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빛을 그려낸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
내게 가장 좋아하는 스페인 작가를 꼽으라면 피카소, 고야, 벨라스케스를 비롯한 스페인의 수많은 미술 거장들을 제치고 호아킨 소로야라고 답할 것이다. 흔히들 스페인 미술이라 하면 대부분 경외적인 종교화와 제단화나 혹은 피카소, 달리와 같은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의 작품들이 쉽게 떠올려진다. 때문에 스페인 미술에 대한 이미지는 어둡고 비장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고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반면, 소로야는 인상주의의 불모지인 스페인에서 인상주의 화가라 불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화가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모네의 열렬한 팬이자 인상주의 작품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내게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과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박물관 등은 다소 무겁고 어려운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방문할 당시, 왠지 작품을 즐긴다는 마음보다는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웅장하고 비장한 스페인 미술을 어려워하고 있던 중, 내가 거주하고 있는 발렌시아 출신의 호아킨 소로야를 알게 되었고 이내 그의 작품에 매료되어버렸다. 위의 사진은 <바닷가 산책>이라는 이름의 소로야의 작품 중 처음 접한 것으로 다른 스페인 미술 작품들과 다르게 부드러운 붓터치와 따뜻한 빛을 담고 있어 꽤나 큰 인상을 남기었다.
소로야는 스페인 내에서는 근대 스페인 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유명한 화가이나, 국내에서는 그만큼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그와 그의 작품을 많은 이들이 즐기고 관심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와 그의 일생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호아킨 소로야
‘호아킨 소로야 이 바스티다’ 라는 이름의 그는, 근대 스페인 회화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고향 발렌시아의 바다를 담은 작품을 통해 점차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러하듯 부드러운 붓터치와 색채, 작품의 생동감 게다가 빛의 효과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스페인의 거의 유일무이한 인상파 화가로도 알려져 있다.
발렌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로야는 미술 공부를 위해 마드리드로 거처를 옮겼고 프라도 미술관에서 벨라스케스를 비롯한 많은 거장들의 그림을 모작하면서 실력을 쌓아나갔다. 이 후 로마로 떠나 르네상스 작품들을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화법을 구사해갔고, 스페인에 돌아오고 얼마 안되어 스페인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의 초기 작품들에선 그의 대표작으로써 잘 알려져 있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림보다는 사회의 어둡고 슬픈 분위기를 담은 사실주의적인 경향을 띠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초기의 스페인 화가 고야와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의 화풍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이후,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루미니즘에 감명을 받고, 자신이 살고 있는 스페인의 지중해의 빛을 담은 그림들을 창작해 나갔다.
초기작품과 후기작품의 비교
초창기 작품인 Otra Margarita (또 다른 마르게리타) |
후기 작품인 Niños en la playa,7 (바닷가의 소년들) |
소로야 작품에 대한 감상과 이해
유럽 전역으로 퍼진 인기로 국제적인 미술 도시의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던 중, 소로야는 미국으로까지 그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그의 작품 중 그의 고향인 발렌시아의 바다를 그린 그림들이 크게 눈에 띄는데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여자들의 모습을 그리며 일상의 자연스러움과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찬란한 빛을 부드러운 색채로 화폭에 담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인상주의의 화풍을 구사한 다른 인상주의 화가와 마찬가지로 빠른 붓터치 표현되는 인물의 동적임과 빛에 대한 연구의 흔적이 많이 나타나는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발렌시아의 지중해와 바닷물에 젖은 아이들에 대한 묘사는 가히 감탄을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소로야의 작품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그림에서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보여진다는 점인데, 주로 아이들과 여성의 모습을 따뜻하고 행복해 보이게 그린 그는 실제로도 가정적이고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그의 아내와 딸을 그린 그림이 다수 남아 있으며 그들에 대한 애정이 우리에게도 전해져 괜시리 마음이 가득 차게 된다는 것이다.
Baño(목욕) |
el baño del caballo (말의 목욕) |
consiendo la vela(돛의 수선) |
태양의 나라인 스페인에서 그들의 삶을 담아낸 인상주의 화가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과 이러한 그의 작품이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에 아쉬움이 있으나 기사를 마무리하면서, 이 기회를 통해 종교화와 현대추상미술로 대표되었던 스페인에도 따뜻한 인상주의 화가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를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전시회가 언젠간 꼭 기획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본다.
[양지원 에디터 soleenara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