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7. 11:19ㆍ음악/영화. 영화음악
입력 : 2018.01.06 03:02
■ 원더풀 라이프
'기억한다'는 말은 다양한 감각을 품고 있다. 어떤 촉감, 혹은 냄새. 순간의 표정이나 풍경. 소리와 빛. 슬프거나 기쁜 감정일 수도 있다. 누군가 '인생 가장 행복한 기억을 얘기해달라'고 물을 때 어떤 감각을 떠올릴까. 그 순간의 디테일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생할 수 있을까. 게다가 죽은 뒤의 세상, 마지막으로 가져갈 단 하나의 기억을 고르는 거라면.
지난 4일 재개봉한 '원더풀 라이프'는 이제는 일본을 대표하는 명장이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1999년작이다. 죽은 이들이 처음 도착하는 곳은 오래된 도서관이나 관청 건물처럼 보이는 연옥(煉獄). 직원들은 죽은 이들에게 "당신 인생을 돌아보고, 사흘 내로 가장 소중한 추억을 하나만 골라 달라"고 말한다. 그 추억은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죽은 이는 그 영상을 보며 추억과 함께 다음 세상으로 간다. 선택하지 못한 자는 남아서 다른 이들의 기억을 돕는다. 영화는 이곳에서 일주일간 벌어지는 이야기, 감정의 흐름과 엇갈림을 담는다.
고레에다 감독은 반년 동안 600여 명을 인터뷰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물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전문 배우와 일반인이 뒤섞여 있고, 그들은 실제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반추한다. 할머니는 좋아했던 오빠 앞에서 빨간 구두를
신고 춤췄던 소녀 시절을, 남자는 전쟁터에서 적군 병사에게 얻어먹은 쌀밥의 향기를 떠올린다.
차창 밖에서 불어오던 바람, 산고 끝에 아기를 낳아 처음 안던 순간…. 영화가 끝난 뒤 극장을 나설 때, '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였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관객 각자의 '원더풀 라이프'는 그때부터 다시 시작된다. 상영시간 108분, 전체 관람가.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5/2018010502827.html
[ ABOUT MOVIE ]
1987년 1월 한 대학생의 죽음이 6월의 광장으로 이어지기까지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 해, 1987년을 그려내다!
1987년 6월, 모두가 한 목소리로 불의에 맞섰던 뜨거웠던 시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화 <1987>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그때를 살았던 사람들에서 찾는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권력 수뇌부, 이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신념을 건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행동이 모여 광장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산되기까지. 가슴 뛰는 6개월의 시간을 <1987>은 한국영화 최초로 그려낸다.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한다. 또 하나의 의문사로 덮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무고한 한 젊은이의 죽음을 접했던 모두가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충실했던 이들의 행동이 연쇄적으로 사슬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냈다. 영화 <1987>은 권력 아래 숨죽였던 사람들의 크나큰 용기가 만들어낸 뜨거웠던 그 해, 1987년을 그려낸다.
드라마틱했던 1987년, 격동의 시간, 뜨거웠던 사람들
1987년의 그들이, 지금의 우리들에게로 생생하게 다가서다!
영화 <1987>은 한 젊은이의 죽음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확장되었는지, 1987년을 뜨겁게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기록 속에 박제되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사람들의 드라마로 가득 차 있고 오늘의 한국 사회의 주춧돌을 놓은 뿌듯하고 소중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영화 <1987>은 시작되었다.
졸지에 시신으로 돌아온 스물두 살 아들을 차갑게 얼어붙은 강물 속에 흘려 보내야 했던 한 아버지의 슬픔에서 1987년의 시간은 시작된다. 골리앗같이 강고한 공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대공수사처장(김윤석), 화장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한 검사(하정우), 진실을 보도한 기자(이희준), 막후에서 진실이 알려지는데 기여한 교도관(유해진)과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하는 이들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평범한 대학생(김태리), 이밖에 박처장의 명령을 받들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수감되는 대공형사(박희순) 등 각자 다른 위치에서 부딪히고 맞물리며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격동의 6월로 완성된다.
<1987>은 실재했던 이들의 드라마가 가진 생생함에 덧붙여 그들이 겪었을 법한 사건과 감정의 파고를 손에 잡힐 듯 따라가며, 그들 중 한 명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6월 광장의 시간은 불가능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숨죽였던 이들의 용기가 지닌 가치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까지
영화 <1987>의 주인공들이 릴레이하듯 등장하며
한 스크린에서 그려낼 1987년의 이야기!
역사의 주역은 위인들만은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다수의 의지가 모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국 현대사는 유독 그런 순간들이 많았고 민주주의의 시계를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게 만든 1987년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시간이었다. 영화 <1987>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분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1987년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릴레이로 주인공을 맡아 매 순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들이 연기한 단 한 명의 인물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 해의 6월은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인물의 선택 사이, 행간에 놓인 감정의 변화까지 따라가는 영화 <1987>에서 인물 하나하나를 연기한 배우들의 면면은 영화 <1987>을 주목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추격자>와 <황해>로 강하게 격돌하며 한국영화사상 가장 인상적인 투톱 연기를 선보였던 김윤석과 하정우는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장과 이에 맞서 부검명령서를 발부하는 검사로 재회해 극 초반의 에너지를 책임진다.
그리고 일명 ‘비둘기’로 불렸던 재야인사의 옥중서신을 바깥으로 전달하는, 실존 인물에 기초해 그려진 양심적인 교도관 한병용 역은 인간미의 대명사 유해진이 맡아 연기한다. 그의 조카로 삼촌이 위험에 처할까 걱정하고 대학 입학 후 동료 학생들의 시위를 보며 갈등하는 87학번 신입생 연희 역에는 강한 의지와 당찬 면모를 동시에 갖춘 김태리가 출연한다.
박처장의 명령을 받들다 수감되는 대공형사 조반장은 박희순이, 서슬 퍼런 보도지침에 맞서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기자 역에는 이희준이 출연해 사슬처럼 맞물려 이어지는 그 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완성한다.
이들 외에도 도피 중인 재야인사 역의 설경구, 박처장의 오른팔인 유과장 역의 유승목, 수감 중 한교도관의 도움으로 진실을 담은 옥중서신을 적어 보내는 민주화 인사 이부영 역의 김의성, 정권 실세인 안기부장 역의 문성근, 박종철의 아버지로 심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손에 잡힐 듯 전한 김종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특별취재반을 구성한 일간지 사회부장 역의 고창석, 조카의 시신부검 현장에 가족대표로 입회해 관객을 함께 눈물짓게 하는 삼촌 역의 조우진, 사건 당시 경찰 총수인 치안본부장 역의 우현.
그리고 어떤 작은 역이든 좋으니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혀 일명 셀프 캐스팅이 된 일간지 사회부장 역의 오달수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승훈 신부 역의 정인기 등 <1987>의 매 장면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연기로 그때 그들을 살려내는 명배우들로 가득하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기꺼이 뜻과 마음을 모아 만들어낸 <1987>은 재미와 감동 속에 관객들을 그 때 그 시간의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사실적인 접근에서 드라마틱한 순간까지
배우와 같이 호흡하는 카메라 워킹으로
1987년, 그때 그 시절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내다!
영화 <1987>은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어 이 이야기를 어떻게 진정성 있게 화면에 담을 것인가에 많은 중점을 두었다. 제작진은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시네마스코프 화면 비율보다는 역사적인 사건의 진실을 대하는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 익숙한 화면 비율인 1.85:1을 선택하고, 사실적인 접근으로 시작해 드라마틱한 순간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영화의 전반부는 필름 영화가 주를 이뤘던 80년대 시절에 나온 칼 자이즈 하이스피드 렌즈를 호환해서 사용하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실적인 접근을 위해서 핸드헬드 촬영으로 인물의 감정을 놓치지 않았다. 김우형 촬영 감독은 마치 카메라로 연기를 하듯이 배우의 호흡, 눈빛, 고개 돌림 하나 하나를 배우와 같이 호흡하면서 매 순간 느껴지는 감정들, 타이밍을 담아냈다. 또한 인물들과 매우 근접한 상태에서 감정선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자 망원 줌과 접사 렌즈를 통해서 카메라가 물리적으로 대상에 접근하는 전통적인 촬영 방법을 많이 사용하였다.
사실적인 접근으로 시작한 <1987>은 점점 많은 인물들이 쌓여가면서 드라마의 따뜻한 온기가 가미된 톤으로 변하게 된다. 1987년 1월부터 6월까지, 실제 사건의 재현과 그 안에서의 드라마 등 이질적인 요소들이 비주얼적으로 서로 충돌하면서 잘 융합되는, 드라마틱한 순간까지 카메라의 시선은 관객들에게 그때 그 시절의 진짜 이야기를 만나게 해줄 것이다.
1987년으로 가는 시간여행,
작은 공기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은 철저한 고증으로
드라마틱한 <1987>의 세계를 완성하다!
장준환 감독과 제작진은 그 시절을 겪었던 관객들이 영화를 봤을 때, 당시를 회상하고 감동 받을 수 있기를 바랬고, 1987년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고자 했다. 제작진은 수천 장이 넘는 자료를 찾으면서 최대한 리얼하게 강박처럼 고증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했다.
1980년 후반의 모습은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45,000평의 부지에 오픈 세트를 지었고, 뜨거운 열기가 하나로 모였던 연세대학교 정문부터 시청 광장, 명동 거리, 유네스코 빌딩, 코리아 극장 등을 되살려냈다. 건물의 사이즈부터 건축 자재 하나까지도 실제 당시에 사용되었던 소재를 사용했고,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소재들은 해외 루트를 통해 수급하는 등 최대한 리얼리티 그대로를 보존하기 위해 애썼다.
고증이 어려운 경우, 공간과 인물의 분위기에 맞춰 미술적인 재해석을 가미했다. 대공수사처 박처장실은 그의 카리스마와 권위가 느껴지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남영동 고문실은 비교적 보존이 잘 되어있었지만 복도나 기타 공간들은 외적으로 많이 바뀌어 있었다.
고문실 벽 타공판의 타공 위치부터 욕조, 세면대, 선반까지 흡사하게 재현해냈고, 남영동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문서, 작은 서체까지도 섬세하게 구현하며 공간이 주는 분위기, 작은 공기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1987>의 공간 중 가장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곳은 바로 명동성당이다. 실제 각종 집회와 민주화를 촉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었던 명동성당 내부에서의 촬영이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허가되었고,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스크린에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이 아닌, 고증과 재해석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생동감 있는 공간들을 재창조해낸 <1987>은 1987년으로의 특별한 시간여행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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