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치(看書痴)

2010. 2. 22. 18:15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내 마음에 간절한 것은 딱 십 년만 문 닫아걸고 천하의 책들을 구해다 파고 읽는 일이다."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있다

 

 

 

나는 왜 쉬지 않고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책을 읽는가?

 

얼른 공자의 저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그냥 아는 자보다는 좋아하고 즐기는 자가 더 윗길이다(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말이다.

나는 독서를 앎을 추구하고 넓히는 방법으로보다는 인생의 낙으로 즐긴다.

책읽기는 아무리 계속해도 타성의 완고함에 빠지지 않는 일이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내면의 사람이 나날이 새로워진다.

조선 후기의 선비 유희춘은 '널리 보고 곰곰이 생각하면 온갖 근심이 점차 사라져 활연히 깨달음이 있고,

초연히 자득하리라'고 썼다.

타고난 재주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하는데, 그 가장 좋은 도구는 책이다.

널리 구해 읽고 깊이 궁리하면 스스로 깨달음에 이른다는 뜻이다.

 

책읽기의 욕망 저 밑바닥엔 세월과 더불어 늙어가는, 점점 짧아지는 생명의 금을 늘려 보려는 불가능한 꿈이

있는 것일까?

책읽기의 생자필멸의 운명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나이 든 자의 근엄함을 엷게 만들고, 잃어버린 어린애의 천진난만함을 되찾게 한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헐어 책 사는 일에 쓰는 것은 말년을 대비한 노후의 보험이다.

늙어 할 일 없을 때 수만권의 장서가 꽂힌 서가에서 젊은 시절 바빠 미처 못 읽은 책을 찾아 읽을 것이다.

햇빛이 어깨너머로 비쳐 드는 창가에 앉아 고즈녁이 음미할 만한 책을 읽는 광경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행복한 노년이다.   

 

 

(위 책 77쪽~)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뜻을 잘 모르더라도 드립다 반복해서 읽다보면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는 얘기인데요,

저는 이 말을 좀 더 확대해석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읽지 않고, 단순히 취미로만 읽는다 하더라도

이 책 저 책  많이 읽다보면 뭔가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것으로 말입니다.

분명히 제게는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오십고개' 넘어 올 때쯤으로 생각되는데,

깨달음이라기엔 좀 뭣하지만 세상일의 순서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는 걸 느꼈어요.

무엇이 우선인가를 골똘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내가 하면 그게 순서에 맞더라는 거지요.

그런 느낌이 어느 한순간에  '탁'하고 온 건 아니었습니다. 오십 전후라는 것밖에는요.

이런걸 철든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렇다고 모든 이치를 다 깨달았다는 것이야 물론 아닙니다. 

성철 스님의 '오매일여'를 여기에 갖다붙인다는 건 어불성설이겠습니다만,

일상사 넘겨가며 점차 깨닫게 되는 것도 그와 유사한 '단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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