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4. 21:06ㆍ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상실과 회복에 관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류시화 시인의 신작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후 류시화 시인 특유의 울림과 시선을 담은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다. 삶과 인간을 이해해 나가는 51편의 산문을 엮은이 책은 '마음이 담긴 길', '퀘렌시아', '찻잔 속 파리',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 '혼자 걷는 길은 없다', '마음은 이야기꾼', '장소는 쉽게 속살을 보여 주지 않는다' 등 여러 글들은 페이스북에서 수만 명의 독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인의 청춘 시절 시작된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한 추구가 어떤 해답에 이르렀는지 서문 제목 ‘내가 묻고 삶이 답하다’에서 드러난다. 이 신작 산문집은 독자의 오랜 기대에 대한 류시화의 성실한 응답이자, 상실과 회복에 관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생을 이야기하는 많은 산문들 속에서 류시화 시인이기에 쓸 수 있는 글들이 있다. 이 책은 쉽게 읽히면서도 섬세하고 중량감 있는 문장들로 우리를 ‘근원적인 질문과 해답들’로 이끌어가는 류시화 시인의 감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 류시화
- 시인이자 명상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 1980~1982년까지 박덕규, 이문재, 하재봉 등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나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했다. 이때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40여 권을 번역하였다.
- 1988년 '요가난다 명상센터'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명상센터를 체험하고, 『성자가 된 청소부』의 저자 바바 하리 다스와 만나게 된다. 1988년부터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며, 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 생활해왔다.
- 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1989년~1998년 동안 21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 시인은 「시로 여는 세상」 2002년 여름호에서 대학생 5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에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과 함께 이름을 올렸으며 명지대 김재윤 교수의 논문 설문조사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10위, 21세기 주목해야할 시인 1위, 평소에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윤동주시인 다음으로 지목된다.
- 저작권 협회의 집계 기준으로 류시화 시인의 시는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로 손꼽히기도 한다.
- 류시화 시인의 작품은 문단과 문예지에도 외면을 당하기도 했는데 안재찬으로 활동했을 당시, 민중적이고 저항적 작품을 지향했던 당대의 문단과는 달리 신비주의적 세계관의 작품세계로 인해 문단으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외계인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적극적인 현실참여를 주장하고 있는 민중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당시의 문단에서 현실 도피의 소지를 제공한다며 비난을 받았으며 대중의 심리에 부응하고 세속적 욕망에 맞춰 작품이 창작되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시인 이문재씨는 류시화의 시...
목차
서문 _ 내가 묻고 삶이 답하다
퀘렌시아 _ 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아서
찻잔 속 파리 _ 세상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 _ 두 가슴의 거리
누군가의 마지막을 미소 짓게 _ 한 가슴의 상처를 치유한다면
짐 코벳 이야기 _ 과정이 즐거웠는가
나는 누구인가 _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마음이 담긴 길 _ 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푸른 꽃 _ 당신의 푸른 꽃은 무엇인가
지금이 바로 그때 _ 두 점성가 이야기
예찬 _ 현실에 색을 입히는 법
당신은 이름 없이 나에게 오면 좋겠다 _ 여뀌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_ 프루스트의 장미
혼자 걷는 길은 없다 _ 영혼의 동반자들과 함께
그대에게 가는 먼 길 _ 신은 길을 보여 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비전 퀘스트 _ 삶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
웃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_ 인생을 놀이처럼
나의 노래는 _ 잘못 산 인생은 없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_ 동굴 속 여인의 일화
장소는 쉽게 속살을 보여 주지 않는다 _ 사랑하면 다가오는 것들
마지막으로 춤춘 것이 언제인가 _ 춤 명상
마음은 이야기꾼 _ 마음 챙김
우리는 다 같다 _ 공감과 연민
얼굴 속 얼굴 _ 어머니 명상
운디드 힐러 _ 상처 받은 자에서 치유자로
두 번째 화살 피하기 _ 고통을 다루는 기술
어머니 고래 _ 삶이 알아서 하리라
잘못 베낀 삶 _ 즐겁게 살라는 것
죽음 앞에서 _ 절실함을 무력화시키는 일상
어느 추장 이야기 _ 인디언들의 버리고 떠나기
별이 보이는가 _ 모든 진리를 가지고 오지 말라
상처 주고 상처 받기 _ 테러리스트가 되지 말고 테라피스트가 되라
수도승과 전갈 _ 어느 본성을 따를 것인가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한다 _ 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_ 빛은 상처를 통해 들어온다
치료의 원 _ 바벰바 부족의 지혜
오늘 감동한 일이 있었는가 _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당신의 잎새 _ 신의 선물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_ 내려놓은 후의 자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_ 알아차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_ 마음 챙김 식사
무명의 이름으로 _ 순종의 열매
내일은 없다 _ 라마야나 이야기
문어가 말을 걸다 _ 회복의 시작
닭이 몇 마리인가 _ 생명들에 값하는 삶
어둠 속에서 눈은 보기 시작한다 _ 코기 족 원주민 이야기
금 간 보석 _ 부서져서 열리기
내 안의 비평가 _ 비평을 넘어 존재로
우연한 선물 _ 넓어져 가는 원
숫자에 포함시킬 수 없는 사람 _ 나와 너
히말라야를 그리는 사람 _ 불확실성과 친해지기
이타카 _ 네가 걸어온 길이 너의 삶이 될지니
1
“시는 젊을 때 쓰고, 산문은 나이 들어서 쓰는 것이다. 시는 고뇌를, 산문은 인생을 담기 때문이다.” - 황순원
2
투우장 한쪽에는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다.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그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은다. 그곳에 있으면 소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소만 아는 그 자리를 스페인어로 퀘렌시아(Querencia)라고 부른다.
퀘렌시아는 회복의 장소다.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힘들고 지쳤을 때 기운을 얻는 곳, 본연의 자기 자신에 가장 가까와지는 곳이다. 산양이나 순록이 두려움 없이 풀을 뜯는 곳, 독수리가 마음 놓고 둥지를 트는 거쳐, 곤충이 비를 피하는 나뭇잎 뒷면, 땅두더쥐가 숨는 굴이 모두 그곳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만의 작은 영역, 명상에서는 이 퀘렌시아를 '인간 내면에 있는 성소'에 비유한다. 명상 역시 자기 안에서 퀘렌시아를 발견하려는 시도이다.
내 삶에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여행은 나만의 퀘렌시아였다.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 문제들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 자신이 되었으며 마음의 평화를 되찼았다. 그러고 나면 얼마 후 새로운 의욕을 가지고 다시 삶 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장소만이 아니다. 결 좋은 목재를 구해다 책상이나 책꽂이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번뇌가 사라지고 새 기운이 솟는다. 그 자체로 정화의 시간이다. 좋아하는 공간,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시간,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 이 모두가 우리 삶에 퀘렌시아 역할을 한다. 내면의 안식처를 발견하는 그 시간들이 모두 퀘렌시아이다.
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퀘렌시아다. 당신에게 퀘렌시아의 시간은 언제인가? 일요일마다 하는 산행, 바닷가에서 감상하는 일몰, 낯선 장소로의 여행, 새로운 풍경과 사람들과의 만남……. 혹은 음악이든 그림이든 책 한 권의 여유든, 주기적으로 나를 쉬게 하고 기쁘게 하고 삶의 의지와 꿈을 되찾게 하는 일들 모두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인도의 오래된 경전 『아슈타바크라 기타』의 말을 이해하게 된다. '삶의 파도들이 일어나고 가라앉게 두라. 너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너는 바다 그 자체이므로.'
3
우리는 곧잘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노 프라블럼'의 기준을 '나'에서 '타인'으로, 나 아닌 다른 존재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빅 프라블럼'이다. 자기 중심에만 머물러 있는 관점은 '노 프라블럼'일 수가 없다. ─ "당신도 괜찮은가요?"
4
사람들은 화가 나면 왜 소리를 지르는가? 상대방이 바로 앞에 있는데 굳이 크게 소리 질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큰소리로 말해야만 더 잘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말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가?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의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소리를 지를수록 상대방은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둘의 가슴은 더 멀어진다. 그래서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계속 소리 지르면 그 거리를 회복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 갈등의 10퍼센트는 의견 차이에서 오며, 나머지 90퍼센트는 적절치 못한 목소리의 억양에서 온다는 심리학의 통계가 있다. 소리를 지를 때 더 고통받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랑을 하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가슴의 거리가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두 가슴의 거리가 사라져서 아무 말이 필요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 첩첩남남(喋喋喃喃-재잘거릴 첩, 재잘거릴 남)
5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
자기 자신에게 이 한 가지를 물어보라.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 마음에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뒤를 좇는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담긴 길을 걷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담긴 길을 갈 때 자아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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