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형님' 얘기

 

 

 

 

 

 

그는 직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유능한 사람이다.

특히 거래처 사람들을 상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회사 업무상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외부인도 있고  그 중에는 세금이나 대출 같은 데 관련된

까다로운 사람도 있는 법인데 그는 이상하게 그런 쪽 사람들과 금방 친해진다.

 

만나기가 어렵지 한번 만나면 금방 목욕탕과 골프장을 같이 드나들게 되는 것은 물론

두 세번째 만나면 형님 동생 소리가나오게 된다.

 

그렇게 되는 데는 그가 '조폭組暴'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조폭 중에도 전혀 조직폭력과 상관없는 인상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조폭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어떻든 그와 형님 동생 하는 외부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조직'의 일원으로 알고 있다.

 

  

어느 날 그가 집에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거래처 '동생' 중의 한 명이었다.

동생은 자신의 회사 사람들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중에 조폭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단체로 열나게 터지고 있으니 빨리 구해달라고 울부짖다시피 하는 거였다.

 

그는 지금은 나갈 수 없는 처지라고 했다.

동생은 그럼 어디 아는 '조직'에 연락이라도 해달라고 했다.

그가 잠시 생각하고 있을 때 "제일 빨리 연락되는데요!" 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는 침착하라, 지금 연락처를 적을 수는 있느냐고 물었다.

지금 어떻게 필기를 하느냐고 발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안 외워도 되고 제일 빨리 올 수 있는 조직애들 전화번호를 불러줄테니까 그리로 해봐."

"형님이 전화해주시면 안돼요?"

"아, 나는 그쪽하고 잠시 연락을 끊고 있어서 직접 말하기가 좀 그래. 준비됐어?"

"빨리요, 형님!"

"112."

"예?"

"112로 하라고. 그게 제일 빠를거야."

 

 

다음날 그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동생은 더 이상 그를 형님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도 "조 차장, 어제 조직에서 빨리 왔던가요?" 하고 직함을 붙여 물었다.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30~ P)