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3. 20:07ㆍ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내가 걸은 전남 서남해안 갯길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걷기에 좋은 짧은 구간을 해안별로 소개한다.
교통편은 딱 부러지게 안내할 수가 없다.
대부분 해안에 붙어 있어 군내버스만이 오가는 길이라 외지인은 시각을 종잡을 수 없다.
군청소재지 터미널에서 대개 1~2시간 간격으로 가기 때문에
정확한 시각은 터미널이나 마을 이장 (면사무소에 전화번호가 있다)에게 문의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교통편이 좀 불편하더라도 시골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재미가 또 있으니 조급해 할 일은 아니다.
외진 길이라 가게가 없는 곳이 많다. 식수나 간식 등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다가 식당을 만나면 현지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여기 적은 길은 내가 걸은 여정에 따랐지만 교통편 등을 고려해 역으로 걸어도 된다.
자세한 것은 본문과 책에 실린 지도를 참조하기 바란다.
영광해안
가마미해수욕장→작은목냉기→법성포항 (9킬로미터)
법성포항에서 걷기를 시작할 수도 있으나 가마미에서 출발해 법성포항에서 굴비로 점심(한 상에 1만원짜리도 있다)을 하도록
일정을 짜는 것이 좋겠다.
칠산바다를 끼고 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걷는 길목이 있는 작은 목냉기(소향월)는 옛날 조기파시로 유명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적막하다.
그러나 한적한 어촌에서 적막을 즐기는 맛이 있다.
법성포항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와 법성포 단오제가 열리는 숲쟁이가 있다.
모래미해수욕장→백수해안→석구미 (10킬로미터)
단애에서 망망한 서해를 내려다보며 걷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해안길이다.
아스라이 칠산도가 가물거리지만(물안개에 가려 안 보일 때도 있다.) 바다는 거침없이 펼쳐진다.
노을이 들 때 이곳에 서면 사람도 풍경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맞다.
내가 걸을 때는 버스를 개조한 포장마차만 두 대 있었으나 최근에는 해안 중간에 먹을거리집이 생겼다.
해안 끝에서 바닷가로 내려서면 석구미(동백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과 해안길이 좋다.
법성포항에서 백수해안으로 나가는 길목에 법백교가 있는데
그 위쪽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2킬로미터쯤 들어가면 원불교 영산성지가 나온다.
영광터미널에서 영산성지로 가 구수산을 감고 백수해안으로 올라서도 좋으리라.
대전삼거리(백수읍)→하사리 염전지대 (6킬로미터)
누구나 백수읍에 들어서면 깜짝 놀랄 것이다.
1960년대나 봤음직한 전형적인 시골 읍내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객들은 그런 풍경에서 특별한 감회를 느낄 수도 있다.
백수읍 대전리 삼거리에서 읍내를 지나 염전이 있는 하사리로 나가는 들길도 걸을 만하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도는 수차, 녹슨 양철지붕의 소금창고, 소금꽃이 핀 염전지대는 흔히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영광터미널에서 군내버스가 다니며, 대전삼거리에 차를 대놓고 들어갔다 와도 무리가 되지 않을 거리다.
함평만
하신흥→돌머리해수욕장 (3.5킬로미터)
함평군 손불면 궁산리 하신흥은 해수찜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뜨겁게 달군돌로 해수를 데워 찜을 하는데, 특히 피부에 좋고 (나도 효과를 봤다.), 피로도 말끔히 씻어준다.
1인당 2만 5,000원, 5만원(저녁 아침 두 번 찜질)을 내면 숙소를 제공한다. 식당과 취사장도 있다.
함평만에 낚시 오는 사람들이 모텔 대신 즐겨 이용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
간조 때 돌머리 해수욕장 인근은 무변의 갯벌로 변한다.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출발해 갯벌에서 조개나 바다고동을 줍고(낙지나 해삼도 있다.)
하신흥에서 찜질로 몸을 푼 뒤 함평읍내로 나가 생태공원 등을 구경해도 좋다.
함평은 ‘함평천지 한우’로 유명하다.
수암→도리포 (11킬로미터)
전설의 물바위가 서 있는 수암 유월 사거리에서 용산마을을 지나 도리포로 가는 해안길은 적극 권할 만한 걷기 좋은 길이다.
전형적인 시골 풍경과 푸른 함평만 경관이 어우러진 데다 자동차도 거의 다니지 않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함평만 끝에 있는 도리포는 ‘무안 세발낙지’의 대표적인 산지로, 함평만에서 나는 갖가지 바닷고기 회도 함께 맛볼 수 있다.
도리포 뒷등에 넓은 갯벌이 펼쳐지는데 송계 어촌 체험장에서 갯벌 체험을 안내한다. 방도 있다.
무안 청계해안
구로선착장→복길선착장→초의선사탄생지 (13킬로미터)
청계만을 사이에 두고 무안 운남 땅과 마주보는 구로 선착장과 복길 선착장은
옛날에는 큰 배들이 있어 칠산 바다에까지 나가 고기를 잡아오던 포구였으나 지금은 한적하다.
횟집들은 대부분 주말에만 문을 여는데, 광주 목포 등지에서 찾아오는 식객이 많다.
고적함이 은근한 포구들이다. 초의선사 탄생지는 저 앞에 놓인 압해대교를 내려다보는 곳에 꾸며졌다.
해남 서해안
영암호→별암뱃머리 (8킬로미터)
바다를 막으면서 생긴 영암호와 금호호를 끼고 가는 길이라 바다와 호수를 함께 보며 걷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시멘트 일색인 데다 그늘이 없는 것이 흠이다.
거칠게 오가는 대형트럭들도 위협적이다. 특히 금호도를 돌아가는 길이 위험하다.
신경 써 다듬으면 좋은 걷기 길이 될 듯한데 아직은 문제점이 많다.
그렇더라도 제방 아래 늘어앉은 낚시꾼들, 바다에 그런 듯 떠 있는 낙지배들은 볼만한 풍경이다.
별암 뱃머리는 옛날에는 목포에서 연락선도 다녔으나 지금은 작은 어선들만 머리를 댄다.
선창에 늘어선 횟집들에는 갯정이 있다.
목포터미널에서 이곳을 지나 해남 회원 등지를 오가는 군내 버스가 자주 있다.
고천암 갈대숲길
고천암은 초겨울에 찾아와 겨울을 보내는 가창오리떼와 갈대숲으로 이름난 곳이다.
수십만 마리 가창오리떼가 펼치는 군무는 장엄하고, 7,300여 헥타르에 달하는 갈대숲이 바람에 휩쓸리는 풍경은 장관이다.
고천암 갈대숲 길은 고천암 방조제에서 고천암호를 끼고 난 포장도로를 따라 40여 리.
도란거리며 가다가 되돌아 와도 좋고, 갈대축제가 열리는 마산면 길호리까지 걸어도 좋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아기자기한 길이다.
해남읍내 버스터미널에서 고천암까지 오가는 군내 버스는 이른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 대략 2시간 간격으로 있다.
해남 남동해안
어란→송호해수욕장→땅끝 (17킬로미터)
어란은 어란진이 있던 곳으로 이 충무공이 명량해전 직전 진을 쳤던 유서 깊은 곳이다.
신산정에서 택시로 들어갔다가 걸어서 나와 송호 해변을 따라 땅끝까지 가는 길은 바다에 붙어 있어 한들한들 걷기에 좋다.
송호해수욕장은 바다 밑이 완만해 아이들 걱정 할 필요가 없고, 소나무 숲이 좋다.
땅끝 전망대는 날씨가 좋으면 한라산이 보일 정도로 전망이 뛰어난 곳이다.
땅끝마을 갈두리에는 칼국수집에서 횟집까지 식당이 많고 숙소도 충분하다.
해남, 광주를 오가는 버스가 자주 있다.
땅끝→사구미해변→남성리 (11킬로미터)
땅끝은 국토종주 출발지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통일전망대나 임진각을 향해 떠난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시원스럽다.
사구미해변은 미황사 창건 설화가 서린 곳이며, 길 아래 꼬막껍질처럼 엎딘 남성마을은 오롯한 맛이 있는 어촌이다.
잠시 들러 볼 만하다. 여기서 걷기를 그치면 교통편이 난감한데 내친김에 남창까지 걷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남창까지 거리는 22킬로미터. 남창에는 숙소가 없으나 교통 요지라 해남이나 강진, 완도, 광주로 나가는 버스가 많다.
이진→남창 (3킬로미터)
이진은 옛 수군진이 있던 곳으로 이 충무공이 이곳에서 토사관락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난중일기에 나온다.
마을 입구 양쪽에 우람한 성벽이 둘러섰고, 옛 성문 자리는 마을사람들의 출입구로 쓰인다.
포구에는 옛날 제주에서 말을 실어 올 때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함께 실어왔다는 화산석이 지금도 쌓여 있다.
남창에는 달량진성과 제주로 건너갈 때 순풍을 기다렸다는 해월루가 흔척이나마 남아 있다.
강진만 서해안
석문→다산초당→백련사→덕남항→제방길→남포리 (12킬로미터)
석문은 만덕산과 석문산 사이에 있는 협곡이다.
석문 삼거리에서 다산초당쪽 길을 잡아 다산초당에 들렀다가 산길을 걸어 춘란과 동백숲으로 유명한 백련사를 돌아보고
다시 도로로 내려서서 잠시 걸으면 덕남항이다.
덕남항에서 남포로 이어지는 제방 위의 갈대숲 길은 최상의 데이트 코스다.
남포는 유서 깊은 마을로 고샅이 단정하고 부티가 난다.
고샅길은 걸어 강진읍내로 들어가 영랑생가 등 강진의 명소를 돌아보고 강진백반 한 상 차려도 좋겠다.
강진만 동해안
세심정→양이정→강진고려청자박물관 (6킬로미터)
강진만의 경관이 이 길에 다 모여 있다.
대구면 초입에 있는 세심정에 들렀다가 강진만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세워진 양이정에 오른다.
강진 고려청자박물관까지 가는 길은 오가는 차가 많아서 그렇지 풍광은 그만이다.
청자박물관에서 청자 명품들을 구경하고 주변에 있는 개인 가마를 돌아보며 값싼 생활용기를 사는 재미가 있다.
마랑향→고금대교 (교량 760미터)
미향의 꿈을 키워가는 마량은 싱싱한 회로 유명한 곳이다.
생선이 들어오면 바로 바로 경매에 붙이기 때문에 값싸게 살 수 있다.
중방파제공원은 바다로 뻗어나간 방파제를 공원으로 꾸민 것인데 말끔히 널빤지를 깔아 단장하고 시비를 세우는 등 운치 있게 꾸몄다.
마량항 왼쪽에 걸린 고금대교(2007년 6월 개통)를 걸어 고금도 입구까지 가보는 것도 좋겠다.
마량 인근에 갯바위낚시 명소가 많다.
광주에서 강진, 마량을 거쳐 고금도, 약산을 오가는 버스가 자주 있다.
장흥해안
이진목→선자→산저→이회진(진목)→회진항 (7킬로미터)
회진면 이진목에서 회진항까지의 해안은 2008년 7월 작고한 소설가 이청준 해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곳곳에 이청준 문학의 향기가 짙게 묻어 있다.
산저마을은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에서 선학동으로 등장하는 마을이며,
선자마을에서 회진쪽으로 쭉 뻗은 방조제 영화 ‘천년학’에 쓰인 주막집 세트가 서 있다.
선자에서 구 도로를 타고 산저, 이진목 쪽으로 가 안쪽마을 진목에 있는 이청준 생가를 돌아보고,
구 도로와 방조제 길이 만나는 곳에 있는 천년학세트에 들렀다가 언덕길을 오르면 회진항이다.
회진항은 이충무공이 칠천량해전에서 무참히 패한 전선을 모아 전열을 정비한 옛 회령진으로,
여기서 전선과 군사를 재정비해 명량대첩을 거둔다.
회진항을 내려다보는 산등성이에 회진성이 있다.
이진목과 회진에서 장흥의 별미인 물회를 맛볼 수 있다.
관산 방촌→관산읍 (2킬로미터)
방촌의 장흥 위씨 집성촌으로 고색창연한 마을이며 관산은 옛날 장흥의 치소가 있던 고읍이다.
방촌에서 예스러운 골목을 걸어 조선조 말 실학자인 존재 위백규선생 유적을 돌아보고 관산에 있는 방촌유물관에 들르자.
관산에서 천관산에 올랐다가 방촌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관산에 모텔이 몇 곳 있다.
해창→사촌→수문해수욕장 (7킬로미터)
안양면 해창은 일제강점기에는 화물선이 드나들 정도로 큰 포구였다는데
지금은 동네 어선만 떠 있는 마을은 고샅이며 돌담, 층층이 쌓인 집들이 정겨운, 때 묻지 않은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마을 안길을 지나 들판을 건너면 사촌. 마을 뒤에 소설가 한승원의 토굴이 있다.
사촌에서 바다를 끼고 모퉁이를 돌면 수문해수욕장이다.
종려나무 산책길이 아름답다.
수문은 키조개 요리에 한 잔 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보성해안
율포해수욕장→산소→발금이→득량만 방조제 중수문 (25킬로미터)
거리가 좀 멀지만 이 정도의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하루를 잡고 걷는다면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
득량만을 끼고 가는 길에 소박한 농촌풍경이 펼쳐지고, 쪽파 명산지답게 가을에는 길에까지 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권할만한 아름다운 해안길이다.
발금이에서 득량만 방조제에 올라 득량만을 내려다보며 걷는 맛이 또 있다.
기차로 예당역에 내려 택시로 득량만 방조제 중수문까지 가 율포를 향해 걸어도 좋을 것이다.
율포에는 전국 유일의 녹차해수온천탕이 있고, 보성 녹차밭이 가깝다.
고흥 서남해안
신흥(대서면)→수문등 (3.5킬로미터)
길은 짧지만 경관이 좋다.
벌교에서 군내버스로 신흥까지와 장선을 지나 수문등 나루터까지 가는 길에 펼쳐지는 득량만 경관이 뛰어나고
길 가의 해수욕장은 아담하다.
장선에 횟집이 있고 수문등은 해산물의 집산지다.
승용차로 와 신흥에 놔두고 수문등까지 다녀와도 7킬로미터니 부담이 되지 않는 길이다.
녹동항→소록대교 (1,160미터)→소록도
녹동항은 제주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뜨는 큰 항구다.
녹동항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가 최근 개통되면서 찾는 사람이 부적 늘었다고 한다.
다리에 인도가 없는 것이 흠이지만 오가는 차량이 많지 않으니 걸을 만하다.
소록도는 중앙공원이 아름답다.
소록도에서 나와 녹동항 횟집거리에서 목을 축이는 재미가 있다.
오마도간척지→풍남항 (9킬로미터)
녹동항에서 가면 3호방조제는 오마도 간척지 초입에 있다.
오마도 간척지를 한 눈에 보면 평범한 간척지만 소록도 한센인들이 피를 뿌리며 천국의 꿈을 꾸던 땅이라는 것을 알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2호, 1호방조제를 지나 풍남항까지 가는 길에는 평범하면서도 오붓한 정이 있다.
풍남항 가까이 풍남 해수욕장이 있다.
발포항→발포해수욕장 (4킬로미터)
충무 학생의집 삼거리에서 발포로 들어갔다가 되돌아와 발포 해수욕장으로 나간다.
발포는 충무공이 36세 때 발포만호로 부임하면서 처음으로 바다와 인연을 맺은 곳으로
전선을 매 두었던 굴강, 충무공을 모시는 충무사 등 유적이 있고,
마을 앞에는 ‘이 충무공이 머무시던 곳’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다.
발포 해수욕장은 노란 모래로 유명한 곳으로, 여름철에도 그렇게 붐비지 않아 가족이나 친지끼리 오붓이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고흥 동해안
옥강삼거리→해창만방조제→남포미술관 (11킬로미터)
포두면 옥강리 옥강 삼거리에서 출발(고흥읍~나로도 간 군내버스 이용)해 오도를거쳐 해창만 방조제에 오른다.
해창만 방조제는 길이다. 3,462미터.
무성한 수초에 덮여 미로처럼 얽힌 수로는 떡붕어 명산지로 전국에서 강태공들이 모여든다.
수로에 늘어앉은 태공들의 오색 텐트가 볼만하다.
방조제를 지나 영남면 금사리는 옛 사도진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희미하게 흔적이 있다.
금사리를 지나면 길은 팔영산을 감고 돈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호젓한 산골길이다.
영남면 양사리에 있는 남포 미술관은 꼭 들러야 한다. 해안 벽지에 미술관이 있다는 게 대견하지 않는가.
남포 미술관 근처에서 팔영산 제8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시작되고,
아름다운 해돋이로 이름난 남열 해수욕장은 남포 미술관에서 7킬로미터거리다.
순천만
벌교읍내
벌교는 꼬막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고, 비운의 노래 ‘부용산’이 또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태백산맥 문학관도 문을 열었으니 하루쯤 잡아 ‘태백산맥’ 무대를 돌아보고,
부용산에 올라 ‘부용산 오릿길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를 불러 봐도 좋을 것이다.
가을에는 꼬막축제가 열리는 등 꼬막 써걱거리는 소리로 벌교 읍내가 떠들썩하다.
꼬막정식 한 상에 1만 2,000원~1만 5,000원.
순천만
갈대, 갯벌, 노을, 철새가 어우러져 시시로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순천만은 천상의 화판이라 할만하다.
순천만은 사철 어느 때나 가도 좋고 날씨가 궂으면 궂은 대로 또 운치가 있는 곳이다.
순천에서 시내버스가 수시로 오가고 시청에서 시티투어를 운영하기도 하니 교통편은 걱정 안 해도 된다.
와온해변
4킬로미터 해변이다.
어느 해변에서나 자랑하는 것이 노을이지만, 와온 해변의 노을은 사람들 숨을 멈추게 하는 마력이 있다고들 말한다.
밤이면 맞은편 순천시 별암 해변에 켜지는 불빛이 꿈속에서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널직한 갯벌도 구경거리다.
순천에서 시내버스가 있다.
여수 서해안
분기등→해넘이길(복촌)→진목해안→궁항 (5킬로미터)
돈 있는 사람들이 욕심낸다는 해안이다.
여수시 소라면 북촌에서 시작되는 해넘이 길은 여자만을 물들이는 노을이 아름답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노을이 아니더라도 참 아름다운 해안이다.
용궁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뜻의 궁항은 산비탈에 앉은 갯마을이다.
포구까지 내려갔다가 되돌아 올라와 산 비탈길을 타고 방갓까지 가도 좋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산비탈 개간지 사이로 난 길이 참 편안하고 별다른 정이 있다.
이목→벌구→공정포구 (5킬로미터)
화양면 이목에서 조금 더 가면 구미마을이 나오는데,
이 해안이 조선 중기에 군영이 있던 ‘이목구미’로, 뒷날 이목과 구미 두 마을로 나눠진 듯하다.
구미에서 산 굽이굽이를 돌아 오르면 벌구. 벌구도 궁항처럼 저 아래 포구가 있으니 포구에 들르는 것이 좋다.
벌구에서 여자만을 내려다보며 여수서해안 끝 마을인 공정포구를 향해 높다랗게 떠가는 길은 여유가 넘친다.
공정은 숭어회가 맛있는 포구다.
공정포구→장수해안→세포(7킬로미터)
장수해안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울 정도로 아름답다.
가막만을 내려다보며 걷는 길이 상쾌하다.
이 일대는 모 종교단체에서 대지만 빼놓고 다 샀다는데, 어떻게 개발할지 관심이 큰 해안이다.
장수해안의 끝인 장척은 굴로 유명한 곳이다.
가는 길에 장등 해수욕장이 있다.
세포 삼거리에서 백도 끝까지(4킬로미터) 깊숙이 들어가보는 것도 괜찮다.
송현 선착장→소호 요트경기장→소호 선착장 (3킬로미터)
소라면 송현 선착장에 들어서면 짙은 갯냄새가 먼저 반길 것이다.
소호 해변을 따라 말끔히 다듬어진 도로에 갯냄새가 짙게 깔려있다.
해변에 늘어선 종려나무와 돈나무 가로수, 소호 요트잔에 매인 요트가 이국적인 정취에 흠뻑 빠지게 하는 길이다.
송현 선착장→선소 여수 하수처리장→넘너리(6킬로미터)
역사적인 유적지, 기억해야 할 역사가 있는 해변이다.
선소는 이충무공이 거북선을 건조한 유적이며, 송현마을 골목 끝에는 충무공의 어머니가 한 때 기거했던 집이 있다.
아름다운 해변을 걷다보면 신월동 해변에 여순사건 발발지가 여기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여수역→만성리 해변(4킬로미터)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을 오가는 유조선과 대형 화물선이 유유히 떠가는 바다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여수역을 지나면 방공호를 연상시키는 마래터널이 만난다.
터널을 꿰면 여순 사건의 참혹성을 알리는 ‘만성리 형제묘’ 표지판이 서 있다.
꼭 읽어보고 산등성이로 올라가보라.
만성리 해수욕장은 전국 유일의 검은 모래 해수욕장이다.
만성리 해수욕장 →신덕 해수욕장(7킬로미터)
가는 길에 모사금 해수욕장이 있다.
길은 단정하고 청량하다. 오가는 자동차도 없고 내려다보이는 작은 갯마을이 그람처럼 아름답다.
신덕동에는 한국석유공사 비축기지가 있어서 유조선이 기름을 푸는 모습도 구경거리다.
거듭 말하지만 참 아름다운 해변이다.
신덕 삼거리 →낙포 부두(6킬로미터)
길은 제석산과 영취산 아래로 나 있다.
영취산 아래에는 당내에는 유명한 꼬리곰탕집이 있다.
당내를 지나면 여수 산업단지에 진입하는데, 산단 초입에 있는 낙포부두는 여수산단의 중심항으로 옛 삼일포 자리다.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바다가 노량바다다.
그러나 낙포부두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고는 장담 못한다. 나도 어렵게 들어갔다.
태인대교 → 섬진강 하구(4킬로미터)
망덕해안이다.
섬진강이 여기서 바다와 만나 몸을 푼다.
짧은 거리가 아쉬울 정도로 걷기에 좋은 길이다.
옛날에는 망덕하면 장어와 백합이었으나 요즘은 전어로 유명하다.
바다에는 누각처럼 횟집들이 떠 있으나 겨울에는 그곳에서 굴을 깐다.
바로 앞에 배알도 해수욕장이 있다.
이훈,『 내가 걸은 남도 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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