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서양화

구스타프 클림트, 풍경화

알래스카 Ⅱ 2019. 12. 17. 18:52



퍼온 곳. cafe <호박화가 박한>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천재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 삶과 사랑, 죽음 등을 소재로 생명의 순환을 파고든 그의 작품은 당대에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습을 전복하고 금기를 깨뜨린 그의 작품은 21세기,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누리고 있죠. 현재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황금빛 비밀, 2009 구스타프 클림트 한국 전시'는 우리의 생활 곳곳에 '클림트 바이러스'를 뿌리며 대한민국을 클림트의 열기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클림트는 <키스>,<유디트>와 같은 에로틱하며 관능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와 같은 풍경화를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죠. 클림트는 모두 220여점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1/4이 풍경화입니다. 그가 그린 풍경화를 보면 인간을 옥죄는 욕망과 본능을 파고든 에로티시즘의 화가로 평가되는 클림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2000년대 들어서 클림트는 뛰어난 풍경화가로 재평가받고 있는데요, 천국 같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클림트의 풍경화들을 감상하며 오스트리아 북부의 아름다운 자연속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Gustav Klimt and Emilie Floge

1909



쉰여섯 생애 중 마지막 10년의 열정을 풍경화에 쏟은 클림트. 그는 뇌일혈로 쓰러지면서 한 여인을 찾았습니다. 바로 에밀리 플뢰게(Emilie Floge 1874~1952), '미디'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클림트가 네 점의 초상화를 남긴 여인으로 클림트와는 사돈지간이자 30년을 가까이 이어간 '소울메이트'입니다. 클림트의 동생과 에밀리의 언니가 결혼하던 해, 29세의 클림트와 17세의 에밀리는 처음 만났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산 에밀리는 빈 패션계를 주름잡는 디자이너였죠. 두 사람은 마치 <좁은 문>의 알리사와 제롬처럼 정신적인 사랑의 선을 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에밀리는 클림트에게 가장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여인으로 그들은 영혼의 사랑을 나누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클림트는 에밀리 플뢰게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원한 잠으로 빠져들었습니다. 1918년 2월 6일의 일이죠. 



 

Gustav Klimt

Mohnfeld

1907




Gustav Klimt

Litzlberg on the Atterse


클림트 풍경화들에서는 원근법이 교묘하게 비틀려 있으며 빛의 방향조차 일정하지 않습니다. 단지 빛의 확산과 관조적인 정적만이 흐르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지요. 이 작품은 클림트의 '모자이크 양식' 풍경화 중 가장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모자이크처럼 작은 붓질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구성하고 있으면서도 하나하나의 붓질이 전체 구성에 거슬리기는 커녕 잘 융화되어 절로 감탄사를 연발케 합니다. 그림의 형식과 기법이 하나로 녹아 있는 이 아름다운 그림 앞쪽에 펼쳐진 초원은 세심하게 장식된 융단처럼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Gustav Klimt

Bauernhaus in Ober-Österreich

1912



Gustav Klimt

Bauernhaus mit Birken

1900



Gustav Klimt

Birkenwald

1903



Gustav Klimt

Kirche in Unterach am Attersee

1906


클림트가 그린 대부분의 풍경화들은 그가 1900년에서 1916년까지 플뢰게 자매들과 함께 여름을 보냈던 오스트리아 북부의 아터제 호숫가의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클림트는 성격이 까다로워서 작업할 때 누가 방해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여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다양한 풍경화를 그렸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둘은 번잡한 빈을 벗어나 아터제 호수에서 휴가를 보냈지요. 세상사에 부대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클림트 풍경화들은 천국같이 평온했던 사랑의 추억에서 길어 올린 수확입니다. 밝고 화사한 색채로 충만한 작품들, 클림트의 풍경화에서는 자연의 긍정적 에너지가 흘러 넘칩니다. 나도 모르게 하늘 향해 팔 뻗은 나무 사이로 걸어들어 가고 싶을 정도지요.



Gustav Klimt

Garten mit Sonnenblumen auf dem Lande

1906


클림트의 풍경화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특성을 지닌 채 그윽한 품격과 내밀한 쾌락적 분위기가 묘하게 어울러지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그의 빼어난 자연주의 묘사 기술과 섬세한 색상, 그리고 장식적 요소에는 눈에 즐거운 게 마음도 즐겁게 해준다는 쾌락주의가 강렬하게 배어있죠. 어떤 작품은 그 형체의 불분명으로 신비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전혀 사실적이지 않고 풍경이 모호하게 뒤섞인 느낌이죠.

클림트의 풍경화를 보면 참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그의 아름다운 풍경화들을 작가이자 비평가였던 '베르타 주커칸들'은 '채색된 슈베르트의 선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클림트의 붓질을 따라 봄의 선율을 타고 흐르는 슈베르트의 교향곡이 귓가에 울리는 듯 하네요.

참고문헌: Gustav Klimt 김기태



Gustav Klimt

Stiller Weiher im Schlopark von Kammer

1899


클림트가 그린 자연, 즉 풍경화에는 서술적인 내용이나 인간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드물게 인간이 존재하더라도 작거나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표현되었죠. 클림트의 풍경화는 단지 빛의 확산과 은근하고 정적인 고요가 흐르는 듯한 풍경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림 전체를 지배하는 고요함은 인간의 행위나 동적인 에너지가 끼어들 여지를 아예 없앤듯 느껴집니다. 그의 대부분의 풍경화는 110㎝×110㎝ 의 정사각형 구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러한 형태가 이 집요한 정적을 더욱 강조합니다.

숲 깊숙한 곳에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 수평선이 높게 잡힌 호수 표면에 반사되는 빛의 떨림, 캔버스 가득 펼쳐지는 초원에 피어 있는 꽃과 풀의 반짝임...초상화에 비하면 풍경화는 어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클림트 자신의 감성에 충실한 주제였습니다 


 


Gustav Klimt

Malcesine on Lake Garda

1913




Gustav Klimt

Das Haus von Guardaboschi

1912


 

 

<apple tree, 1912>

어느 것이 배경이고 어느 것이 사과나무일까?

그늘조차 삼켜버린듯한 사과나무의 강렬한 모습



 

 

<Schloss Kammer Am Attersee 2, 1909>


그가 여름을 보냈던 아터제의 다양한 모습들 또한 아름답다.

한 풍경을 다양한 시간대에 그리는 것은 보통의 작가에게 흔히 있는 일이지만

클림트처럼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그린 작가가 또 있을까?



 

 

<High Poplar>


고흐의 플라타너스를 연상시키는 높은 포풀라 나무.

폭풍 직전의 역동성은 음울함 보다

강한 긴장감과 흥분을 자아낸다.



 

 

<The Park,1910 or earlier>


모마미술관의 사이트에서 퍼온 공원.

실제로 한번 꼭 보고 싶은 그림.

녹음이 짙은 한 여름의 숨막히는 녹색덕택에 공원속에 머물러 있는 느낌.

지금의 풍경화 중 꼭 한 점만 골라야한다면 난 이그림을 고르고 싶다.

총 200여점의 전체작품 중 25%만 차지한다는 그의 풍경화.

그가 계속해서 풍경화만 그렸다면 또 어떤 화가로 우리 곁에 서 있을까.



 

 

<실제 아터제 호수의 섬>


실제보다 더 실제같다는 느낌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은 과연 얼만큼 그 본질에 가까운 걸까



 

 

<The Castle Kammer seen From the Lake Atter > 



 

 

<Farm Garden with Crucifix,1910> 



 

 

<Country House by the Attersee, circa 1914> 



 

 

<Island in Lake Atter, 1901.>


잔잔함과 서늘한 풍경이 인상적인 호수와 섬.

보통 호수에서 느끼는 안정감, 편안함보다는 알 수 없는 호기심과 긴장감이 느껴진다.


 


 

<Farmhouse at Kammer>


클림트의 풍경에서 집은 하나의 생물체처럼 느껴진다.

숲과 하나가 된 듯 은밀한 느낌.


 

 

 

<The Pine Forest>

서늘하다 못해 음침한 소나무숲.


 

<Farmhouse with Birche Trees>


이런 부드러운 붓터치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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