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8. 08:48ㆍ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는 여행에 관한 글도 좋다.
여행을 떠나 길 위에서 읽는 여행에 관한 글도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막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그때 읽는 여행에 관한 글이다.
내 몸에 아직 마지막 도시의 바람 냄새가 남아 있고,
미처 풀지 못한 짐이 한 켠에 쌓여 있고,
배낭에는 먼 도시의 이름을 단 비행기 짐표가 붙어 있고,
돌아왔다는 것조차 알리지 않아 전화는 울리지 않고,
내가 이곳도 아니고 저곳도 아닌 어딘가에 존재하는 느낌이 드는,
떠나온 곳과 돌아온 곳 사이에 서 있는 듯한
그런 순간에 읽는 글들.
- 김남희 -
유럽을 오가는 비행기 항로 위에서 처음 내려다본 겨울 몽골은
온통 흰눈과 갈잿빛이 지배하고 있었다.
에누리 없는 풍경,
비행기 안에서조차 무릎 담요를 끌어올려야 할 정도로 찬 기운이 느껴졌다.
되짚어보면,
아마도 '혹독함'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체감온도가 영하50℃까지 떨어진다는 그 지독한 한기를 두 눈의 망막이 시릴 때까지,
두 볼에 얼음이 박힐 때까지 맞바라기하고 싶었다.
지평선이 드러난 광활한 수평의 대지 위에,
다른 어떤 것도 없이 오직 내 몸 하나를 수직으로 꽂아보고 싶었다.
겨울이면 갈이 지워진다는 말은
곧 어디로 내달아도 길이라는 말이었다.
그 길 없는 길을 내달려보고도 싶었다.
도시의 겨울은 어딜 가나 지나치게 따뜻하고,
길들은 너무 분명하거나 정연했다.
계절이 따로 없는 인공의 온기가 안온할수록,
건물과 건물 사이로 난 길 위의 일상이 조밀할수록,
그에 대한 열망이 커져갔다.
- 삼성카드 잡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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