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
큰집에 들어가기 전에 약수터부터 가서 물 한 바가지 퍼먹고 왔슈 ─
나 이거 늘 의심스러워서 찝찝하던데, 녹슨 쇳물을 약수라고 먹는 것은 아닌지.
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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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도착했다는 포항형님이랑 물가에 가서 어항이라도 놓자고...... 트렁크에 어항 한 개를 늘 싣고 다닙죠.
떡밥이 없어서 된장을 밥에 개서 썼더니
한 마리도 안 들어갑디다. ㅋㅋㅎㅎ
근데 이번에 보니까, 큰집 된장맛이 어머니 된장맛이랑 똑같습디다.
형님이 늘 ‘어머니 된장’ 타령을 하는 사람인데 어찌 그걸 모를까?
허탕치고설라무네 ─
바닥이 모래가 많아서 그런지 우렁이가 있습디다.
수경을 가져왔으면 다슬기도 찾아보는 건데.
큰집 밭입니다 ─ '텃밭'이라기엔 땅뙤기가 좀 크죠 ─ 1,000평쯤 됩니다.
큰집 들깨밭의 깻잎은 벌레가 없어요. 아주 깨끗합니다.
재작년에 따와서 칭찬 들었었죠.^^*
양구와 대전은 기후가 천지차이예요. 양구와 속초도 달라요. 속초에선 몰랐는데 양구는 밤에 춥습디다.
깻잎이 노오란 게 짱아지 담기에 딱입죠.
노릇노릇하다 못해 하얀 깻잎을 한 소쿠리 따고 있는데
앞 집 사는 듯한 아주머니가 누구냐고 묻습디다. ─ 집안 사람이라고.
밭을 빌려줬답니다. 그 분이 깻잎 주인이었습니다. ^_^
화단이 중구난방이죠? 그래도 이만만한 게 어딥니까.
형님이 안 계셔도 집 모양을 이럭저럭 꾸려가는 조카가 기특합니다. 참~ 겸손하고 착해요.
동생이라고 있는 두 녀석은……에궁.
요것도 수채화 감이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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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버지 흔적입지요.
아버지가 큰집에다 쓰신 정성을 생각하면 ─ 세상 어느 형제간의 동생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천상운집 만사성(千祥雲集 萬事成)’,
‘천사만겁 자소멸(千邪萬劫 自消滅)’.
아, 문방구 모조지를 사다가 잔칫상 맹키로 상 전체를 덮는 것이 아니라,
기름 먹인 창호지로 앞에다만 저렇게 까는 거로구나!
아버지가 지방까지 써주셨습니다. 태우지 말고 두고두고 쓰라면서요. 합에 넣어서까지.
당연히 식이 아니지요. 아버진들 왜 모르시겠습니까만......
이 제례순서는 병풍 양 귀퉁이에다 써서 붙여주신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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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핸드폰을 충전하느라 꽂아놓고 내려서 산소에서의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장조카가 열흘 쯤 전에 와서 벌초를 하였답니다.
하여, 벌초할 일은 없었는데, 멧돼지가 큰어머니 봉분을 쑥밭을 만들어놨습니다.
왜 그럴까 속을 파보니 칡 뿌리가 들어와 있습디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봉분을 만들어놓긴 했는데 앞으로 계속 문제네요.
묘 뒤에 칡넝쿨이 많은데 거기서부터 뿌리가.....>
원인 제거를하자믄 <-- 내가 거까지 해결해 줄 수야 없는 노릇이고.
산돼지 땜에 큰일이예요.
이곳은 고냉지 채소 심는 밭들인데
멧돼지 고라니 때문에 무 배추를 심을 수가 없어요. 옥수수고 뭐고 다 마찬가지예요.
더덕을 많이 심었던데, 돼지가 더덕은 안 먹나요?
우리 산소 앞 뒤로는 밭을 묵히다가, 이번에 보니
소나무 묘목을 심었습디다.
에혀~ 맘이 무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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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전에,, 제가 먼저 산에 올라와서 근처에 사시는 외당숙댁에도 인사 다녀왔고,
떠나오면서는 양구읍 큰누님댁에도 인사했고, 이것 저것 할 일 다 하고 왔습니다.
내년은 형님 차례, 제 차례는 다시 후년입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