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陽口) ... 3막

2009. 9. 15. 16:54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2009. 9. 13.

 

 

 

 

 

 

 

 

증조부모님 산소 가는 길입니다.

광치령 터널 바로 옆에 있습니다만 빙 둘러서 가야합니다.

길은 오래 전에 시멘트 포장이 되어서 좋습니다.

강원도는 도로포장 하나는 끝내줍니다.

산골짜기 어디를 가도 포장이 안된 곳이 없습니다.

고냉지 채소밭의 산 여가리 배수로까지도 군(郡)에서 시멘트 콘크리트로 해줄 정도입니다.

돈이 지천으로 남아도는가 봅니다.

 

 

 

 

 

 

 

 

 

 

 

벌초할 때 가보면 풀이 엄청 우거져있습니다.

여긴 떼가 잘 안 삽니다. 그래서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집안의 장손 되시는 큰 형님이십니다.

그래봐야 큰집과 작은집 두 집뿐입니다만.

 

 

 

  

 

 

 

 

폼 재는 거 아닙니다. 벌초하러 와서 폼 잴 일이야 있겠습니까.

우리 큰 형님 같은 전문 일꾼들은 다 노하우가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하도 지게질을 해나서 허리가 저리 일찍부터 굽었답니다.

 

 

 

  

 

 

  

 

형편없지만 도리 없습니다. 금초나 할밖에요.

우리 밑에 애들에게는 이제 고조부(高祖父母)가 되시는데,

애들이 성묘를 하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아야지요 뭐.

 

 

 

 

 

 

 

 

이제 어중간해지는군요. 여기 산자리는 참 좋습니다.

세세한 풍수지리는 모릅니다만, 바람 자고 양지 바르면 그게 명당 아닙니까?

 

 

 

 

 

 

 

  

이번에는 제물(祭物)을 아버지가 가져오셨습니다.

집에서 담그신 과일주에다 박카스까지 가져오셨더군요.

박카스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증조부가 1848년에 나셔서 1908년인가 돌아가셨으니까 활명수도 모르실 분인데, ... , 거참.

 

 

 

 

 저 큰집 막내가 달래를 난(蘭)이라고 우기는 겁니다. 미친 놈.

 

 

 

 

 간단히 마치고,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 큰어머니 산소로 갑니다.

 

 

 

  

 

 

 

여긴 국유림인데 조림한 잣나무로 빼곡합니다.

내려가는 길 목에 가래나무가 큰 게 대여섯 대 있습니다. 따가는 사람 없습니다.

 

 

 

 

 .

 

 .

 

 

 

 

 

증조부 산소에서 2~3분 거립니다.

 

 

 

 

저 멀리 산등성이에 보이는 길이 대암산 올라가는 군용도로일 겁니다.

여기 광치령의 옛고개길은, 6.25 터지기 바로 전에 김일성이가 시켜서

3개군(郡) 주민이 동원되어 한 달만에 닦은 도로라더군요.

 

 

 

 

 

 

 

 

고추밭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겠습니다.

지명은 가아리인데, 어른들이 개미니라고 부르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첩첩산중 심심산골입니다.

할아버지때부터 아버지 세간날 때까지 이 골짝에서 사셨다는군요. 

 

 

 

 

  

 

 

 

형님이 미리 벌초를 깨끗이 해놓으셨더군요. 저 넓은 데를 혼자서 말입니다.

하루 종일 걸렸답니다. 아버지가 하지 말라고 전화를 하셨었다는데도, .... ,

큰 형님이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지난 겨울에 돌아가셨던 큰어머니와 얼마 전에 이장한 큰아버지 묘입니다.

큰아버지는 아까 증조부 산소 밑에 있던 것을 옮겨왔습니다.

상석만 놓고 표석은 아직 세우지 못했습니다.

양구에는 석물(石物)하는 데가 없다는데, 형님이 알아서 잘 하시겠지요.

비료를 줘서 그런지 떼가 아주 푹신할 정도로 잘 자랐습니다.

그런데 봉분을 참 볼품없이도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포크레인으로 두 삽은 너끈히 더 얹어야겠네요. 

형님 내외는 나중에 저 옆 자리에 써도 충분하겠습니다.

 

 

 

 

 

저 나무 밑 그늘을 보십시요.

금초하고, 성묘하고 난 후에, 바로 이 시각 즈음엔 그늘이 어디로 얼마만큼 질 지를 다 계산해서

밑에 자리를 둘러놨습니다.  형님이 그런 사람입니다.

 

 

 

 

 

 

 

 

상석이 많이 위로 붙었습니다.

큰어머니 묘가 아래로 쳐져서 더 그렇습니다.

아버지가 큰 형님께 표석이며 혼유석이며 이래이래 하라 말씀하셨으니,

역시 알아서 하시겠지요.

 

 

 

 

 

아버지 말마따나 내년에 다시 이 자리에 오실 수 있을런지는 저도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한 해가 다르게 기력이 떨어지시고 정신도 혼미해지십니다.

여기 저기 모든 걸 꼼꼼히 눈에 담아 가고 싶어하십니다.

 

 

 

 


 

 

 

 

 

 

길 가에서 '강원도 찰옥수수'라고 써붙이고 파는 옥수수 있잖습니까?

그걸 가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진짜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개량종입니다. 옥수숫대가 크지요. 물론 사료용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원래의 토종은 옥수숫대가 가늘고 작습니다.

자기네 식구들 먹을 정도만 심습니다.

 

 

 

 

 

이것은 개량종입니다. 옥수수밭이 울창하지요.

옥수수 대궁을 씹어도 비릿하기만 합니다. 달지 않습니다.

 

 

 

 

 

이것이 토종 옥수수입니다.

옥수수밭이 엉성하지요.

금방 쪄낸 옥수수야 어느 것이거나 다 맛있겠지요. 그런데 식었을때 먹어보면 차이가 납니다.

토종 옥수수는 식어도 여전히 쫄깃거리고 야들야들하니 맛이 살아 있답니다.

아버지가 씨를 받아다가 심어보셨는데, 토양과 기후가 틀리니까 안되더군요.

 

  

 

 

 

 

 

 

 

 

 

 

'이런 저런 내 얘기들 > 내 얘기..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항 형님 (1)  (0) 2009.09.18
양구(陽口) ... 4막  (0) 2009.09.16
양구(陽口) ... 2막  (0) 2009.09.15
중학교 사회 공부 시간에...  (0) 2009.07.11
통금(通禁)  (0) 200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