일의 국내 정치가 오스트리아,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어수선한 때였습니다. 이미 1863년부터 1869년까지 미국 펜실베니아 아카데미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었고 미국에는 그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미국 친구들은 이미 그의 작품에 대한 시장까지도 마련해 두었으니까 미국으로의 이민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죠.
고기 잡는 장면1 Fishing Scene pic1 / 46.6cm x 60.9cm
화면을 둘로 나누어 출렁대는 바다가 있는 역동적인 이미지와 뭍으로 올라 온 배, 그물을 손질하는 여인들이 있는 정적인 이미지를 하나에 담았습니다. 하늘 한쪽에 먹구름이 보이고 바다도 조금씩 거칠어 질 태세입니다. 어구를 손질하는 두 남자는 모습으로 봐서는 이 바닷가에서 한평생을 보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서두르는 기색이 하나도 없습니다.
고기 잡는 장면2 Fishing Scene pic2 / 46.6cm x 63.5cm
필라델피아 근처에 자리를 잡은 헤르조그의 여행은 미국에서도 계속 되었습니다. 1871년 허드슨 강을 따라 처음 여행에 나섰고 1873년에는 여러 주를 가로 질러 LA에 도착합니다. 여행 도중 요세미티에서 미국의 광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그는 스케치 북에 그것을 담았고 나중에 작품들로 이어지게 됩니다.
저녁식사를 위한 낚시 Fishing for Supper / 29.21cm x 40.64cm
서부로의 여행은 그 뒤에도 몇 번 더 있었는데 마지막 서부 여행이 1905년, 일흔 네 살 때였다고 하니까 대단한 정열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 그의 작품을 두고 미국 사람들은 헤르조그가 작품의 주제로 삼은 자연 풍경이 어느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지, 하루 중에 어떤 때가 최고의 풍경을 볼 수 있는지 감각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것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끝없는 숙달에 의해 익혀진 것일까요?
호밀 수확 Gathering the Rye / 45.72cm x 60.96cm
1876년 필라델피아 100주년 전시회에 헤르조그는 노르웨이 풍경과 요세미티 풍경을 담은 작품을 출품, 동메달을 수상합니다. 이후 플로리다와 마인주에 대한 여행도 빈번해지는데 특히 플로리다와 관련된 작품만 300점에 이릅니다. 그의 마지막 플로리다 여행은 일흔 아홉의 나이였을 때입니다. 그가 플로리다를 자주 여행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두 아들 중 한 명이 플로리다에 살았기 때문입니다. 아들도 만날 겸 그림 여행을 간 것이죠.
거위들과 함께 있는 소녀 Girl with Geese / 102cm x 152.8cm
나이가 들어갔지만 헤르조그는 여전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100살이 될 때까지 그는 절제력과 화가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흔 아홉이 되던 해 아들과 함께 전시회에 참석했다고 하니까 그의 건강은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 분명합니다. 화가로서 전 생애 동안 1,000점의 작품을 남겼다고 하니 후회는 없으셨겠지요.
집으로 돌아 가는 길 Returning Home / 33.02cm x 40.64cm
화가로서의 초기를 제외하면 재정적으로 풍족했던 헤르조그는 작품을 팔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작품을 가족들에게 남겼고 가족들은 그의 작품을 1970년대가 되어서야 미술관 전시를 위해 판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프레데릭 처치나 알버트 비어스타트의 작품보다는 더 사실적이었지만 극적인 장면은 덜 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헤르조그였지만 19세기와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풍경화가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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