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4. 13:33ㆍ북인도
인천공항 → 인디라 간디 공항
관광객이 뚝 떨어졌대서 난 텅빈 비행기로 갈줄 알았다.
모처럼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누워갈 수 있겠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다.
갈 때 올 때 빈 자리 하나 없는 꽉 찬 만석滿席이다.
승객의 태반은 인도 사람들이다.
12시 30분에 정확히 이륙했으니까
기내식이 1시 이전에는 나와야 되는데 종무소식이다.
한참 지나서 2시반이 다 돼서야 주더라.
연신 미안하다는 승무원의 말을 나는 이해한다.
인도 사람들은 기내식도 음식종류가 많다. 그거 골고루 나눠주려면 시간 좀 걸린다.
오래전 어딘가 갔다가 외국 비행기를 탔었는데 그때 경험해봤다.
아마 지방색에 따라서 먹는 문화가 확연히 달라서 그려려니 한다.
천진- 상해 - 하노이 - 창레이 - 랭군 - 만달레이 - 다카 - 캘커타 - 델리,
'창레이'는 위치상으로 태국 '치앙마이' 같은데... '만달레이'는 어디더라?
계림桂林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어떤 모습일런지 궁금하다.
'카트만두'가 바로 코 앞인데 아쉽게도 비껴가더라.
나는 이번에 항로가 히말라야 상공을 지나는 줄로만 알았다.
지난 여름에 동유럽 갈 때도 혹시나 했었는데 한참 위로 지나갔고
이번엔 틀림없이 히말라야 옆구리 정도는 지나칠줄 알았는데...
그래서 오른쪽 창가 자리에 앉게돼서 좋아했는데...
역시 개털됐다.
7시간 동안 영화를 세 편인가 봤다.
'놈놈놈'은 극장에서 봤고, '이에는 이...'는 시시해서 보다말고,
'신기전'을 꽁짜로 잘 봤다.
그리고 이상한 게, 시차가 3시간 반이 나더라.
시차가 분 단위로 끊어지는 것도 있나?
비록 눈덮힌 히말라야는 못봤지만
무지막지한 산맥은 많이 봤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마치 밭이랑 같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안전하게 착륙을 마치니까 인도 사람들 박수 치더라.
하긴 우리동네 노인 한 분이 미국에 사는 딸을 만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비행기가 떨어질까봐 10시간 넘게 의자를 꽉 붙들고 가는 바람에
어깨근육이 잘못돼서 한동안 정형외과 다니며 된통 고생하는 걸 봤다.
그 냥반 다시는 비행기 안 탄단다.
짐 찾는 데 보니 이건 완전히 도떼기 시장이다.
그런데 그보다도, 실내의 공기가 어찌나 매케한지 숨조차 쉬기 어렵다.
우리나라 봄철에 황사가 아주 심할때랑 같다.
혹시 뭔 테러사건이라도 벌어졌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돈데,,
아닌게아니라 정말로 경비 서는 군인들의 차림새를 보니 험상궂고 살벌하기 짝이 없다.
뉴스에서 본 소말리아 병사 같다.
총구를 아래로 늘어뜨리곤 있지만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는 게
마치 '현재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듯한 긴박감이 흐른다.
가이드 미스터 Khan이다.
그런데 나 이번에 크게 곤욕을 치를 뻔했다.
여행사에서 준 비닐봉투에 여행일정과 항공권이 들어있었는데
그걸 비행기에 놓고 내린 것이다.
아줌마 셋이 일행인 분들이 뒤따라왔었는데, "혹시 뭐 잃어버린 거 없으세요?" 한다.
(짐작은 했다. 우리 일행이 될 사람들이란 것을.)
승무원이 주면서 전해주라더란다.
그걸 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
준비물 목록 중에 마스크가 있길래 뭔 소린가 했다.
지금 사진에서 보듯이 시계視界가 30m도 안된다.
완전히 스모그다.
'델리'도 그렇지만 다음날 이동한 '바라나시'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숨쉬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눈치다.
지금 이 얘길꺼내자니 또다시 목구멍이 매캐해져 오는 느낌이다.
자동차도 막 달린다. 중앙선 구분도 모호하다.
도대체 저쪽에서 마주보며 달려오는 차가 얼마의 속도로 오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데
이건 뭐 보이는만큼 달리고 보자는 식이다.
교통과 관련 된 얘기는 수없이 하게 될테니 이쯤만 하는데,
아무튼 요지경 속이다.
저녁식사때 얼렁뚱땅 맥주 한병 사는 걸로 빚갚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