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4. 10:45ㆍ미술/서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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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년~196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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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년 7월 22일 ~ 1967년 5월 15일)는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많이 남긴 미국의 화가다. 188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뉴욕 예술학교에서 로버트 헨리에게 그림을 배웠다. 1906년 24세 때 파리로 유학을 떠났으나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1910년까지 유럽여행을 하였다.
1913년 그는 아모리 쇼에 그림들을 전시했고 1915년 에칭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전향하였으며, 1924년까지는 주로 광고미술과 삽화용 에칭 판화들을 제작했다.
그 후 1920년대 중반부터 수채화와 유화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주로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렸으며 소외감이나 고독감을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산업화와 제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모습을 잘 나타냈고, 그 때문에 미국의 리얼리즘 화가로 불린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팝아트, 신사실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67년(86세) 세상을 떠났다.
<숙녀용 식탁>, 1930년, 캔버스에 유채, 153x123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도회지 식당의 식사시간, 여종업원이 몸을 숙여 과일들의 진열을 손보고 있고 계산원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벽 장식 거울이 있는 식탁에는 남자와 여자가 식사를 하고 있다. 밝은 조명과 따뜻한 색상들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흥겹고 즐거운 축제 장면은 아닌 듯하다. 이 작품 역시 호퍼의 다른 그림처럼 화려한 도시 생활의 외로움이라 할까? 식탁과 장식, 밝은 그림 속 모두가 자신의 생각으로 따로따로 고립되어 있다. 호퍼는 1930년 뉴욕의 현지 레스토랑에서 스케치한 밑그림으로 그의 스튜디오에 와 대형 캔버스로 옮겨 이 그림을 그렸다.
그냥 지나쳐도 될만한 이 그림 속에는 특별한 의미들이 부여되어 있다. 1930년대 여성이 공공장소에 나타나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계산원과 종업원이 모두 '집 밖으로 나와 일하는 여성' 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식당에서도 마케팅이 시작되어 '여성을 위한 식탁' 이라는 광고가 달라진 도시생활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에는 레스토랑이나 바에 혼자 나오는 여성들이란 손님을 호객하러 나온 직업적 접대 여성이 대부분이던 시절이었다. 그런 여성의 지위가 이 식당 그림에는 정중하고도 격식 있게 자리를 잡고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남녀가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도 그렇다.
1929년 10월 24일, 뉴욕 주식시장이 대폭락했다. 즉 ‘검은 목요일’ 로 경제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시작되었다. 기업이 도산하고 대량 실업과 디플레이션이 야기되었던 그 시절의 도시 스케치이다. 1920년대의 황금기가 사라지고 '모두가 빈털터리'에 외롭던 시절이다. 시장을 통제할 뾰죽한 통제 수단도 없어서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던 무렵, 그 1930년대의 미술 속에 Edward Hopper가 있었다.
"에드워드 호퍼, 異化效果의 미술"
<일요일 이른 아침>, 1930년. 캔버스에 유채, 뉴욕 휘트니미술관
1930년, 눈부신 아침 햇살, 지금 막 아침해가 뜬 시간이다. 가게들과 작은 사무소들이 있는 뉴욕시의 7번가의 모습이다. 태생부터 뉴요커인 호퍼는 그가 그리니치에서 이른 아침 길을 걸었던 경험을 기반으로 이 그림을 그렸다. 생략된 도로 표지판과 어두운 유리창문에 새겨진 글씨들의 애매한 세부 디테일들 속에 어쩌면 이 도시의 풍경은 미국의 어디라도 해당된다는 계산으로 묘사했을 것이다. 이 그림 속에 어떤 삶의 유일한 기호인, 유난히 강조된 삶의 영역 표시 이발소 사인 하나가 눈길을 끈다. 어둡고 황폐하면서도 모두가 빈털터리이던 시절의 건물과 도시 모습 속에 미묘한 빛의 효율적인 사용이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이발소>, 1931년. 캔버스에 유채, 198.12 x 152.4 cm, 개인 소장품
여전히 뉴욕의 경제공황 시절, 외롭지만 따뜻한 빛이 벽을 가르고 있다. 이발소 안의 작업 풍경, 그러나 이발사의 아내인지, 보조원인지의 여성에게 그림이 중심이 맞추어져있다. 그림 모두가 서로의 상관관계가 없이 피차간에 낯선 거리감을 만들며 스스로 놓여있다. 브레히트의 異化效果처럼, 단순한 정감에 흐르지 않고 낯설게 하고 거리 만들기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Chop Suey>, 1929년. 캔버스에 유채, 96.5 x 81 cm,
유리창 밖으로 찹수이 중국집 간판이 보인다. '촙수이'는 다진 고기와 야채를 볶아 함께 내는 잡채밥이다. 여전히 눈부신 햇살, 호퍼의 작품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모든 주제들이 제각기 따로 또 같이 스스로의 주제를 가지고 놓여있다. 중앙에 두 여성이 식사를 기다리고 앉아있다. 심상치 않게도 같은 모자를 쓰고 특별한 모습인데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거울 속의 거울 같은, 자기상의 幻視의 二重身, 그야말로 어디서 본듯한 데자뷔의 자기 분신 '도플갱어 doppelganger' 같다.
<호텔방> , 1931년,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 도시인의 고독, 1930년대 미국의 경제공황 시절 같은 시대 미국의 소설로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The Heart is a Lonely Hunter)''이 있다. 알코올 중독자에 동성애자이면서 신체 불구자였던 Carson McCullers, (1917-1967)가 22살 나이에 병상에 누워 쓴 소설이다. 1930년대 조지아州의 작은 목재 공장 마을을 배경으로 모두가 외롭고 비참한 사람들의 파탄 이야기다. 작가 카슨 매컬러즈는 어려서부터 수차례 뇌졸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었으나 육체를 사랑했고 술주정뱅이였으며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그녀가 절망적인 손끝에서 피워 올린 사람들의 고독과 파탄 이야기가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다.
<브루클린의 방> , 1932년, 캔버스에 유채, 68.36 x 73.98 cm, 보스턴미술관 소장
창가에 앉은 여인, 그가 바라보는 도시의 삭막한 건물 스카이라인, 모든 이들이 자신의 모습 같은, 이 브루클린의 방에서 누구든 밑도 끝도 없이 외로운 도시 속 인간 소외의 풍경을 바라본다. 그의 그림을 소셜 리얼리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치 異化效果 - 대상과의 거리를 만들어 낯설게 보이게 하는 - 를 시도하고 있다. 그 낯섦은 모두 인간 소외와 도시인의 고독을 서사적으로 표현시킨다.
<밤의 오피스> , 1940년. 캔버스에 유채,
심상치 않은 긴장미가 가득한 밤의 오피스 모습 속에는 세 가지의 빛의 광원이 충돌한다, 머리 위 천정에서 비치는 강렬한 불빛과 일하고 있는 남자의 책상에 스탠드 불빛과 유리창을 통해 벽에 떨어진 거리에서 투사된 빛, 빛이 겹치며 충돌하면서 만드는 긴장미가 남성과 여성의 그 무엇으로 번지고 있는 그림이다. 왼쪽 책상의 타이프라이터와 서류함의 동선과 여직원의 강렬한 포즈에서 내뿜는 힘과 애써 일만 생각하려고 하고 있는 남자의 태도가 그것이다. 잠시 후 이 긴장이 깨지고 설사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하여도 내 탓은 아니다.
뉴욕의 방 Room in New York, 1940년
호퍼는 미국 북동부 뉴욕 주에 있는 최대의 항구 도시 뉴욕의 나이액의 허드슨 강가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뉴욕에서 죽었다. 그는 1906~1910년에 세 차례에 걸쳐 유럽을 여행한 것을 빼면 '순 100% 뉴요커'다. 그가 프랑스를 여행하던 당시는 실험적인 작품이 유행병처럼 창궐하던 시기다. 모두가 프랑스의 화단의 유행을 좇아 그림을 그리던 시절 그는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고 생애 내내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추구하였다. 그의 생애의 모든 작업은 '도시인의 고독'이었다.
주유소 Gas,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940년, 캔버스에 유채, 102.235 x 66.675 cm, 뉴욕 모마 MoMA 현대미술관
호텔 방이나 주유소, 극장 휴게실, 아파트, 야간의 술집, 호퍼의 작품 속에는 20세기 일반적인 도회의 코드들이 표현된다. 그 풍경은 덧없고 단조로우며, 깊은 상실감과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동반한다. 텅 빈 거리가 그렇고, 불 꺼진 상점들이 그렇고, 식당의 비어 있는 의자가 그렇고, 깊게 눌러 쓴 남자의 모자가 그렇다. 그가 원래 일러스트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본격적인 사실주의 미술에서도 단순 세련의 일러스트 DNA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그 단순한 일상 속에 내재되어 있는 심리적 요소들의 장치들이 새로운 의미의 마술을 시작한다.
<밤을 새우는 사람들> (Nighthawks), 1942년, 캔버스에 유채, 84.1 x 152.4 cm,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
대도시의 이면에 정처 없이 방황하는 익명의 사람들, 맨해튼 근처의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는 '필리스' 간이식당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 도시의 어두운 밤, 불을 환하게 밝힌 길모퉁이 식당,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고 욕망에 지친 고립된 도시인이 직선이 충돌하는 식당에 제각기 자리를 잡고 있다. 형광등 불빛은 눈이 시리도록 밝아 '필리스 바'의 모습을 어쩐지 수술실 느낌까지 준다. 외로움과 무기력함, 절망감 같은 현대 도시인의 고독과 소외를 다룬, 밤샘한 도시 근무자들이 요기를 하러 와 자리를 잡은 이 그림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호텔 로비>, 1943년, 캔버스에 유채, 103.505 x 82.55 cm, 인디아나폴리스 미술관
소외와 간결, 그의 고전적 테마가 묘사된 그림, 드물게 에드워드 호퍼가 자신의 이름을 서명한 그림이다. 자주 여기저기를 여행하던 호퍼는 여관이나 호텔을 자주 그렸다. 심지어는 서있는 60대 남자가 호퍼이고 붉은 옷 여성이 아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그림은 주의 깊게 구성된 불편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가혹한 빛과 엄격한 선을 이용하여 '거리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 낯설게 하기가 호퍼만이 창출해내는 고립과 소외의 고독, '모두가 외로운 도시인의 고독' 같은 것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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