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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8. 20:08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트레킹 열 일곱 번째 날



6시에 눈을 떴다.

오늘은 카트만두로 돌아가는 날이다.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고, 배낭을 메고 나서니 기얀드라가 굳이 가방을 든다.

그리고 언제 준비했는지 카타(실크 목도리)를 꺼내 언니와 내 목에 하나씩 걸어준다. 괜히 또 코끝이 매워진다.

어제 저녁 기얀드라에게 돈을 주며 그랬다. 적은 돈이지만 아끼고 저축해서 언젠가 게스트 하우스를 열 수 있기 바란다고.

그 때 기얀드라의 눈이 반짝 빛나는 걸 보았다.

포터가 어느 세월에 돈을 모아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되느냐고 따지지 말자.

네팔의 수많은 청년들이 그 꿈을 이뤄왔다.

나는 기얀드라 역시 불가능한 꿈을 꾸는 '라만차의 돈키호테'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룰 수 없는 꿈"을 흥얼거려본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꾼다는 것,

 싸울 수 없는 적과 싸운다는 것,

참을 수 없는 슬픔을 견딘다는 것,

용감한 사람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가 본다는 것,

닿을 수 없는 별에 이른다는 것,


이것이 나의 순례라오. 그 별을 따라가는 것이 나의 길이라오.

아무리 희망이 없을지라도, 아무리 멀리 있을지라도….

부디 기얀드라가 꿈을 갖고 살기를, 그리고 그 간절한 꿈 하나를 이룰 수 있기를….

기얀드라와 헤어져 공항으로 들어선다.

X선 검사기조차 없어 손으로 가방을 풀어 짐 검사를 받고, 문을 연 뒤 뚜벅뚜벅 걸어 18인용 비행기 위로 올라타 아무 자리에나 앉는다.

곧 승무원이 솜과 사탕을 나눠준다. 비행기는 8시 정각에 이륙한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네팔은 신들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이 뚜렷한 경계를 이룬 듯 보인다.

산비탈을 일구어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사는 인간들의 세상과,

구름 저편 아스라이 높은 '눈의 거처'에 머무는 신들의 영역.

인간은 오늘도 불가능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신들의 영역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느리지만 단호한 걸음걸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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