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9. 23:07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대학때 우리 단과대 수위 아저씨가 걸물이었어.
이 양반이 작달만하게 생겨선 노란색이 짙게 들어간 갈색 안경을 꼈었는데,
그때도 우리가 그리 불렀지만, 지금에 생각해봐도
김형욱이랑 비슷하게 생겼어. '프랑스 닭사료'가 됐다는.
이 양반이 통금에 걸린 거야.
통금이 언제까지 있었지? 노태우때까지???
아, 저 신문기사를 보니 전두환때 풀었구만.
암튼 12시가 통금인데,
시내서 술먹고 들어오다가 잡혔디야.
그땐 통금이 되면 택시도 못 다녔지.
무조건 여관서 자야했고 새벽 4신가 돼서
싸이렌 불고 통금해제가 돼야만 집에 들어올 수가 있었어.
(화물차는 예외였다누만.)
그렇게 순찰 도는 경찰한테 걸렸는데,
"당신 이 시각에... 도대체 당신 누구요?"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데다가 밤인데도 색안경을 꼈고,
통금은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검문에도 전혀 위축됨이 없으니까,
다시 조심스럽게 묻드리야.
'당신 누구냐'는 것처럼 애매한 질문이 없지.
이름을 말하는 건지,
나이를 말하는 건지,
직업을 물어보는 건지,
현재의 행동 반경을 말하는 건지....
"나? 내가 누군지 알면 나도 피곤하고 당신도 좀 귀찮을텐데...?"
아저씨가 수위로 대학물 20년 넘게 먹다보니
보통 이빨이 아니었지. ㅋㅋ
순찰 경관이 거수경례를 딱 붙이더니
태도가 180도 확 바뀌더리야.
"제가 댁으로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그러면서 집까지 에스코트 해주더리야.
근데 자꾸 산동네로만 올라가니까,
경찰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겠지. 뭔가 착오가......?
하지만 어쩌겠어,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
저만 쪽팔리는 거지 머.
경례 착! 붙이고,,
갸우뚱 갸우뚱하면서 내려가드리야.
ㅎㅎㅎㅎㅎ
.
...
나도 그맘 때쯤에 친구들하고 술 먹다가 통금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어케어케 하다보니 혼자가 됐더라구.
근데 그때가 12시가 다 된거야.
거참, 난감하데.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어.
그러니 어디 여인숙엔들 갈 수가 있나.
암튼 방법을 찾긴 찾아야겠는데 막막하더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지.
"의외로 등잔밑이 어두울 수도 있어!"
거기가 경찰서 바로 코앞이었거든.
대로(大路) 중앙선을 밟고 가기로 작정했어.
기껏 잡혀봤자 유치장에서 하룻밤 자면 그만이지!
(당시엔 학생들은 즉결에 안 넘기기도 했었거든.)
근데 희한하게 진짜로 순찰이 없는거야.
3km 넘게 걸어오도록 아무도 못 만났어.
한번 정도는 야경꾼한테라도 걸릴줄 알았는데,
진짜 차도 안다니더군.
.
.
집에 거의 다 와서 파출소가 하나 있었는데,
뒤늦게 거기까지 와서 붙잡혔네.
파출소 안에 있던 놈이 호루라기 찍 불며 달려나오더라고.
두 놈이야.
"너 학생이야 뭐야?"
"얌마, 학생이 이 시각에 뭐하는 짓이얌마!"
"아니 근데,, 너 여기까지 오도록 누가 암말도 안하디?"
"삼거리서 잡혔는디요, 순경 아저씨가 중앙선 금만 밟고 가면 봐준다고 혀서..."
"그럼 너 도대체 어디서 부터 이러구 오는 거냐?"
"시청이유."
즈덜끼리 킥킥 웃더니 가보라고 하데.
꼭 금 밟고서 가리야.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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