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애

2012. 12. 15. 08:21음악/우덜- ♀

 

 

 

 

 

 

별 - 윤선애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 함께 나아오더라
달은 넘어 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게요
잠자코 홀로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게요
잠자코 홀로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1

 

이른바 ‘386세대’ 가운데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꽤 많다.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나 민문연(민중문화운동연합) 산하 대학생 연합 노래모임 ‘새벽’을 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저 숨 가쁘고 살벌했던 1980년대 ‘거대한 싸움’의 전위에서 그는 늘 노래 부르고 있었다.

그가 윤선애(47)다.

한때는 같이 노래하다가 ‘노찾사’를 거쳐 유명가수가 된 안치환, 권진원,

그리고 요절로 ‘슬픈 전설’이 되어버린 김광석(1996년 사망)보다 더 유명했단다.

이름은 모른대도 노래를 들어보면 “아하!” 할 거다(‘만인보’ 덕에 윤선애의 노래를 청해 듣는 호사를 누렸다).

 

(중략)

 

윤선애는 이런 아픔과 진지한 고민을 딛고 ‘가수 윤선애’로 돌아왔다.

포크음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작곡가 김의철이 손을 잡아줬다.

2007년 첫 개인음반 <하산>을 냈고, 2년 뒤 <아름다운 이야기>를 발표했다.

이 무렵 그의 노래를 다시 듣게 된 386세대들이 인터넷에 ‘윤선애 팬카페’를 열고 열심히 응원해준다.

그들 중에 몇몇은 ‘중년시대’라는 이름으로 음악활동을 하면서 윤선애의 공연에 연주자나 코러스로 참여한다.

윤선애는 지난달 말 세 번째 음반 <그 향기 그리워>를 냈다. 역시 모든 노래를 김의철과 함께 작업했다.

‘하늘’ ‘나는 가리라’ 같은 노래를 들어보니 그 여운이 참 깊다.

목소리는 여전히 청아하고 아름답다. 세월만큼 성숙하고 깊어진 부드러움과 편안함도 진하게 느껴진다.

“오랫동안 노래했는데도 노래가 어렵고 두려웠어요. 노래에 대한 뚜렷한 주관도 없었고요.

이제야 ‘이게 내 노래’라는 느낌을 찾았어요. 몸 전체가 악기가 되는 느낌이랄까.

이제는 노래가 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가 퍼져나가 공기와 공명하는 힘을 느끼게 돼요.”

 

출처 / 경향신문  2012. 11. 23

 

 

 

 

2

 

“한때 나를 뻑가게 만든 카수의 공연. 시간된다면 표 6장 끊으마.” 친구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마침 올해의 꽃산행도 거의 파장 무렵이라 주말이 좀 한가해졌다.

공연소식을 뒤졌더니 노래는 알 법했지만 낯선 가수였다.

내가 둔한 놈이었다. 내가 미처 이름을 몰랐을 뿐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번 공연도 가수의 팬카페에서 힘을 모아 여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노래를 들어보면 아, 그 노래가 그 가수야! 하고 알아차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11월 셋째 토요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가수는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노래를 불렀다.

우울한 1980년대를 통과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노래들이었다.

주로 기타를 이용한 반주였지만 웅장하고 활달한 느낌이었다.

총 3부로 이루어진 공연이 끝날 무렵이었다.

 

“벌써 마지막 노래군요.

제목은 ‘강매’인데, 물건이나 표를 억지로 파는 것을 강매라고도 하지만,

실은 강가에서 보아주는 이 아무 없어도 혼자 쓸쓸히 피어난 매화입니다.”

가수의 눈가가 물기로 어룽지는 듯했다.

가수의 이름을 밝히자. 윤선애.

1984년 대학 노래패 ‘메아리’에서 노래 활동 시작. 노래 모임 ‘새벽’에서 활동하며

‘그날이 오면’ ‘저 평등의 땅에’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등의 노래를 불렀다.

2005년 첫 싱글 앨범 <하산> 이후로 2009년 두 번째 음반 <아름다운 이야기>를 발표했다.

이 외 디지털 싱글 음반에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 ‘살아가는 것이 더 큰 용기죠’가 실려 있다. (공연 팸플릿 중에서)

공연도 좋았고, 가수도 좋았고, 노래도 좋았다.

특히 강매(江梅)를 소개하는 말은 오래된 추억 하나를 댕기는 불씨가 되기도 했다.

사실, 이런 공연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지난 시절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자면 결국 그때 그 시절의 ‘나’가 돌연 나타나서 일상에 찌든 나를 빤히 쳐다본다.

과연 그때 너는 뭘 했지?

캄캄한 객석에 앉아 소심함, 부끄러움, 한심함, 비겁함 등등의 복잡한 심사를 차례로 만나야 한다.

어려운 시대의 일부를 감당했던 노래의 곡조와 가사가 절실할수록 마음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후략)

출처 / 경향신문 2012. 12. 15

 

 

 

 

 

 

 

강매

                                    노래. 윤선애 

 

네 이름은 외로워 나비도 벌님도 볼 뉘 없어

너 홀로 강가에 피었다 사라져갈 이름이여

너를 찾아 헤매다 나의 외로움만 쌓이고

쓰러진 꽃잎을 찾으려고 등 뒤 해지는 줄 몰랐네

불러도 대답은 간데 없고 휘몰아치는 강바람만

말발굽 소리내며 말라버린 풀구루를 지나

단 한번 미소를 줏으려고 그래서 네 이름은 강매라네

단 한번 그 향기 그리워 그래 네 이름은 강매라네

 

밝아오는 아침 햇살에 수줍어 고개 숙인 그대여

님의 맘 다 타버려 재되어 사라질 날 기다렸나

어제도 오늘도 동틀제면 너를 찾아 헤매었네

저녁해 먼산에 걸리어 외로움에 타버렸네

불러도 대답은 간 데 없고 휘몰아치는 강바람만

말발굽 소리를 내며 말라버린 풀구루를 지나

단 한번 미소를 줏으려고 그래서 네 이름은 강매라네

단 한번 그 향기 그리워 그래 네 이름은 강매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