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24. 11:01ㆍ책 · 펌글 · 자료/정치·경제·사회·인류·
1)
유인촌 대감께
남쪽에는 매화에 이어 바야흐로 산수유와 목련의 꽃망울이 터지고 있습니다.
봄이 와도 봄이 온 게 아닌 것 같아 소인의 심중은 우울하기만 합니다.
간곡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국정에 전념하고 계실 대감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옛 품계로 따진다면 정이품에 해당하는 중책을 맡고 계십니다.
국가의 정책을 홍보하는 일까지 떠맡아 그 책임이 막중하다 하겠습니다.
대감은 한때 문화계의 현장에서 뛰어난 광대의 면모를 과시해 백성의 사랑을 골고루 받았습니다.
비록 청문회 과정에서 도를 넘는 재력 덕분에 의혹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만
정치인이 아닌 현장 출신의 입궐이라는 점에서 소인에게는 신선하게 비춰지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정부에 이창동이나 김명곤 같은 광대 출신 대감이 입궐할 때도 똑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문화정책의 수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대감께서는 온순하던 태도를 돌연 바꾸시더군요.
관할하는 산하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뒤를 캐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게 광대로서의 신나는 연기였는지, 서투른 실수였는지, 아니면 진심에서 우러난 우국충정이었는지 소인은 알지 못합니다.
그 결과 대감께서는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서 주상과 최상위를 다투는 유명인이 되셨습니다.
이것은 전원일기 시절 김 회장의 둘째아들로 지낼 때보다 괄목할 만한 상승이라 하겠습니다.
세간에 대감을 일러 완장 찬 홍위병이네 저격수네 정권의 나팔수네 망나니네 시녀네 하면서 독설을 퍼부어대고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감은 마음이 흡족하신 것입니까?
대신에 올랐다고 주군의 눈치를 살피며 그 뜻을 무조건 따라 떠받드는 것은 공무원 된 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백성의 눈치를 살피고 백성의 뜻을 주군에게 용기 있게 아뢰는 것이 신하의 본분이라고 말한 게 노자였던가요.
잘하려고 애쓰면 실패하고, 꽉 잡고 장악하려 하면 천하를 잃고 만다고 한 이도 그였습니다.
또 곡즉전(曲則全)이라 했습니다. 굽히는 게 온전해지는 길이라는 말이지요.
입궐 후 대감의 막말은 주상에게도 해가 되는 일입니다.
소인은 과연 대감이 이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일구어나가는 일을 수행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다가는 첫 번째로 낙마하는 대신이 되지 않을지 저어됩니다.
자신을 스스로 높이고 남을 함부로 낮추는 일을 우리는 권력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권력은 폭력적이고 오만하기 짝이 없지요. 문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문화는 자신을 낮춰서 남을 높이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입니다.
대감께서는 무엇보다 정신을 바로 세우고 우리 문화계의 자율성에 주목하여 주기 바랍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이라고
강은교 시인은 사랑법에서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
이 시의 첫머리를 읽은 적이 있다면 부디 근신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다시 맥고모자를 쓰고 김 회장네 둘째아들로 귀향하더라도 몰매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도현 우석대 교수·시인·문예창작과
2)
고백해라 “내 자식 자리 마련해 주자는 것”이었다고
한나라당 심각하다. 이미 짐작한 국민도 많을 것이다.
집권정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
원칙주의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견디다 못해 기자회견을 했다.
그 부분은 나중에 쓰겠지만 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이 지경이 되었을까.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출발한지 며칠 지난 뒤에 일이다.
후배 녀석이 하나 찾아왔다.
참여정부 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생각대로 안 되니까 앙앙불락 이를 갈던 녀석이다.
나한테도 좋은 감정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웬일이냐고 했더니 득의의 표정으로 좀 있으면 한 자리 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연 설명을 하는데 참 이걸 말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그러나 얘길 안하면 글 쓰는 이유가 없어지니 도리 없지 않은가. 하자.
어차피 다들 아는 얘기가 아닌가.
지들도 양심이 있으니 알아듣겠지.
그 녀석 얘기는 정부산하 기관의 장 자리 하나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왜 그 얘기를 하느냐고 물으니 그냥 씩 웃는 것이다.
짐작했다. 한 방 먹이는 것이다.
너희들은 끝났다는 것을 확인시키면서 폼 한번 재보는 것이다.
선배 찾아와 하는 말이 겨우 저것인가. 걱정이 됐다.
며칠이 지났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 대표가 한 말씀 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퇴진하라는 것이다.
임기가 정해 진 인사들인데 그만 두라는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이 있자 바로 뒤이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하 유장관)이
기다렸다는 듯이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단체장들은 물러나야 된다고 거들었다.
그리고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같은 말을 했다.
문득 날 찾아왔던 후배 생각이 났다. 아하 그게 그렇게 된 것이로구나.
안상수 원내대표는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은 좌파라고 색깔을 씌우면서
그들이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고 퇴진을 요구했고
유장관은 물러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공언했다.
공직이라는 것이 철옹성은 아니다.
철 밥통도 아니다.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
잘못하고도 자리에 붙어 있으면 나쁜 인간이 없다.
그러나 잘못이 없는데도 쫓겨난다면 그처럼 어굴한 일도 없다.
쫓겨난다는 것은 강제다.
바로 강제라는 데 문제가 있다.
옛날 군사독재 시대에는 어느 곳에서인가 “너 그만 둬” “내일부터 나오지 마” 한마디면 끝장이었다.
어딜 감히 이유를 붙이나. 어림도 없다.
공직자의 목숨이 파리 목숨 같았던 그런 슬픈 시절도 있었다.
수백 명 기자들도 직장에서 쫓겨나 자살하고 병들어 죽었다.
조중동도 마찬가지다.
그게 독재시절의 이 나라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대명천지 대한민국은 법이 당당하게 살아있는 법치국가다.
대통령이 탄핵을 받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제 법에 의해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공직자들을 나가라고 한다.
그 분들은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정부산하 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이다.
이미 나간 사람도 있다.
이유는 이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 대표가 말 한대로
좌파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이고 색깔이 이상하고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과연 이들이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는가.
잡을 힘이나 있는가.
그러나 저러나 진짜 이들을 쫓아내려는 이유가 그것인가.
안상수 대표가 말한 색갈이 진실인가.
발목을 잡아서인가.
문득 얼마 전에 찾아왔던 후배란 녀석이 생각났다.
얼마 안 있어 한 자리 할 것 같다면서 득의양양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으음 그렇구나. 몇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정리됐다.
“생각을 해 보십시오. 10년 만에 찾은 권력이 아닙니까.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게 꼭 정권만 잃어버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권력을 잃었고 자리를 잃었고 감투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정권을 찾았는데 해야 할 일이 하나 둘입니까.
정권을 찾아오는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하지 않습니까.”
정리를 해 보자.
이명박 정부 탄생에는 여러 공신들이 있다.
왕조가 들어서면 개국공신들이 생긴다.
일등공신, 이등공신, 등 등. 공을 세운 공적에 따라 분류가 된다.
10년 만에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어찌 일등공신이 없겠는가.
이들 중에는 청와대로 들어가는 공신도 있고 장관으로 입각하는 공신도 있다.
국회의원 공천이라는 포상도 있다.
헌데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고 공천이 쉬운 것도 아니다.
지금 공천문제로 여야 가릴 것 없이 난리가 난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한나라당이 두 쪽이 날 수도 있다.
이거야 말로 이명박 정부 출발에 걸림돌이다.
빨리 수습을 해야 한다.
헌데 방법이 무엇인가.
감투 하나씩 씌워서 입을 막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제 발로 걸어 나가 줬으면 좋겠는데 누가 순순히 나가겠는가.
더구나 무슨 이상한 색깔을 칠해서 나가야 된다고 하는데
이제 나가면 진짜 색깔이 있는 사람이 되는 거 아닌가.
참 머리 나쁜 사람의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라리 한나라당 정부의 딱한 입장을 잘 알지 않느냐고 사정을 하면서 나가 달라고 하면
그게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법으로 딱 정해 있는데 법을 무시하고 쫓아내려고 하니 이런 무법천지가 어디 있느냐고 대들면 할 말이 없다.
정부가 하는 일에는 대의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동의를 한다.
국민의 동의가 없는 짓을 해서 얻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출범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는 내리막길이다.
이런 걸 뻔히 알면서 어쩌자고 이런 일을 벌린단 말인가.
이래도 괜찮을 거라는 자신은 어디서 나오는 오만인가.
혹시 여론 조사라도 했는가.
했겠지.
내리막길이다.
겁이 날 것이다.
그래서 허겁지겁이다.
말을 주워 담느라고 전전긍긍이다.
먼저 유인촌이 나가라고 하던 사람들에게 마음 상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게 사과지.
그럼 사표를 반려해야지.
신재민이란 차관은 강제로 나가라는 게 아니었다고 발뺌을 하던가.
이 사람도 언론인 출신인데 참 양심이 부끄럽겠다.
이제 뒤죽박죽이다.
국정원은 원장이 정식 임명도 안됐다는데 마구 인사다.
면허 없는 의사가 메스를 휘두른다고 하던가.
영어 아니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아우성을 쳐서 영능에서 세종대왕의 통곡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니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씀 하셨다.
영어몰입교육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어랜지’인지 ‘으렌지’인지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왜 이렇게 멋대로 지껄여 댔는가.
유방암이 아니라서 기념으로 오피스텔을 남편이 사줬다는 것은 지극한 남편 사랑이어서 좋다.
자신은 자연을 사랑했기 때문에 땅을 샀다는 것도 이해해 주자.
여의도는 환경친화적이 아니라서 송파에 집 마련했다는 것도
돈 좀 있으니 과시욕이 발동했다고 이해하자.
수많은 논문표절도 실력없이 교수 하자니 별수 없지 않느냐고 이해를 하자.
삼성에서 떡 값 받은 것도 그 때 다 그랬다니까 이해하자.
자식의 부동산 투기의혹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한 방통위원장 내정자의 말도
겁 없이 귀신까지 들먹이니 용서하자.
그러나 이것은 안 된다.
아무리 농담이라 해도 “노동부에서 어느 직원이 몸이 안 좋아서 생쥐를 튀겨 먹었는데...운운”은
그냥 먹은 것을 모두 토해버릴 광태다.
기본이 문제다.
이게 농담인가.
대통령과 다과를 하는 자리에서 할 소린가.
그 자리에 있던 인간들은 그렇게도 비위가 좋은가.
토한 사람 없는가.
변도윤 장관에게 생쥐튀김 선물하자는 후배의 농담에 호통을 쳤지만 장관이 되기 전에
사람부터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치사하고 더러워서 말을 안 하려고 했지만 해야겠다.
참여정부에서 어느 장관이 이런 소리를 했다면 조중동한테 박살이 났을 것이다.
생쥐튀김 선물을 한 상자 선물로 받았을 것이다.
조중동은 왜 말이 없는가.
농담이라 웃고 마는가.
비위가 약해서 못 쓰는가.
유인촌 장관이 임기가 남아 일 잘 하고 있는 관리들을 나가라고 했는데 조중동은 왜 비판하지 않는가.
참여정부 때 그렇게 코드 인사라고 길길이 뛰더니 이젠 왜 첫 날 밤 새댁처럼 얌전하신가.
한나라당의 정책위의장 이한구는 한반도 대운하를 총선공약으로 내 걸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비판거리가 아닌가.
대운하가 빠지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뭐가 남는가.
요즘 참으로 조중동이 얌전해 졌다.
아니 얌전해 진 것이 아니라 더욱 치사해졌다.
종이가 아깝구나.
아아 더 써야 하는가.
이 나라를 언론이 망치는구나.
2008년 3월 23일
이기명 칼럼니스트
3)
민예총 성명서
국가 권력의 절대성이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문화부가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계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1970년대 초반부터 연극 무대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벌여왔고 극단 대표로서 예술단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자신의 모교에서 후배 연기자들을 지도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 예술행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 일원으로서 왕성한 활동력과 경험은 문화부 장관의 수장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오랜 연기예술 경험이 문화예술행정의 질적 향상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선배 문화예술인들을 능멸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최근 그가 보여준 모습이다. 그는 논란과 의혹 가득했던 인사 청문회를 마치고 취임하자마자 공식 석상을 통해 지난 정부에 임용된 현직 국공립 문화예술단체 기관장들의 퇴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지난 12일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라고 포문을 열며 “임기 보장도 좋지만 그것은 정치와 상관없는 경우일 때 그렇다”며 마치 현직 기관장들이 정치적 색채에 의해 ‘안배’된 인물들로 규정하였다. 그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정치판에는 무관심한 문화예술인을 자처했고 순진함을 가장한 채 독설을 연일 내뱉고 있다. 유 장관은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그 이중적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능숙한 연기자답게 인터뷰 서두에서 “의견 조율은 없었다”, “(관련된) 질문이 있어 자연스레 의견을 피력했을 뿐이다”, “내가 순진한 거다” 등의 말을 흘리며 스스로 순진한 초보장관 행세를 했다. 그러나 현장 예술인 출신 장관 가면 뒤에 숨겨진 완장 찬 신종 홍위병의 극악함은 바로 뒤에 이어진 인터뷰 내용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위원장을 거명하고 있다. 또한 그 이유로는 김정헌 위원장은 ‘예술위 내홍으로 김병익 위원장이 용퇴하고 자리를 승계했는데 같은 1기 위원으로 연대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김윤수 관장의 경우 “임명 초기 정준모 학예실장을 해임시킨 것“을 들고 있다. 유 장관의 주장은 교언영색의 극치에 다름아니다. 우선 김정헌 위원장의 경우는 김병익 전 위원장 용퇴라는 긴급한 상황에서 나머지 위원들과 함께 예술위 운영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여기서 연대책임에 따른 위원 사퇴야 말로 오히려 예술지원기관의 운영자로서 무책임한 행동인 것이다. 또한 김윤수 관장이 해임시킨 정준모 전 학예실장의 경우 이미 행정소송을 통해 복직을 시도했으나 그 과정에서 재직 중의 비위 사실이 드러나 그의 해임이 정당했음이 입증되었고 소송 자체도 기각되었다. 문제가 있는 부하직원을 해임시킨 것이 기관장의 퇴진 이유라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상식인가. “끝내 자리를 고집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낱낱이 공개하겠다”며 마치 이 분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협박을 일삼고 있다. 과연 이것이 순진한 예술인 출신 장관이 할 만한 발언인가. 예술계 대선배들을 폭력적 협박과 모독으로라도 쫓아내겠다는 유 장관의 독설에분노를 금할 수 없다. 과연 유 장관이 무슨 자격으로 이분들이 일평생 문화예술계에서 쌓아온 노고와 업적, 명예를 일거에 부정하고 모욕하는가? 이는 한평생을 천착해온 예술인에 대한 폭력 행위이며 예술계 전체에 대한 패륜 행위이다. 당시 서울시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 쌓기와 이미지 제고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곤 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보이는 문화, 들리는 문화’를 강조했는데 아마도 그가 생각하는 ‘보이고 들리는 문화’는 번지르르한 전시행정이거나 정치권력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했던 군사독재 시대의 정치나팔수 행태인 듯하다. 오랜 세월 현장에서 헌신해온 예술계 원로들을 자리에 연연하는 치졸한 인사들로 모독하는 유 장관에게 더 이상 문화예술계의 일원으로서의 동료의식이나 신뢰를 기대할 수 없다. 했다. 유 장관은 스스로의 최근 행보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당당한지 묻고 싶다. 낮술에 취하면 애비도 몰라본다는 옛말이 있다. 최근 유 장관의 모습은 권력이란 낮술에 취해 폭력의 칼을 휘둘러대는 망나니를 보는 듯하다. 유 장관에게 아직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인간적 양심이 있다면 자신의 망발에 대해 진심으로 자성하고 사과하라. 더불어 권력의 나팔수가 아닌 문화행정 수장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의 자리는 문화예술정책과 행정의 수장이자 최종 책임자이다.
이명박 정부가 수립되고 첫 번째 문화부 책임자로 유인촌 장관이 임명되었던 배경에 그가 현장예술인 출신이란 점은 꽤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런데 취임 이후 유 장관이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또한 같은 자리에서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정치와 관계없이 문화에 전념하고 싶다”고 한 입으로 두 말을 내뱉은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그는 “계속 잡음을 일으키는 분들”이 퇴진해야 하는 인물이라며 구체적으로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런데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터무니없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계속 싸움을 확대하고 싶진 않다”,
유 장관은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시절에도 순수문화예술의 진흥보다는 ‘하이서울페스티발’ 같은 전시성 행사중심의 재단 운영을 펼치며
유인촌 장관은 취임 당시 “자신의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대대손손 이어갈 수 있는” 길을 겠다고
2008년 3월 17일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4)
언급한다는 게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나 역시 노빠 출신 기관장들이 예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런 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이것은 게임의 규칙에 관한 얘기다.
이번에 유인촌의 '노빠 코드 물러나라'라는 협박에 대해 내가 반발하는 것은 '노빠 기관장들이 물러나기 때문'이 아니다.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는 이러한 절차의 권위를 세우고 지켜가는 것이다.
이번에 물러나는 노빠 코드 기관장들이 진선진미한 진보개혁 성향인가 아닌가는 이 문제와 하등 관련이 없다.
청산주의는 정세가 혼란스러울 때 변혁운동의 주체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 가운데 하나다.
공희준님은 [친노세력 기관장들 모조리 축출돼도 괜찮다. 우리도 5년 후에 곳곳에 포진한 어륀쥐들 깡그리 발본색원할 테니까.
시원하다.
모든 것을 해석할 수 있는 잣대는 사실상 아무것도 해석하지 못하는 잣대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신뢰하는 잣대 하나 갖고 이 세상 모든 것을 판단한다고 설쳐대는 사람을 보고 우리말에서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하고, 서양 금언에서는 '이 세상에서 딱 책 한 권만 읽은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먹고사니즘의 가장 큰 약점은 서로 밥그릇 놓고 싸우는 갑과 을, A와 B 가운데 누구 손을 들어주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공희준 님이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공희준 님의 건필과 문운을 기원한다.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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