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태 화가가 돼불란다

2017. 9. 21. 19:00내 그림/(유화 소재)

 

 

 

 

 

 

 

 

 

 

 

 

 

 

 

 

 

 

 

 

 

북어국 끓는 아침

 

 

생목이 올라 눈뜬 아침, 아내는
북어를 패고 있다
우리집 세간에도 패고 두드려
방짜로 풀어놓을 무엇이 남아 있던지
빨랫돌 위에 난장을 치고 있다
베링해에서 겨울산정까지
가시뼈 움켜쥐고 얼리고 말리던
난바다 한 덩이,
살점 튀도록 곤장치레 당한 뒤에야
황금빛 속내를 풀어놓는다
일찌거니
명란, 창란젓으로 장기(臟器) 내어준 보시덩어리
냄비 속 대파 몇 뿌리와 한 통속으로 끓는다
기다리면, 내게도 올 것이 있다는
국 한 그릇의 희망이 뜨는 아침
어둠 벗은 길들이 환하게 일어선다

 

이영식 (1956~)                             

 

 * 경기 이천 출생. 2000년 [문학사상] 추천으로 등단. 시집 <공갈빵이 먹고싶다><희망온도> 등.

 

 

 

어제 저녁에 마신 아직 깨지 않으셨다고요? 이제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으시다고요? 오늘 아침엔 북어국을 잡수셨다고요? 그런데 오늘 아침엔 거기 대접 속의 북어 토막, 대파부스러기, 그런 것들이 좀 이상하게 보이셨다고요? 마치 국물 속에서 몸을 떨고 있는 것처럼?

                                                                             중앙일보 시가있는아침/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