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6. 20:13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글을 쓰는 입장에서, 30대에는 “날카로운 펜 끝”이라거나 “직론의 용기”,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날 선 기개”와 같은 수사가 참 매혹적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독자들에게 저런 평가를 받고 싶었고, 어쩌다 그 비슷한 말을 들으면 훌륭한 글쟁이로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둥둥 떴었다.
그런데 마흔을 중간쯤 넘고 나서는 세상의 모든 직선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이가 날리는 독 묻은 말투를 들으면, 그것이 나를 향한 것도 아닌데도 내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것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는이라거나 ‘이쪽도 좋고 저쪽도 좋다’는 식의 황희 정승식 양비론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싫은 것은 싫고, 나와 맞지 않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며, 내가 옳다는 소신을 굽히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나의 취향이 손대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은 예민함을 그냥 싫어하게 되었을 뿐이다.
글을 쓰더라도 혹여 누군가 내 글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이 없는지를 습관적으로 검열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마음이 웅크려지다 보니 거꾸로 누군가 나에게 던지는 공격에도 새가슴이 되어서, 이전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았던 독자들의 댓글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혼자 마음을 다쳐서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직선보다는 곡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도 사물도 말도 글도 그림도 음악도,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어머니의 무덤처럼, 그렇게 모성처럼 동그랗고 둥그런 것들이 좋아졌던 것이다.
─ 글쓴이. 윤용인 : 딴지일보 기자를 거쳐 2000년 7월 여행전문 웹진 '딴지 관광청'을 창간해 여행 독자와 소통하고 소비자 중신의 여행문화 바로 세우기에 주력했다. 2003년 7월 '노메드 Media & Travel'을 설립, 여행을 하면서 주요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했다. 쓴 책으로 <사장의 본심>,<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어른의 발견>, <딴지, 여행에 똥침을 쏘다>, <발리> 등이 있다.
뭔 글을 쓰느냐에 따라서 다르긴 할 건데
에이, 너무 이런 식으로까지 남을 의식해서 글을 쓴다면야
글 쓰는 재미 없지 뭐
어디 가서 글 쓴단 소릴랑 말아야지
글을 쓰다보면 감정이 에스컬레이트 돼서 오버를 하곤 하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연스런 현상일 게야
나중에 그런 글들을 보면 좀 부끄럽긴 하지
10년 전에 쓴 글을‥, 5년 전에 쓴 글을‥, 아니 한 달 전에 쓴 글들도 그래‥
심지어 사흘 전에 쓴 글도 고치는 경우가 많아 ^^*
사람들이 글 쓰는 걸 보면
제가 처한 위치에서 나름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이냐 (在朝냐)
왕따나 돌려뉘킨 아웃사이더냐 (在野냐)에 따라 다른데
아무렴 방어전을 치루는 챔피언과 도전자가 같을 수야 없겠지
그런데 이 사람 말에도 공감이 가는 건 있어
-“어떤 이가 날리는 毒 묻은 말투를 들으면
그것이 나를 향한 것도 아닌데도 내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
애증(愛憎)이라는 말을 쓰려면 뭔가 그래도 건데기가 있어야 하지
왕년에 이름을 날렸다거나, 돈을 된통 벌었다거나, 벼슬을 크게 했다거나,, 질투 할만한 게 있어야 햐.
나처럼 張三李四 같은 사내는 대상이 못 돠.
암튼‘애증’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가 미당 서정주인데……
그것참 고약하더군
未堂이 전두환을 두고‘미륵의 미소’라 했다는 말을 듣곤
아, 난 잠시 할 말을 잃었었다네
늙은이의 비루·추잡한 아첨을 꾸짖기 전에
와! 그 詩的 표현의 絶妙함이라니!
그러고보니 '正義사회'를 만들겠다며 쿠테타에 성공한 그 놈
생김새가 미륵불과 그럴듯 닮기도 했거니와
미륵(彌勒)이 누구인가? 새 세상을 연다는 미래불(未來佛) 아닌가?
이런 기막힌 은유가 어딧냔 말이야,
아아, 알랑방구도 이 정도면 예술이로세~~~'
서정주 이 인간이 정치를 했다면 '간신열전(奸臣列傳)' 맨 첫 머리에 이름을 올렸을 게야
"근디, 니두 마애석불 많이 닮았어 야!"
봐바, 얘길 하다보면 이렇게 스스로 도취해서 - 'escalate',,
육두문자까지도 막 나온대니께?
예전에 황석영이한테 '죽어서 평 반짜리 살가죽을 남기라'고 썼더니
다음(daum) 관리자가 글 차단한다고 연락이 왔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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